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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간지, 총기탈취 사건 또 게임과 연관시켜

태무 2007-12-13 12:14:32

12일 검거된 강화도 총기 탈취범 조모씨에 대해, 국내 주요 일간지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온라인게임과 연관시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조선일보는 13일 ‘총기 탈취범 조○○ <서든어택> 즐겨’라는 기사를 통해 조씨가 온라인게임을 통해 터득한 범죄수법을 실제 현실에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조씨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서든어택>의 실행 아이콘이 있다는 사실로 “조는 <서든어택>과 <리니지> 같은 온라인 전투게임을 즐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든어택>에는 조가 이번에 탈취한 K-2 소총과 수류탄 등 무기 모형이 등장한다”며 “조가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캐릭터에 군인 복장을 입혀 놓았다”고 설명했다.

 

<서든어택>에 등장하는 K2 소총

 

이어 “이에 따라, 생활비 등이 필요했던 조가 올해 4월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조승희처럼, 가상의 온라인 폭력게임에서 터득한 범죄 수법을 실제 현실에서 사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온라인게임과 이번 사건을 연관시켰다.

 

그러나 이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우선 <리니지>에는 군인 복장이란 아이템이 없다. 혹시나 싶어 <리니지>와 <리니지 2>, 그리고 사설패치까지 모두 살펴봐도 군인복장(군복)과 비슷한 아이템은 없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중세의 군인 복장이겠죠"라고 말했다.

 

<서든어택>에서 등장한다는 K-2 소총과 수류탄도 국내에서 개발된 FPS 게임이라면 거의 모두 채택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실제로 <크로스파이어> <스페셜포스> <테이크다운> <블랙샷> 등 수많은 게임에서 K-2 소총과 수류탄을 사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가상의 온라인 폭력게임에서 터득한 범죄수법을 실제 현실에서 사용’했다고 언급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조승희도 사실은 게임과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밝혀졌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 조사위원회는 8월 30일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원인은 대학의 미진한 대응과 조승희의 정신적인 문제로, 게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별다른 근거 없이 조승희와 게임을 연관시켰던 매체들은 게이머들과 게임 전문매체의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선일보가 적절한 근거도 없이 이번 사건을 게임과 연관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포털에 제공된 이 기사에 대해 네티즌들은 ‘그럼 <워록>했으면 전투기도 훔쳤겠다’, ‘젊은 사람 중에 게임 한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 그 사람들이 다 게임 때문인가?’, ‘<서든어택> 회원수만 1천3백만명이다. 이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인가’며 조선일보와 기사를 비판하고 있다.

 

네이버에 게재된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 조선일보와 기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총기탈취범 조 씨와 게임을 연관시킬 수 있는 단서는 오직 조 씨의 바탕화면에 깔려있는 <서든어택> 아이콘과 <리니지> 계정뿐이다. 아무런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빈약한 단서만으로 게임을 범행동기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게임업계는 또다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아무런 증거나 단서, 증언도 없다. 단지 게임 유저라는 사실만으로, 범죄동기를 게임과 연관시키는 것은 아직 힘이 모자란 게임업계를 ‘마녀사냥’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