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팍스라고 부르는 PAX 행사는 원래는 페니 아케이드 엑스포라 불리는 유저 행사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웹코믹 페니 아케이드의 제작자인 제리 홀킨스와 마이크 크로홀릭이 주최한 행사로, 2004년부터 시작했죠.
PAX는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3,000여명이 참여하는 행사에서 지금은 하루 수만 명씩 몰리는 3일간 진행하는 행사로 자리잡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PAX는 여타 게임 전시회와 다르게 유저 중심으로 진행되는 유저에, 유저에 의한 유저를 위한 행사입니다.
그만큼 열성적이며 게임을 정말로 좋아하는 팬들이 몰립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PC, 콘솔, 테이블게임, 인디, VR, TCG, 보드게임 등 게임이라 불릴 수 있는 모든 장르, 플랫폼 구분 없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리는 PAX EAST. 올해는 개막 당일 눈보라와 함께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도 같이 왔습니다. 하지만 게임팬들의 뜨거운 열정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그 현장을 테마로 구분해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행사개막 당일 보스턴 컨벤션 센터 앞에 몰린 인파. 눈보라가 몰아치는 극한 환경에도 문제 없습니다.
컨벤션 센터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는 북문과 남문, 동문과 서문 총 4구역입니다. 지금 여기는 북문으로, 진입하기 위해 건물을 돌아서 줄을 선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이 모든 입구에서 펼쳐집니다.
# 수많은 인파. 하지만 혼란이나 무질서는 없었다.
다시 말해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주도하는 행사가 아니다 보니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과 다르게 신작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열성적인 유저들이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발사 등에서 마케팅의 수단으로, 혹은 유저 보답 행사 차원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작 공개는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는 중간 정도 규모의 부스를 내세워 유저들이 놀만한 장소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미 출시된 상태라 부스에서 줄을 서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만 자신이 모르는, 즐기지 못했던, 구입하지 않은 타이틀이나,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게임들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체험을 하게 됩니다.
밖에 입장을 준비하는 사람이 몰려드는 순간에도 현장은 이렇게 사람들이 꽉 차있죠. 이 모습은 오전 10시가 막 지난 시점.
# 신작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런데 한국과 관계가 있네?!
아무리 팍스라고 해도 신작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스톰> <듀크뉴켐 포에버> 등이 처음으로 공개된 바 있습니다.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유저들이 찾는 행사다 보니 당연히 그들에게 먼저 선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겁니다.
올해도 신작 몇 개가 행사에 나왔습니다. 보스키 프로덕션의 <로브레이커즈>, 엔매스의 <배틀그라운드> <크리티카> 등입니다. 네. 어쩌다 보니 한국과 관계 있는 게임들이네요. 이유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여기 모이는 사람은 정말로 게임을 사랑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말 그대로 잠재적이 아닌 실제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 모여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체험하기 위한 대기열이 거의 없는 행사가 PAX입니다. 그런데 <로브레이커즈>는 부스를 돌아서 줄을 설 정도로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개발자들이 뒤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는 지켜보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긴 하죠. 게다가 북미에서 인기 장르인 FPS, 여기에 최근 유행하는 하이퍼 스타일, 코어함까지 있으니 관심을 가질 만 합니다.
어떻게 본다면 최근 캐주얼한 게임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로브레이커즈>는 아마도 코어한 게임성을 유저들에게 인정받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부스에서 체험하고 나오는 관람객에게 물어보니 재미있다, 베타테스트가 기대된다, 부스에서는 10분만 플레이해서 아쉽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 VR,
VR, VR.
올해 PAX EAST에서 눈에 띄는 건 VR 관련 부스가 기존과 비교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오큘러스, HTC, 소니 등 하드웨어 개발사 중심으로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실제 상용화가 된 이후에 이를 이용한 콘텐츠를 다수 선보이는 개발사가 많아졌습니다. 블록버스터급 게임이 있는가 하면, 인디스타일의 게임도 보이죠.
VR을 이용한 아이디어가 번쩍이는 콘텐츠들입니다. 아직 VR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PAX EAST에서의 분위기라면 조만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Reborn>이라는 이 게임은 검객이 되어 광선검을 휘두르며 적을 물리치는 VR게임입니다. 막 잘라버리는 쾌감이.....
솔직히 여기는 무슨 VR 게임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가상으로나마 체험하는 걸까요? 화면상에서는 컵과 접시가 막 날아다니고 이걸 피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죠.
