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이름 전쟁'이다.
6월 출시 예정인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은 16일부터 게임에서 사용할 캐릭터와 혈맹을 미리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엔씨소프트는 100대 이상의 서버를 준비했으나, 이벤트 시작 8일 만에 정원이 마감돼 서버를 증설할 정도로 많은 유저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희귀한 닉네임을 가지려는 유저,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선점한 뒤 다른 이들에게 팔려는 유저까지 나타나 논란을 빚고 있다.
실제로 <리니지M> 캐릭터 사전 생성 이벤트 직후, 공식 커뮤니티 '플레이엔씨'와 국내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인기 있는 이름으로 캐릭터나 혈맹을 만들고, 이 계정을 양도하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플레이엔씨에 올라오는 광고는 거의 삭제되지만, 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에는 판매글만 500개 이상 올라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름 거래에 나섰다.
유저들이 희귀하게 여기는 이름은 '진'처럼 한 글자거나 '고래' 같은 일반 명사다. '검'처럼 외자면서도 일반 명사를 겸하면 더욱 좋다. 호불호는 가리지만 '지드래곤', '아이유' 등 연예인 이름도 상품 목록에 올라있다. '거기에 '데포로쥬'나 '켄라우헬' 01~02서버처럼 사람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서버라면 이름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유저들도 자신의 캐릭터 이름이 '몇 급'인지 평가해달라며 글을 올리는 등, 사전 캐릭터 생성 이벤트는 '이름 선점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혈맹' 이름 판매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신작 게임의 '닉네임 거래'는 드문 일이 아니다. 넷마블의 <리니지 2 레볼루션>을 비롯해 최근 MMORPG는 출시나 대형 업데이트 전, 미리 닉네임 선점 이벤트를 진행하곤 한다. 서비스한 지 오래된 게임은 장기간 접속하지 않은 유저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이름 경매나 변경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도 있다.
이는 대부분의 게임이 유저 닉네임 변경을 어렵게 하거나 중복 이름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몇몇 게임은 유저 식별용 이름과 겉으로 보이는 이름을 별도로 관리하거나 중복 이름도 허용하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리니지M>처럼 많은 관심을 받는 게임에서는 인기 이름 계정을 사고 파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국내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이름을 선점하고 백화점식으로 파는 등 음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캐릭터 이름 뿐 아니라 게임 속 유저 커뮤니티인 '혈맹' 이름까지 파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부분은 닉네임을 만들 수 있는 정식 서비스가 가까워질수록 거래도 뜸해지고 이름의 가치도 떨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닉네임 거래, 정확히는 계정 거래가 약관 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라는 점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플레이엔씨 가입 약관에는 회사가 게임 내용의 제작, 변경, 유지, 보수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며, 회원은 계정, 캐릭터, 게임 아이템 등 게임 데이터를 유상으로 양도하거나 매매, 대여해선 안 된다. 즉 현금을 주고받는 거래 자체가 약관 위반이기 때문에, 구매자는 게임사에게 이용 제재를 받거나 거래 중 사기를 당해도 보호받을 수 없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빛', '신', '리니지', '데스나이트' 등 10개 단어를 '레어 캐릭터명'으로 지정하고, 사전 캐릭터 생성 참여자 중 랜덤 추첨해서 캐릭터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26일부터 신 서버를 개설하고 사전 생성 이벤트를 연장한다.
<리니지M>은 6월 21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