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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국진출, 살아남고 싶다면 뭉쳐라”

2008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 : 중국시장 성공전략

shiraz 2008-01-19 01:27:18

한국 게임사들에게 중국 게임시장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2007년 인터넷 인구 18천만 명, 게임인구 4천만 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황금어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해킹을 비롯해서 표절은 이제 익숙한 일상처럼 느껴진다<미르의 전설>부터 <열혈강호 온라인> 분쟁까지 중국 퍼블리셔들이 거짓말쟁이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렇다고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완미세계>가 보여준 것처럼 중국의 개발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한 중국 개발사들은 과거 한국 게임들이 장악했던 게임시장을 상당부분 탈환하고 있다. 이미 MMORPG는 중국 게임이 본토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위험천만한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8년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위메이드 상하이 법인 최기철 대표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 가능성의 대륙, 한국 게임 점유율은 하락중

 

최기철 대표는 성공전략을 소개하기에 앞서 중국 게임시장의 상황을 되짚었다. 현재 중국 게임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인터넷의 보급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인프라가 개선된다면 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전체적인 파이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한국 온라인 게임의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자국의 개발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 게임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은 판호 규제 등 갖가지 노골적인 방법으로 제한을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해커들은 상당히 극성스럽다. 최 대표는 위메이드의 대표작인 <미르의 전설2>의 불법서버 현황을 소개하며 불과 1년여 만에 13천여 개의 불법 서버가 개설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국 게임웹진인 17173의 설문조사 자료를 인용하며 중국 게이머들 중 75%가 매크로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부주와 아이템 거래 등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온라인 게임 개발사의 입장에서 겪을 법한 모든 악재들이 모여있는 중국시장. 이곳에서 오랫동안 악전고투하며 경험을 쌓아온 최기철 대표는 전쟁 준비를 잘해야 한다.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여부가 중요하며, 그것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게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불안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게임 내에 마련하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이 갖고 있는 여러 악재들을 비롯한 특성을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파트너는 믿지 말고, 계약서는 꼼꼼하게

 

아무리 내부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현지 서비스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최 대표는 적합한 파트너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트너를 선정하는 주요 기준은 신뢰도나 투명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뒤쪽으로 미뤄도 된다. 솔직히 믿을만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상장 업체라면 나름 투명할 수 있겠지만 중국 업체로부터 신뢰도는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신뢰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고를 만한 업체가 없다.

 

국내 게임사의 기본적인 중국 시장 진출 모델. 

 

최기철 대표는 무엇보다 마케팅과 운영능력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뢰도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그나마 능력이라도 검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믿을 수 없는 파트너와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 최 대표는 부족한 신뢰도를 보완하기 위해서 계약서를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파트너와 문제가 생기면 계약서를 기반으로 풀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의 특성상 굉장히 계약을 서두르기 때문에 용어나 문구와 같이 민감한 부분에 신경을 덜 쓰는데 이게 나중에 화근이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한 단어를 놓고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서를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점은 당사자들끼리 심도깊은 논의를 거친 뒤다. 최 대표는 한국인들은 계약서 작성 시점에 상대를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퍼블리싱 계약에서 로열티나, DB의 활용, 인허가, 게임의 운영시기 등 민감한 부분은 너무나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들이다. 

 

그는 또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의 인허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하고, 게임의 운영시기를 명시하여 게임이 서비스도 못하고 좌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해킹 시도, 심각하다 못해 끔찍할 정도

 

적당한 파트너를 구했다고 해도 중국의 극성스러운 유저를 상대하기란 무척 힘들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각종 버그를 악용하는 유저들이 넘쳐나는 곳이 중국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문제들이 현지에서 발견되기는 경우도 흔하다. 최 대표는 <미르의 전설2>을 서비스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제일 좋은 것은 한국의 개발자들을 데려다가 상주시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 양국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너무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서비스사를 통해 문제를 걸러내는 과정을 거쳤지만 이것도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태스크 포스 팀(FTF)을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의 해커들이 호시탐탐 한국의 온라인 게임 기술을 노리고 있으며, 가끔씩 해킹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그의 말은 꽤 흥미를 끌었다.

