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모두 매력적이다. 호주의 미치광이 폭탄마 '정크랫', 영국의 활기찬 비행사 '트레이서', 한국의 군인 '송하나', 그리고 이집트의 노익장 저격수 '아나'까지.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영웅들 모두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품은 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그렇다면, <오버워치>의 개성 있는 영웅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됐을까. <오버워치>에서 테크니컬 아티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이학성 강연자가 말하는 <오버워치> 영웅 생성과정 및 테크니컬 아트에 대해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좌뇌'와 '우뇌'가 컬래버레이션하는 직종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테크니컬 아트'에 필요한 능력은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아름다운 컬래버레이션'이다. 우리는 흔히 좌뇌는 '논리'를 담당하고, '우뇌'는 '창의성'과 같은 예술적인 부분을 담당한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컬래버레이션은 테크니컬을 담당하는 좌뇌와 아트를 담당하는 우뇌의 적절한 협력을 의미한다.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기술적인 부분과 창의적인 영역 모두 고르게 필요한 직종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는 '브릿지(Bridge)'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사이에서의 중재 역할을 담당하기도,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등 여러 인원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담당한다.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원만하게 잇는 '다리'의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테크(기술)'다. 직책 이름부터가 '테크니컬'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적인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브릿지'에서 말했듯이 중재자 역할을 원활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연계되는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네 번째는 '아트'다. '테크'와 같은 맥락이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그래픽을 잘 만들어낼 줄 모르더라도 드로잉, 모델링, 애니매이션 등 프로세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전체적인 프로세스'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팀 전체의 업무 진행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다.
테크니컬 아티스트에 필요한 능력
#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하는 일, 바로 '서포터'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아티스트, 엔지니어 등 여러 담당자의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게 지원하는 '서포터'를 담당한다.
첫 번째는 '문제 해결사'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엔진, 아트툴 등 여러 곳에서 생긴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두 번째는 순차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시뮬레이션 작업, 모델링 작업, 애니메이션 작업 등 모든 작업 프로세스에는 '파이프라인'이 있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어디서든 순차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제공해 효과적인 업무를 제공하는 일을 담당한다.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하는 일
세 번째는 그래픽 리소스 매니지먼트, 캐릭터나 모델링, 애니메이션 크기, 텍스쳐 사이즈 등 게임의 효율적인 구동을 위해 관리하는 '매니지먼트'다.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직접 게임에 손대는 형태가 아니라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의견을 주고 조율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네 번째는 아티스트들의 효과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통, 게임 제작에서 흔히 사용하는 3D맥스(max)와 마야(maya)같은 툴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기능이 필요할 때 스크립트를 활용해 커스텀 툴을 짜주기도 한다.
이학성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커스텀 툴
다섯 번째는 '리깅(rigging)' 작업이다. 물체에 줄이나 케이블을 매달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캐릭터는 콘셉트 아티스트가 그림을 그리고 모델러가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면 보통 A 또는 T포즈를 취하고 있는 기본형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이 캐릭터 '인형'에 애니메이터가 효율적으로 생동감을 부여할 수 있도록 '뼈대'와 '컨트롤러' 등을 심는 '리깅' 작업을 진행한다. 애니메이터는 리깅 작업이 완료된 캐릭터의 각 부분을 움직여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리깅 작업이 잘 돼야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다.
애니메이터의 메이 POTG 작업 영상
여섯 번째는 영웅에게 활기를 부여하는 '캐릭터 세팅' 작업이다. 리깅과 비슷하지만 영웅의 몸 위에 있는 옷 또는 가방 등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물체에만 별도의 물리 기반 엔진의 영향을 받도록 세팅하거나 하는 작업을 말한다.
만약, 캐릭터 세팅 작업이 없다면 애니메이터가 가방, 옷, 머리카락 등 모든 움직임을 직접 설정해야 한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캐릭터 세팅 작업을 통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캐릭터를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학성 강연자를 포함한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작업한 영웅 및 스킨들
일곱 번째는 유저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브레이커블(Breakables)'이다 . <오버워치> 게임 시작 전 대기실에서 흔히들 부수는 의자, 책상, 유리창 등이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딜런이라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딜런의 놀이터'라는 공간에 각종 부서지는 물체를 모아놓고 테스트를 진행한다. 유저들은 정교하게 부서질수록 더 큰 재미를 느낀다.
#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주요 덕목은 커뮤니케이션, 자기개발, 퀄리티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커뮤니케이션'이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업무 특성상 다른 부서와 상호협력을 통해 업무가 진행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의견을 내는 것을 겁내지 않아야 하고 누구와도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세 가지 덕목
다음은 자기 개발이다. 이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시대다. 엔진, 스크립트, 프로그램에 대한 최신 지식을 학습하고 자기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퀄리티다. 이 또한 모든 분야에서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시간이나 기타 여러 문제와 타협하지 않고 최상의 퀄리티를 낼 때까지 작업을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 <오버워치>의 아트 스타일
<오버워치>의 세계관은 다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게임의 세계관과 많이 다르다. SF를 다루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판타지를 다루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선악이 대립하고 깊은 어둠을 담은 <디아블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번의 고민 끝에 <오버워치>의 세계관은 우리가 살고 싶은 근 미래의 지구로 정해졌다. 밝고 희망찬, 싸워서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지구를 만들자는 콘셉트였다. 콘셉트가 정해진 이후에는 <오버워치>팀 나름의 네 가지 기준을 세워 게임 개발을 진행했다.