#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앞서 이야기 했듯이, PAX는 유저 중심의 행사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지스타, E3, 게임스컴과 많이 다릅니다. 유저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계에서는 현장 마케팅이 이뤄집니다.
아무리 TV나 인터넷 등으로 홍보를 하고 광고를 보여봤자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이 한번 써보고 입소문을 내는 것만 못하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올해는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당히 눈에 띕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가 아닌 태블릿PC인 서피스를, 삼성은 커브드 모니터와 SSD 등을 들고 나왔습니다. 직접 부스를 차렸다기 보다는 협찬의 성격이 강한데요. 하드웨어를 제공함으로써 지금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이 하드웨어가 바로 삼성의 제품이다, 또는 MS의 서피스다라는 걸 직접 인지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수많은 게이밍 주변기기는 물론 게이밍용 의자, 책상, 테이블게임용 원목가구까지 다양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한번 써보면 확실히 뭐가 다른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의 체험담은 그 어떤 광고보다 효과가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지스타에서는 참 보기 힘들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개발사의 모습이 말입니다.
닌텐도는 스위치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사실 이미 발매된 기기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사람이 많습니다. 참고로 부스는 매우 작습니다.
삼성은 V-NAND SSD와 커브드 모니터를 협찬하고 이름을 걸었습니다. 여기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게임은 삼성의 SSD에서, 커브드 모니터로 보게 됩니다. 물론 멋진 경험입니다. 로딩 없는 게임을 꽉 찬 화면에서 볼 수 으니까요.
그렇다고 삼성이 부스로 직접 참여한 건 아닙니다. 팍스 아레나라고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는 일종의 휴식공간에 삼성의 제품을 제공한 것일 뿐이죠. 그런데 여기서 신제품을 경험한 사람들이 나중에 뭘 하게 될까요? 게임의 팬보이들인데, 자신의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할 생각할 때면 머리에는 삼성 제품이 떠오를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도 비슷한 전략입니다. 한때 태블릿 PC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패드에 밀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MS의 전략은 "서피스는 단순한 태블릿 PC가 아니거든요"입니다. 게임도 잘 돌아가고, 업무도 할 수 있고, 성능도 좋은 노트북 대체품이에요. 사진에서 보는 제품 전부가 최신 서피스 제품들이고 이런 테이블이 10개 이상 있습니다. 전부 게임이 원활히 실행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패드에서는 안되거든요 스팀게임 같은 건...
# 그리고 기타 등등….
PAX 현장에는 이런 상품 매장이 곳곳에 있습니다. 공식 상품도 있지만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상품도 있고요. 혹은 개발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관련 상품을 구입하고자 PAX에 오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테이블게임도 당당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장르이기에 이런 고급스러운 주변기기(?)도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SSD 만 게임 주변기기는 아니죠. 안락한 게임을 위해 컵홀더도 원목으로 장인이 한땀 한땀....
보통 이런 테이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세팅 시간만 4~5시간이 걸리고, 실제 플레이는 그보다 더 오래하기 때문에 안락하면서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주변기기가 인기입니다. 물론 원목으로 만들었기에 가격은 엄청 비쌉니다. 최고급 게이밍 PC를 1~2대 이상 구입할 정도로요.
TCG의 묘미는 트레이딩,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자신의 덱을 겨뤄보는 것이죠. PAX는 그야말로 TCG의 천국입니다. 이런 테이블이 별도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무슨 게임을 하라고 지정하지는 않습니다. 오가다 만난 유저끼리 즉석에서 즐기도록 하나의 구역을 그냥 테이블만 설치하고 있죠.
또 하나의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은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해서 돌아다니는 모습입니다. 여기 보이는 우주인처럼 말이죠. 보통 이렇게 짝을 이뤄다니는 사람은 연인들이고 서로 마음이 맞아서 커플이 된 케이스다 보니 취향도 비슷합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라면 무엇이든 해당 인물로 변신합니다.
올해는 D.VA가 많이 보였는데요, 전신 타이즈 슈트를 입은 모습으로요. 아 물론 D.VA의 팬은 남성 유저들이 많습니다. 차마 카메라로 담아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 거......음... 여기까지 하죠. 피치 공주도 남자.....(읍!!!)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이 한 팀은 아니고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한자리에 모이면 이렇게 되어버립니다.
지금은 밤 9시가 넘은 시간. 하지만 여전히 행사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 행사는 보통 오후 5시에 마무리 하지만, PAX는 밤 12시까지 진행되는 행사가 있습니다. 보통 개발자들이 유저들과 만나 게임의 피드백을 주고받는 세션 행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늦은 시간까지 행사장의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