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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네이버 카페 대신 ‘자체 커뮤니티’ 선택하는 게임사들, 왜 그럴까?

게임 특화 서비스 제공부터 리스크 관리, 빅데이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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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다미롱) 2017-06-20 10:54:25
대형 게임사들이 하나 둘 모바일게임 공식 커뮤니티로 '자체 커뮤니티'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게임 커뮤니티 = 네이버 카페'이란 인식이 있을 정도로 많은 게임이 네이버 카페에 커뮤니티를 차렸다. 온라인게임처럼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긴 너무 위험이 큰 모바일게임 시장, 네이버 카페 개설의 용이함, 그리고 네이버라는 플랫폼 자체의 높은 인지도 등이 결합된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대형 게임사들이 잇달아 모바일게임 공식 커뮤니티로 '자체 커뮤니티'를 사용하겠다고 밝히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지난해부터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 모바일게임 신작들의 공식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체 커뮤니티를 사용하고 있고, 카카오는 신작 <음양사 for Kakao>의 공식 커뮤니티로 '카페톡'이라는 자체 커뮤니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 레볼루션> 네이버 공식 카페를 동결하고 '넷마블 포럼'으로 공식 커뮤니티를 옮기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은 왜 기존처럼 네이버 카페를 사용하는 대신 자체 커뮤니티로 선회한 것일까?


# 게임사 "자체 커뮤니티로 게임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게임사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게임 특화 서비스'다.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 공식 커뮤니티를 네이버 카페에서 자체 포럼으로 이전한 넷마블게임즈는 변경 이유로 ‘사용성 개선’을 이야기했다. <음양사 for Kakao> 공식 커뮤니티로 '카페톡'이라는 자체 커뮤니티를 쓰겠다고 밝힌 카카오 또한 이유로 "네이버 카페는 규격화된 틀 때문에 게임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음양사 for Kakao> 외에 신작 <로스트 하바나 for Kakao>에도 자체 커뮤니티 '카페톡'을 도입했다.

게임사가 기존에 말하지 않았던 '게임 특화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까닭은 모바일게임이 발전하며 과거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커뮤니티(길드), 아이템 DB 등의 요소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 카페는 이런 기능을 제대로 제공할 수 없다. 카페 로그인에 게임 ID가 아니라 네이버 ID를 사용하다 보니 보안 등의 이슈로 게임 DB와 커뮤니티를 연동할 수 없었고, 길드 게시판과 같은 비공개 커뮤니티도 만들 수 없다. 또한 네이버 카페 특유의 게시판 중심 구성은 아이템이나 캐릭터 정보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실제로 네이버 대신 자체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게임들은 카페에서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체 커뮤니티에서 길드만의 공간을 제공하는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이 대표적이다. 13일 자체 커뮤니티 서비스 '카페톡'을 발표한 카카오도 단순 커뮤니티 기능 외에도 각종 게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즉, 모바일게임의 고도화, 기능 변화 없는 네이버 카페가 게임사의 탈(脫) 네이버 카페를 만든 셈이다.


#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만드는 '손 쉬운 리스크 관리'

일각에서는 자체 커뮤니티에 유저 여론을 보다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얘기한다. 대부분의 자체 커뮤니티가 네이버 카페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네이버 ID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네이버 카페와 달리, 게임사 자체 커뮤니티는 해당 게임 ID가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자체 커뮤니티 대부분은 인게임 메뉴나 별도의 게임사 포럼 사이트를 통해 입장할 수 있는 방식이다. 때문에 게임 ID를 보유한 사람도 그 게임을 현재 플레이하지 않으면 커뮤니티에 입장하는 것이 네이버에 비해 불편하다.
이것은 게임사에게 2가지 이점을 준다. ▲ 먼저 부정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커뮤니티 내에서의 파급력이 작아진다. 게임이 네이버 카페를 커뮤니티로 사용할 경우,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카페에 현재 게임을 하는 유저는 물론 옛날 유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에 등장해 이슈에 참전한다.
 
모바일 게임 유료 모델 특성 상, 게임의 인기나 게임사 규모가 클수록 게임·게임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들이 많아진다. 이들의 비율은 게임이 재미있어서 아직 즐기는 유저보다, 게임을 접었거나 그 회사나 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 

때문에 커뮤니티가 개방적이어서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의 접근성이 높을수록, 여론의 흐름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 대부분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이의 비중이 높고, 사람 심리 상 만족하는 사람보다 불만 가진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 커뮤니티라면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에겐) 불편한 접근성 때문에 이런 이들의 유입이 줄어든다. 자연히 부정적 이슈의 커뮤니티 내 파급력도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게임 속 메뉴, 혹은 넷마블 포럼 사이트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리니지2 레볼루션> 공식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시절에 비하면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 다른 하나는 부정적 이슈의 외부 확산력 저하다. 그동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슈의 확산은 게임을 하는 이들이 이것을 외부에 알리고, 외부인(?)들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커뮤니티(보통 네이버 카페)에 들어오고 의견을 나누면서 여론이 커지고 또 확산됐다.
 
하지만 자체 커뮤니티는 네이버 카페에 비해 외부인들의 유입이 힘든 구조다. 이것은 자연히 게임을 하는 이와 외부인(?) 간의 대화를 힘들게 하고, 대화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이슈의 크기와 확산도 줄어들게 된다. 

즉, 외부인들이 꼭 자체 커뮤니티에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큰 이슈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이슈는 실제 게임을 하는 유저들 안에서 머물기 쉬워지는 셈이다. 게임사 입장에선 확산력이 떨어져 리스크를 관리하기도 쉽고,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제 유저들을 상대할 수 있어 이슈에 대응하기도 쉬워진다.

 
# 자체 커뮤니티, 왜곡 없는 유저 빅데이터 얻을 수 있다

한편,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이유는 '신뢰도 높은 유저 데이터 확보'다. 

네이버 카페 기반 커뮤니티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여론을 알기 힘든 장소다. 네이버 카페 특성 상, 해당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네이버 ID만 있으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면 유저가 카페를 오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네이버라는 국내 점유율 1위의 포털 사이트는 이러한 이들의 유입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때문에 게임사가 카페를 통해 볼 수 있는 여론과 데이터는 '현재' 해당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의 의견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체 커뮤니티를 사용하면 이러한 왜곡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 먼저 커뮤니티 이용 조건이 게임 ID와 연동되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은 유저들의 의견이 커뮤니티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네이버라는 한국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 게임이나 별도의 사이트를 통해 커뮤니티에 접속하기 때문에 휴면 유저의 의견이 유입될 가능성도 적다. 

즉, 게임사 입장에서는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현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정보와 동향을 이전보다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만약 자체 커뮤니티와 게임 DB를 연동한다면, 특정 레벨이나 특정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게임 DB와 연계해 유저들에게 혈맹 전용 공간을 제공하는 <리니지2 레볼루션> 자체 커뮤니티

이것을 조금 더 멀리서 보면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그림도 그려진다. 유저의 생각취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게임 내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른 게임을 권하거나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유저가 복수의 게임을 즐긴다면, 게임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체 커뮤니티로 얻은 정보가 보다 더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가 쌓일수록 게임사는 더 자세한 유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눈덩이의 끝은 게임사가 유저 하나 하나가 즐기는 각종 게임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제로 과거 온라인게임 시절 있었던 일이었고, 빅데이터가 이슈가 된 지금은 더더욱 가능성 높은 일이다.

즉,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자체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신뢰도 높은 유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 향후 사업 확장에 있어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