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히트 원더’라는 이름을 씻을 수 있을까? 데브시스터즈가 자체 개발, 퍼블리싱 타이틀 7개를 공개하며 변신을 선언했다.
데브시스터즈는 2일, 강남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서 ‘2017년 사업 전략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데브시스터즈의 지난 4년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업계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데브시스터즈의 ‘퍼블리셔’ 선언이었다. 데브시스터즈는 2017년 3분기부터 2018년까지 총 7개의 신작을 쏟아낸다. 그동안 자체 개발작만 서비스했던 것과 달리, 협업 타이틀은 물론 데브시스터즈가 투자한 회사의 작품도 있는 등 ‘퍼블리셔’로서의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데브시스터즈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최근 2년 간의 부진 때문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이후 3년 만에 후속작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를 출시했다. 게임을 3번이나 뒤엎은 난산이었다. 전작의 성공 덕에 욕심도 많이 생겼고 부담도 컸던 것이 문제였다.
신작 출시는 예정보다 늦어졌고, 효자였던 <쿠키런>의 실적은 점점 떨어졌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을 출시했는데도 기대한 것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데브시스터즈는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방망이를 깎다가 넘어지니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이 보였다. 이 때가 마침 데브시스터즈가 한참 스타트업에게 투자할 시기였다. RPG 개발사도 있었고 SNG 개발사도 있었다. 자신들에게 없는 강점을 가진 게임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데브시스터즈는 시너지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데브시스터즈 이지훈 공동대표는 이를 설명하며 “우리 모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만 할 수 있는 강점이 있고, 다른 개발사들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둘을 결합할 수만 있다면 무궁무진한 시너지와 학습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 외부 DNA로 <쿠키런>의 그림자 넘어선다
데브시스터즈가 7개 라인업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쿠키런>이라는 작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쿠키런>은 데브시스터즈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타이틀임과 동시에, 데브시스터즈의 이미지를 고정시킨 타이틀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오븐브레이크>부터 <쿠키런 for Kakao>, <쿠키런: 오븐브레이크>까지 '생강쿠키 인형'이 앞으로 달리는 게임만 만들어 왔다. 데브시스터즈의 이미지는 점점 고정됐고 효과는 점점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소재와 장르 모두 다양화할 예정이다. 일단 신작 7개 중 4개가 <쿠키런> IP와 전혀 상관 없는 타이틀이다.
3분기에는 <블레이드&소울>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프로젝트: 액션 RPG>가 출시되고, 4분기엔 일본을 타깃으로 한 샌드박스형 SNG <프로젝트: MOSNG>가 나올 예정이다. 또한 2018년에는 전략게임은 <프로젝트 AP>와 <프로젝트 S>를 출시한다.
<쿠키런> IP를 이용한 신작 3개도 전형적인(?) <쿠키런> 장르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3분기에는 <쿠키런: 디펜스>가 출시되고, 4분기엔 <쿠키런: 퍼즐>이, 2018년에는 <쿠키런: RPG>가 준비돼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이 작품들을 통해 <쿠키런>이라는 IP가 가진 이미지는 물론, 그동안 쌓아온 <쿠키런> 시리즈의 스토리와 세계관 또한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데브시스터즈는 금일 공개된 7개 타이틀을 전용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특정 메신저에서 종속되지 않고, 자체 플랫폼 아래서 글로벌 유저를 아우르겠다는 계획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이를 위해 조만간 <쿠키런> 시리즈 유저들을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이를 위해 회사 규모를 120여명으로까지 확대했고 운영 조직도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이지훈 공동대표는 “시장에서 판단하는 데브시스터즈의 기업가치는 (현금보유량 제외하고) 300억 원이다. 출시 지연과 성적 부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대해선 우리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그동안의 태도를 일신하고, 더욱 공격적인 태도로 사업을 진행하겠다. <쿠키런> 시리즈가 만든 1억 다운로드와 천만 DAU, 그리고 그동안 깨달은 모든 것을 총동원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시장에 있는 RPG가 아니라, <쿠키런>만의 RPG를 만들겠다
다음은 현장에서 있었던 일문일답이다.
Q. 그동안 주로 만들던 ‘런게임’ 장르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데브시스터즈표 런게임은 볼 수 없는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여럿 있다. 하지만 아직 R&D가 충분하지 않아 지금 외부에 말할만한 게임은 없다. 당분간은 오늘 공개한 신작을 잘 만드는데 집중하려 한다.
