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아이핀(i-PIN)의 도입을 의무화 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게임, 넷마블, 피망, 넥슨닷컴 등 게임포털에서의 의무화 시행은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사실상 제외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를 위해 일일방문자수 10만 명 이상 사이트 210곳에 아이핀(i-PIN) 제공을 의무화하는 ‘인터넷상 개인정보 침해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형 게임포털을 비롯해 인기 온라인게임의 홈페이지도 대부분 포함된다.
하지만 아이핀으로는 전자상거래를 할 수가 없어 게임업계가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이번 의무화에서 게임업계는 사실상 제외 된 것이나 다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으로 게임업계와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어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아이핀의 게임업계 도입은 정보통신부 시절에도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제를 해야하는 전자상거래 문제로 게임 업체들은 제외된 바 있다.
※ 아이핀(i-PIN)은 2005년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마련한 제도로,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하여 본인임을 확인받을 수 있는 사이버 신원 확인번호이다.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생년월일, 성별 등의 정보를 갖지 않으며 언제든 변경 가능하며, 아이핀을 적용한 사이트에서는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 결제 위해서는 여전히 주민등록번호 필요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아이핀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 역시 고스란히 업체에게 전가되는 관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관리비 이중으로 발생, 게임업계 도입 꺼려
아이핀 도입을 검토했었던 중소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할 경우 본인인증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과 아이핀을 통한 검증 비용은 거의 비슷하다. 비용 문제 때문에 아이핀 도입을 꺼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민등록번호와 아이핀, 두 가지 창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리비가 이중으로 드는 구조가 문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질적으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핀과 같은 대체수단만으로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아이핀과 같은 대체수단 도입을 꺼릴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밝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종필 사무관은 “정부 입장에서도 정통부 시절에는 주민번호를 완전 대체한다고 했었지만, 지금은 100% 대체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결국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아이핀과 같은 주민번호 대체수단 도입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기반(인프라)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게임 업계에서 개인정보 보안을 위한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 도입을 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IT업계에서는 아이핀 도입 의무화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규제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아이핀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휴대전화인증, 직접대면 등의 절차가 필요해 아이핀 역시 개인정보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아이핀은 또다른 주민등록번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길드워> 가입시 아이핀을 활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