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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EA, 위키피디아 조작하다 딱 걸렸다.

집단지성의 위기인가? 위기 직전의 기회인가?

shiraz 2007-08-17 17:21:54

최근 해외 IT 계열 매체들은 앞다투어 한 남자를 인터뷰하느라 바빴다. Wired, Slashdot, Radar, Guardian 뿐만 아니라 BBC, Le Monde에서도 인터뷰를 했다.

 

'버질 그리피스'라는 이름의 캘리포니아 공대 대학원에 다니는 젊은이(오른쪽 그림)다. 특별히 이목을 끌만한 외모도 아닌데다가 과거에 사고를 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전세계가 그를 주목하는 걸까?

 

그것은 그가 '위키피디아 스캐너'라는 것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네이버 지식인이 있다면 해외에는 위키피디아가 있다. 이 사이트들은 누구나 자신의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여 지식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은 분명 이상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집단지성의 신뢰도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누군가 기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작한다면? 누군가 기사 전체를 지워버린다면?

 

위키피디아는 기사 편집자들의 IP와 수정되기 전의 원본 기사들을 보관하는 방법을 통해서 이같은 신뢰도 문제를 약간이나마 해결하고 있다. 게다가 사이트 전체의 기사자료 뿐만 아니라 편집 기록 모두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어느날 버질은 국회의원 사무실 관계자가 자신들과 관련한 위키피디아의 기사를 조작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후 그는 대기업이나 국가 기관에서 위키피디아를 조작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위키피디아를 통째로 다운받았다. 그리고 그 방대한 자료 중 XML로 구성된 익명  IP들의 목록을 분리해 조회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약 2,600만의 단체나 개인이 3억 4,400만 번의 편집을 했는데 그 중에는 CIA나 마이크로소프트, 국회의원 사무실도 있었던 것이다.

 

버질은 각 단체와 지역별로 IP를 정리하고 각 IP가 위키피디아에서 어떤 활동을 하였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검색 페이지를 만들어서 대중에 공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세계는 경악했다. 버질이 만들어낸 '위키피디아 스캐너'에 전세계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X-Files>의 열렬한 신봉자들은 음모론적 시각에서 정부기관의 IP 대역에서 어떤 활동이 이루어졌나 검색했고 기업 관계자는 경쟁사가 자사 관련 기사에 '악의적'인 편집행위를 하지 않았나 살펴보았다. 전쟁과 종교분쟁, 영토분쟁에 관심있는 누리꾼들은 서로 상대방의 IP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CIA 직원이 이란 대통령과 관련 기사에 악의적인 표현을 입력했다거나 교황청 관계자가 카톨릭 관련 기사에서 불리한 내용을 뺐다는 뉴스가 전세계의 신문과 방송을 뒤덮었다.

 

해외 IT 웹진인 Wired는 한발 더 나아가 누리꾼들로부터 왜곡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여기에서는 기사화되지 않은 온갖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누리꾼들은 'FBI, 관타나모 수용소 관련 기사 수정', '전미총기협회, 이라크 전쟁은 9/11사태가 유발했다라는 내용 추가' 등등 스캔들성 이슈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쪽은?

 

역시나 게임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해외 웹진인 Shacknews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EA의 관계자가 '특정 이해 관계'에 따라 창업자인 트립 호킨스의 이름을 회사 연혁 부분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159.153.4.50'의 IP를 사용했으며 정확한 위치는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에 있는 EA 본사였다.

 

EA 관계자의 위키피디아 활동 내역,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다.

 

 

EA 관계자가 마음대로 편집해버린 EA 연혁 부분.

창업자인 트립 호킨스의 이름이 아래에는 사라졌다.

 

 

또 그는 그것도 모자라 EA에 대한 비판 부분을 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특히 고용정책과 관련한 부분에서 과거 문제가 되었던 초과근무와 직원들의 소송 부분을 거의 대부분 삭제해버렸다.

 

대신 그는 "EA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풍토인 일과 삶의 균형을 재정의하는 것을 통해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말을 입력했다. 또 그는 EA가 겪었던 임금 소송과 관련하여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문구를 입력하기도 했다.

 

한편 EA는 Shacknews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GamesIndustry.biz 의 기사에서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EA의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EA는 때때로 회사나 게임, 직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웹사이트를 갱신한다. 예를 들어 EA는 야후 파이낸스가 EA 임원의 이름을 잘못 적었을 때 수정문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논쟁이 뜨거운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많은 기업들은 그들 기업에 관한 정보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위키피디아와 같은 곳의 글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한다"고 간략히 밝혔다.

 

 

#번역에 오류가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캘리포니아 공대를 졸업한 젊은이'를 피의귀인님의 지적에 따라  '캘리포니아 공대 대학원에 다니는 젊은이'로 바꾸었습니다. 피의귀인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