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크런치 모드’ 후 사망한 넷마블 직원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이 사실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3일,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서를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크런치 모드’란 회사가 정해진 개발 마감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근·특근을 강제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다.
고인은 지난 2016년 11월,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 네오’에서 일하던 중 심장동맥경화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발병 4주 전 일주일간 78시간 근무, 발병 7주 전 일주일간 89시간의 근무가 확인됐다며, 20대의 젊은 나이라는 점, 건강검진내역상 특별한 기저질환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인의 업무와 사망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이하 전문의)는 사망자 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인이 10월 첫 주에 95시간 55분, 10월 넷째 주에 83시간 4분의 초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휴일 없이 연달아 12일, 10월 넷째 주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연달아 13일을 근무했다고 밝혔다.
전문의는 업무상재해인정 의견서에 고인이 2013년부터 넷마블에서 일하며 3년 동안 과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고 밝히며, 현재 넷마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이직하거나 퇴직한 노동자들도 건강 문제를 경험했거나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 2016년 넷마블에서 사망한 다른 노동자 사건의 과로사(과로자살) 여부를 정부가 직접 조사할 것 ▲ 지난 3~5년간 넷마블 직원에게서 발생한 뇌심혈관질환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진단 및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 ▲ 넷마블에서 일하다 이직하거나 퇴직한 노동자 중에서도 과로로 인한 질병 사례를 조사할 것 ▲ 넷마블의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례와 관련해 이정미 의원은 게임을 포함한 IT 업계에 ‘크런치 모드’를 즉각 중단할 것, 노동부에는 크런치 모드의 강력한 단속을, 넷마블에는 그동안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해 온 것에 대해 유족과 국민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정미 의원은 오는 8일, ‘추가적 공짜야근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 9 간담회실에서 열리는 증언대회에서는 실제 넷마블에서 재직한 바 있는 피해자들이 직접 넷마블의 심각한 과로현실과 그로 인한 임금체불 문제를 증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