Q. 얼마 전 개발 자회사를 설립했다. 인력 규모와 특기가 궁금하다.
약 10~20인 규모다. 단, 성향의 경우 회사마다 전부 달라 짧게 말하기 힘들다. 어떤 곳은 PC MMORPG를 만들던 이들이 있기도 하고, 어떤 곳은 모바일 SNG를 만들던 이들이 있기도 하다.
Q. 과거 추진했던 <쿠키런> 중화권 진출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본래 위챗을 통해 나가려 했으나, 당시 중국에서 <쿠키런>과 유사한 게임이 이미 인기를 끌고 있어 잘 풀리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사업 계획이 많이 어그러졌었다.
지금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 중이다. 준비 중인 게임이 많은 만큼 게임 하나의 파트너를 찾기 보단, '우리' 게임을 같이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아직 신작 출시까지 여유가 있으니 신중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Q. 지금까지 공개된 <쿠키런> IP 이용한 작품 모두 어떤 식으로든 데브시스터즈가 참여했다. 혹시 IP와 관련해 다른 개발사에게 전권을 줄 생각은 없는가?
현재는 협업하고 퍼블리싱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만약 훌륭한 개발사가 <쿠키런> IP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얼마든지 고려할 의향은 있다. 물론 <쿠키런>이라는 IP를 훼손하지 않고, IP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다.
Q. 모바일 RPG는 이제 굉장히 고도화됐다. 후발주자로서 다른 경쟁작들을 어떻게 넘어설 예정인가?
똑같은 RPG를 만들 생각 없다. 일례로 <쿠키런: RPG>는 시장의 모바일 RPG들 성향과 달리, <쿠키런> 시리즈의 세계와 이야기를 잘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 작품이다. <쿠키런>이라는 IP와 세계가 어필 포인트다.
또한 <쿠키런: RPG>와 <프로젝트: 액션 RPG>를 만들던 이들 모두, 이미 시장에서 AAA급 RPG를 만든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우리 RPG 타이틀엔 앞서 말한 강점 외에도, 이들의 노하우가 잘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Q. <쿠키런> IP의 발전을 이야기했다. 과연 이 IP가 10년, 20년 이상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쿠키런>은 2009년 <오븐브레이크>라는 게임에서 시작됐다. 부분유료화 게임이 없던 시절, 미국 유료 앱스토어 TOP 100에서 2년을 버텼다. 그리고 2013년 <쿠키런 for Kakao>가 나왔고 2014년엔 <라인 쿠키런>이 나왔다. 모두 우리에게 큰 성공을 안겨줬다. 적어도 IP가 가진 무게감만은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이 뒤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준비된 <쿠키런> 관련 타이틀 모두 <쿠키런> 시리즈의 세계와 이야기, 캐릭터에 집중한 타이틀이다. 이들이 잘될수록 <쿠키런> 시리즈의 인기도 오래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쿠키런>을 즐기던 아이가 어른이 돼 우리 시리즈를 추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게끔 게임 하나하나를 꾸준히 성공시킨다면 10년, 20년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실제로 이뤄지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Q. VR, AR쪽 게임은 생각하지 않는가?
현재는 우리가 지금 준비 중인 게임이 보다 다양한 사양의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VR, AR은 시장이 조금 더 무르익어야 진행할 것 같다.
Q. 신작 일정이 3분기 이후 몰려있다. 짧은 시기에 너무 많은 게임이 나와 마케팅 여력 분산 등 악영향을 주진 않을까?
마케팅에 대해선 <쿠키런>과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을 글로벌 론치하며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또한 관련해서 계획도 세우고 있고…. 실제로 다수 작품을 서비스•마케팅하는데 적합하도록 현재 내부 팀을 재정비한 상태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신작 모두 글로벌 서비스 예정이다. 지역별 공략 계획이 궁금하다.
글로벌 동시 론칭은 굉장히 위험이 큰 방법이다. 요즘은 지역마다 유저 성향 차이가 커 글로벌 원빌드가 통하기도 힘들고, 게임이 잘 마감되지 않았을 경우 리스크가 말도 안되게 뛰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경우,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계획했던 북미 마케팅을 포기한 바 있다.
때문에 신작들은 <쿠키런> IP가 먹힌 한국과 동남아 지역 위주로 게임을 먼저 론칭하려 한다. 상대적으로 유저들의 게임 성향이 유사하고, <쿠키런> 유저풀 덕에 마케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두 지역에서 궤도가 오른다면 북미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다만, 이곳은 앞서 두 지역과 유저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화를 철저히 한 후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