 

사실, 게임 쪽은 보안 부분이 많이 취약하다. 기본적으로는 내부 직원들에 의한 유출이 많다. 이를 막기 위해서 개발자의 인터넷 접속을 끊어놓거나, 철저한 기업의 경우 공항처럼 검색대를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이건 마인드 문제다. 계속해서 보안의식을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MMORPG 분야에서 한국 게임들의 위상은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최대표는 현지의 파트너사가 시도하는 해킹도 심각한 문제라고 털어놨다.

 

현지 게임업체와 파트너를 맺으면 기술 유출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많은 게임업체들은 타사 의 게임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데 때때로 굉장히 심각한 수준까지 하기도 한다.

 

이어서 그가 소개한 일화는 충격적이었다.

 

한 보안업체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게임사에 접근해서 보안 서비스 계약을 권유했다고 한다. 평소 사내 보안에 철저했던 이 게임사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업체가 접근하자 의심을 품고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자 그 업체는 하드 디스크를 한번 점검해보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하드 디스크에서 수상한 폴더를 발견했는데 그곳에 내부 서류 파일이 있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들에게 접근했던 보안업체는 중국 게임사와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를 지속적으로 해킹해 왔던 것이었다. 최대표는 현지 보안업체를 고용한 중국 개발사의 한국 게임에 대한 해킹시도가 많다고 경고했다 

 

 

법적인 문제에서는 원칙을 지킬 것

 

최근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가운데 임금을 체불하고 임원들이 야반도주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 대표도 이런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으며, 현지 인력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인력관리 부분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어떤 업체든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11일부터 새로운 노동법이 실시됨에 따라 고용부담까지 가중됐다. 10년 이상 고용하거나 3번 이상 계약을 갱신하면 종신고용에 들어간다. 그러나 원칙대로 하면 괜찮다. 실제로는 직원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5년 이상 같은 회사에 있는 경우가 잘 없다. 그런 계약을 안하고 그냥 일만 시키다가 갑자기 계약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그가 몸담고 있는 위메이드처럼 현지에 법인을 만들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물론 올해부터 중국정부가 외자 기업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최 대표는 게임 개발사와 같은 하이테크 산업 쪽의 기업은 잘 찾아보면 받을 만한 혜택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부족한 중국 기업들을 상대하기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중국 기업들의 표절행위는 산업 전반에 걸쳐 모두 일어나고 있을 정도다. 최 대표는 지적 재산권을 중국 현지에서 빠른 시간 안에 등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 지적재산권을 등록하는 것이 좋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에 대한 문제다. 가능하면 미리 해놓는 것이 좋다.

 

 

살아남고 싶다면, 뭉쳐야 한다

 

중국에서 같은 영역을 두고 사업을 벌이는 업체들, 그들 사이에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 대표는 경쟁업체라는 인식보다 동반자라는 유대감을 강조했다. 중국이라는 척박한 사업환경에서 서로간의 정보교환은 필수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다른 기업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현지에 진출한 업체를 만나 꼭 이야기를 나눠보라.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상하이의 게임 업체 관계자들은 모임을 구성해서 자주 만나는 편이다.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비슷한 고충들을 안고 있다. 그 자리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정책을 세울 때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한다.

 

최 대표는 중국 현지에서 한국 게임업체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기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업체들 사이에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하며, 자신이 기꺼이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각자 따로 사업을 벌이면 모두 실패한다, 가능하면 뭉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

 

폐쇄적인 중국 정부와 믿을 수 없는 현지 파트너, 극성스런 해커들 사이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잔뼈가 굵어온 최기철 대표, 그의 마지막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