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표결 결과를 발표하던 김남주 대표(의장)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흥분한 주주들은 경호업체 직원들이 몸으로 쳐놓은 ‘저지선’을 몸싸움으로 뚫고 의장석으로 난입했다. 놀란 김남주 대표와 임원진들이 구석으로 피신한 가운데 10분 가량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이 지속됐다. 험악한 살풍경, 그 자체였다.
웹젠의 제8회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가 경호업체 직원들과 주주들의 몸싸움, 난투극까지 벌어진 가운데 마무리됐다. 웹젠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이러다 무슨 일 벌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조바심이 주총 내내 지속됐다.
28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늘봄공원 예식장에서 열린 주총은 소액주주 연대의 위임장 400여 건이 개최 직전에 들어오면서 1시간 가량 시작이 지연됐다. 기다리는 동안 참석한 주주들의 고함과 항의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김남주 대표(의장, 오른쪽 사진)와 임원진이 입장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결국 반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총이 시작되었고 김남주 의장은 안건 표결을 계속 진행했다. “이야기를 할 기회를 달라”며 항의하던 주주들은 첫 번째 안건의 표결이 강행되자 ‘김남주 의장 불신임 표결’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의 의결권(주식)을 확보한 웹젠이 표결을 진행하자 장내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일부 주주들은 볼펜과 휴대폰, 책 등을 경호업체 직원에게 던지는 등 살벌한 풍경을 연출했다. 경찰 2명이 주총장에 나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웹젠 의장단이 계속 표결을 강행하며 외부 세력의 경영권 개입을 차단하는 결과가 쏟아지자 다수의 주주들이 의장석으로 진출하려고 몸싸움을 시작했다. 흥분한 주주들은 경호업체 직원들과 멱살잡이을 하면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이 계속되면서 직접 투표권을 가진 참석 주주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주총은 ‘파행’ 속에 진행됐다.
가장 첨예했던 안건인 ‘이사진 선임에 대한 정관 변경’과 ‘새로운 이사 선임’이 모두 웹젠에 유리하게 표결되자 주주들은 의장석을 향해 돌진했고, 급기야 의장석을 검거하며 기물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꿋꿋이 안건 표결을 진행하던 김남주 대표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구석으로 피신해야 했다.
이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주주들은 회장 밖으로 나가 경호업체 직원들과 난투극을 벌였다. 오랜 시간 계속된 몸싸움과 주먹다짐 속에 밀려서 넘어지고, 맞으면서 부상을 입는 경호업체 직원과 주주들이 늘어났다. 얼굴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주주도 있었다.
계속되는 적자와 차기작의 흥행 실패로 소액주주들의 불만과 외부 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 선언 등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웹젠은 사상 최악의 주총을 치러냈고, 결국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게임업체 주총 사상 유래 없는 난투극까지 겪으며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
/취재=이재진 기자, 사진=박상범 기자
안건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호업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주주들.
중앙 통로를 통해 의장석 진입을 시도하는 주주들.
의자에 올라서 격렬하게 항의 하는 주주들과 저지선을 형성한 경호업체 직원들.
10분 가량 주주들에게 점거당한 의장석의 테이블이 무너져 있다.
굳은 표정으로 주주총회를 진행한 웹젠 임원과 감사진. 오른쪽 끝이 김남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