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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학생 게임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김지훈 프로젝트문 대표

김지훈 프로젝트문 대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포스트모템

장이슬(토망) 2017-04-25 13:22:02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목표금액 754%를 달성하고, 실제로 스팀 얼리엑세스 출시를 해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괴물 시설을 관리한다는 콘셉트만큼이나 게임 개발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학생 게임 개발이 주의할 것은? 스팀 게임 출시 정보는 왜 이리 적을까? 프로젝트문의 김지훈 대표가 밝힌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포스트모템 강연을 살펴보자.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김지훈 프로젝트문 대표

 

 괴물 관리 책임자가 되어 시설을 운영하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 시즌 1 - 학생 프로젝트, 텀블벅을 통해 거듭나다

 

2015년, 졸업을 앞둔 김지훈 대표는 비상이 걸렸다.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게임 하나 내보지도 못하고 졸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게임 동아리 친구 셋을 모아 게임 개발 팀을 결성하고 학교에서 작업실을 지원받았다. 지난 실패를 통해 의욕과 구상만 앞서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최대한 적은 리소스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케빈 인 더 우즈>, <SCP 재단>처럼 현대에 녹아든 괴물 기담에 빠져 있던 김 대표. 영화는 있었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게임은 없었다. <주 타이쿤>, <둥지짓는 드래곤>,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처럼 던전을 꾸며 용사를 막거나 맹수를 풀어 관객을 잡아먹게 하는 게임은 있었지만, 전자는 현대풍이 아니었고 후자는 게임 시스템이 의도한 시스템이 아니었다. 

 

구상에 맞춰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지만, 아트 한 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타 대학 창업캠프에 참가했다. 이 때 만난 조원에게 사람을 소개받아 UI 디자이너 학생을 구했다. 또 학교 축제 기간 만화 동아리에 출품된 작품이 마음에 들어, 작가를 수소문해 배경과 캐릭터 아티스트로 데려왔다.

 


 

2015년 8월, 학생 프로젝트에 위기가 찾아왔다. 방학 중에는 모든 팀원이 여유시간을 써서 작업할 수 있었지만, 개강이 시작되면서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업과 게임 개발을 동시에 하려니 팀원 모두가 지구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개발이 과연 끝나기는 할지, 게임을 낸다 해도 호응이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까지 만든 게임을 외부에 보이고 검증할 수단이 필요했다. 검증에 실패하면 개발을 그만두기로 했다.

 

"저희가 택한 건 텀블벅이었어요. 괜찮은 아이디어를 올리면, 이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이 후원을 하고 저희가 선물을 주는 서비스인데요. 그렇게 반응이 나올 줄은 전혀 몰랐어요."

 

폭발적이었다. 407명의 후원자가 1,508만 3,037원을 모아주었다. 목표금액 200만 원을 아득히 뛰어넘은 금액이었다. 막연히 '북미 감성'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에서도 수요가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달성 수치 754%와 여러 댓글은 검증 이상의 것으로 다가왔다. 

 

"전에는 프로의식은 거의 없었는데 이후부터 책임감이 생겼고, 이 게임은 어떻게든 완성할 가치가 있다는 비전을 팀원 모두가 공유하게 됐어요. 이후부터 공격적인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학생 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작업물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팀원 모두가 각자 학업 스케줄이 있고, 정해진 공간 없이 카페 등을 돌며 비정기적으로 작업하면 팀이 안정되기 힘들다. 정해진 시간과 공간을 정해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트 등 대체 불가능한 분야가 있음을 빨리 인정하고, 필요한 능력을 가진 좋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발로 뛰는 노력이 필요하다. 친구들로 시작한 팀이니만큼 공과 사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김 대표의 팀도 처음엔 작업실에서 작업 이야기만 하는 것으로 구분하려 했으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사적인 분위기가 가진 편한 분위기라는 장점을 살려 서로 배려하기로 했다.

 

"팀장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팀을 조직한 사람이 보통 팀장을 맡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가장 의욕을 가진 것도 팀장이고 노력을 많이 들이는 것도 팀장입니다. 팀장 눈에 뭔가 노력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나, 마음에 안 들어도 결국 모두가 게임을 잘 만들어서 성공하기 원한다는 걸 믿을 수밖에 없어요. 팀이 커지고 기우뚱할 때도 팀장만큼은 무너지지 않아야 합니다."

