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의 견제 속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웹젠이 차기작 <APB>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대작임에는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됐고,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웹젠은 28일 제 8회 정기 주주총회 영업보고서에서 “2007년 12월31일 현재, 리얼 타임 월드(Real Time Worlds, 이하 RTW)와 (APB에 대한) 기존 계약을 종결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여 기존의 계약 내용을 변경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향후 <APB> 게임에 대한 라이선스 및 퍼블리싱 판권에 관한 권리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APB>는 <레밍스> <그랜드 세프트 오토>(GTA)를 개발했던 데이빗 존스(David Jones)가 설립한 RTW에서 개발하는 MMO 액션 게임이다. 유저들은 갱단(Criminal)과 경찰(Enforcement) 두 진영 중 하나를 선택에 다른 유저들과 치열한 대립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PC와 Xbox 360용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두 플랫폼 모두 웹젠이 전세계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 판권을 포기하고 실리를 챙기는 것도 ‘대안’
그렇다면 웹젠은 RTW와 <APB>에 대한 재계약을 어떤 방식으로 맺게 될까? 웹젠의 관계자는 “아직 재계약을 마무리 짓지 않아 어떻게 바뀐다고 말하기 힘들다. 다각도로 검토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현재 관련 게임업계에서는 웹젠이 <APB>의 라이선스(지적재산권)는 유지하되 글로벌 판권은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럴 경우 퍼블리싱 판권을 개발사인 RTW에 넘기는 대신 초기에 지급한 로열티의 일정 부분을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
웹젠의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금의 일부를 회수하면서 앞으로 투입될 개발·런칭 비용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또, <APB>가 새로운 퍼블리셔를 찾거나 수익을 낼 경우 보유한 지적재산권에 의거해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APB>는 <레밍스>와 <GTA>를 만든 데이빗 존스의 첫 MMO 도전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GDC 08에서 보여준 그래픽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플레이영상은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것어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웹젠은 현실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주총회의 고비는 넘겼지만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질 경우 외부 공격과 투자자들의 항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APB>가 기대작이고 중간 결과물이 좋긴 하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나 크고 흥행도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MMOFPS <헉슬리>와 MMORPG <프로젝트 T>도 전 세계에서 런칭해야 하는 기대작이다. 현재로서 웹젠이 <APB>를 아예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어떻게 현실적으로 재계약을 할 것인지, 쉽지 않은 선택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데이빗 존스의 GDC 08 강연 자료 중 나온 <APB>의 캐릭터 렌더링 모습.
데이빗 존스는 <APB>의 개발에 3천만 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