첫 번째는 다양성이다. 어떤 유저라도 최소 한 명의 영웅은 좋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모토에서 다양한 문화, 배경 이야기, 국가, 성격을 가진 영웅들을 만들었다.
<오버워치>의 네 가지 특징
두 번째는 희망찬 미래다. 어두움보다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발전된 미래, 밝은 장소를 배경으로 콘셉트 아트, 맵 등을 구성했다.
세 번째는 역동성이다. 정크랫, 라인하르트 등 여러 영웅들의 '최고의 플레이(PLAY OF THE GAME)'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 수제작 느낌(hand crafted)이다. <오버워치>는 유저들에게 게임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직접 만든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토르비욘의 방어구에서 볼 수 있는 스크래치와 때탄듯한 모습, 아나의 코트가 낡아있는 모습 등을 통해 영웅들은 좀 더 정감있게 유저들에게 다가간다.
# <오버워치>의 영웅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탄생한다
<오버워치>팀의 영웅 개발에는 세 가지 접근법이 있다.
첫 번째는 컨셉아트를 통한 접근법이다. 자리야나 윈스턴처럼 '강하다'는 콘셉트에 착안해 작업된 영웅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기획을 통한 접근법이다. 대표적인 예가 필요에 의해 등장한 영웅인 정크랫이다. <오버워치> 초기에 바스티온과 토르비욘이 있던 시절, 이 두 영웅을 상대할 수 있는 영웅이 필요했다. 장거리 포격을 가하는 파라가 있었으나 직사 형태라 바스티온과 토르비욘을 원활하게 상대할 수 없었다. <오버워치> 팀은 벽 너머에서도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곡사' 영웅이 필요했다. 그렇게 폭탄마 '정크랫'이 탄생했다.
세 번째 스토리는 스토리를 통한 접근법이다. <오버워치>에서 '전 오버워치 요원'으로 활동했던 솔져76, 트레이서, 메르시 등이 대표적인 예다.
# '아나 아마리', 과연 어떤 방식으로 탄생됐을까?
'아나 아마리', 즉 '아나'는 <오버워치> 론칭 후 처음 등장하는 영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제프 굿맨은 처음 알케미스트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약품으로 적에게 대미지를 주고 아군을 치료하는 미치광이 과학자같은 이미지말이다.
제프 굿맨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생체 수류탄이라는 스킬이 추가됐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아나 아마리'는 스토리에서 나온 영웅이다. 또, 아나는 서포트형 영웅이 필요했기에 기획에서 나온 영웅이기도 했다.
기존 아군을 치료할 수 있는 서포트 영웅에는 메르시, 루시우, 젠야타가 있었다. 하지만 메르시는 한 명에 한정해서 급속 치유가 가능했고, 젠야타는 치료보다는 디버프가 메인이었다. 루시우는 치료량은 낮지만 넓은 범위를 담당하는 영웅이었다. <오버워치>에는 멀리서 아군을 치료하고 대미지를 서포트 해줄 수 있는 영웅이 필요했다.
아나 아마리는 영화 '매드맥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스토리와 기획, 두 가지가 결정됐고 <오버워치>의 아트로 '중동', '스나이퍼', '히잡'의 세 가지 키워드가 제안됐다. 그리고 개발이 진행됐다.
이미 스토리가 있었기에 조금씩 추가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이후 콘셉아트를 그렸고, 영웅을 디자인 했다. 영웅 디자인 과정에서는 아나의 외형만이 아니라 회복량, 대미지량, 조준 후 점프 가능 여부, 조준 시간 등 여러 요소의 변화가 진행됐다.
이후에는 기존의 에셋을 활용한 테스트가 진행됐다. 위도우 메이커의 외형에 폴리곤을 덕지덕지 붙인 뒤 아나의 성능 테스트가 진행됐다. 테스트 이후에는 러프한 아트가 추가돼 대략적인 영웅의 외형이 만들어졌으며, 테스트와 밸런싱을 거쳐 성능이 결정됐다.
'솜브라'라는 루머가 퍼졌던 이미지(좌측 하단)는 위도우메이커에 폴리곤을 덧씌운 아나 아마리였다.
외형 완성 이후에는 러프한 아트에 디테일을 추가했다. 현재 아나의 모습은 이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애니메이션 추가 작업을 거쳐 하나의 영웅이 탄생하게 됐다.
이같은 방식으로 하나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오버워치>는 전세계에서 밝은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모인 영웅들의 이야기다. <오버워치>처럼 전 세계에서 모인 개발자들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이야기다. 이 연장선에 서 있는, 전 세계서 즐겨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을 올리며 강연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