 


 

 

# 시즌 2 - 이제 개발을 하자! 출시 준비도 해야 한다!

 

프로그래머 한 명을 더 구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예상치 못한 대규모의 후원으로 게임의 볼륨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텀블벅에서 약속했던대로 스팀 출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직접 연락하기, 해외 퍼블리셔에 의뢰하기, 스팀 그린라이트 통과하기. 앞의 두 방법은 한국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결국 그린라이트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스팀 그린라이트는 유저들이 사고 싶은 게임에 투표를 하는 시스템이다. 일정 수 이상 득표하면 스팀에서 입점을 검토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해외에서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데, 해외 커뮤니티에 기반이 없으면 역시 힘들다. 여러 국가의 인디 개발자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해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와 그린라이트를 병행하는 것이었다.

 


 

두 달을 준비했다. 그 중 한 달은 애니메이션 트레일러를 만드는 데 썼다. 망했다. 

 

"저희가 봐도 컨셉만 설명하고 게임 방법을 알려주지 못했어요. 다행히 그린라이트는 통과했는데, 킥스타터와 그린라이트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받은 질문이 '그래서 게임은 어떻게 하는 거죠' 였어요. 답을 주기 위해 데모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게임의 볼륨을 키우고 시스템을 다시 만들면서 개발 기간이 밀리기 시작했다. 5월로 약속한 데모는 8월이 되어서야 공개했고, 9월에는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 참여해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를 만났다. 게임 출시를 위해 11월에는 법인을 설립했다. 이때부터 스팀 입점을 위한 서류를 준비했다. 결국 게임은 12월 17일, 스팀에 얼리엑세스로 출시됐다. 

 

"이 시기엔 본격적인 개발과 출시 준비를 병행했어요. 서로가 어떤 작업 스타일을 가졌는지 확인했고, 게임은 완전히 플로어를 갖춰서 굴러가기 시작했고요."

 


 

김 대표는 피드백의 종류와 성격을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킥스타터와 스팀 그린라이트를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게임 플레이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데모에서는 게임의 실제 흐름을,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실제로 유저들이 어느 부분에서 막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스팀 얼리엑세스 출시 후에는 유저들의 실제 플레이 시간과 리뷰가 가감없이 공개된다. 맥락 없이 "이 게임은 망겜이야" 라는 피드백보다는 "이 게임은 이렇고 저래서 망겜이야"라는 피드백이 훨씬 생산적이고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피드백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개발과 마찬가지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콘텐츠는 크게 세 가지다. 관리, 탈출, 제압.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탈출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의 볼륨을 키웠고, 이에 맞는 유저들의 피드백과 아이디어 제안을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또한 스팀 그린라이트 출시를 하면서 필요한 정보는 "직접 스팀에 게임을 출시한 사람과 일대일로 만나서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여러 서류와 심의가 있지만 계약 내용에 기밀 유지 조약이 있어 공개된 장소에서는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 시즌 3 : 우린 이렇게 배워가고 있어요

 

학생 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법인이 되어 게임을 출시했고, 판매를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마케팅의 싸움이다. 김 대표는 게임 방송 스트리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스팀 키 몇 개를 주면 방송해주겠다는 메일이 많이 왔어요. 천 개 되려나. 다 뿌렸어요. 이 중에서 딱 10분의 1 정도만 실제로 방송이 나갔어요. 또 웃긴 건 메일을 보내지 않은 스트리머들이 자발적으로 해준 방송도 많다는 거에요."

 

이 문제는 레딧 등 해외 게이머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었다. 레딧 유저들은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명단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서 이를 참고하고 대응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러다가 유명 스트리머 한 명이 20분 동안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플레이했다. 갑자기 판매량이 급증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도 이 시점부터 늘어났다. 비록 부작용도 있지만, 인기 스트리머가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의견이다. 

 



 

얼리엑세스 상태로 게임을 출시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꾸준히 게임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가마수트라(Gamasutra)에서 얼리엑세스 포스트모템을 찾아 읽고, <다키스트 던전>, <서브노티카> 등 성공한 얼리엑세스 사례를 연구했다. 공통점은 꾸준한 업데이트와 퀄리티 유지였고, <로보토미 코퍼레이션>도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10월 정식 출시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이 팀과 함께 개성적이면서도 대중성까지 고려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타입문', '마블'처럼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IP,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