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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러시아 텔레그램 차단의 나비효과, 게임 업체까지 덮치다

아마존과 구글 클라우드 서버 접속까지 차단에 나선 러시아 정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임상훈(시몬) 2018-04-18 11:07:01

러시아 인터넷에 난리가 났습니다. 게임 회사들도 비상 상황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텔레그램' 접속 차단 조치에 나섰는데, 불똥이 거기까지 튀었기 때문이죠. 아마존과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까지 접속 금지 조치가 내려졌으니까요. 그러자 한 달간 공짜로 서버 호스팅을 제공하겠다는 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상황 전개가 참 스펙타클합니다. /시몬(임상훈 기자)

 

1. 텔레그램, 러시아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다

 

일단 러시아 개발사가 만든 텔레그램의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카카오톡 등 일반적인 메신저와 달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암호화해 보안성을 높인 앱이죠. 덕분에 테러방지법(2016년) 등 카카오톡이나 라인의 검열 논란이 있을 때마다 국내에서도 ‘사이버 망명지’로 언급되는 곳입니다. 전 세계 약 1억 7,000만 명의 유저 중에 우리나라 정치인도 꽤 들어있죠. 

 


트럼프의 거시기한 동영상 보유가 의심될 정도로 정보에 관심이 많은 러시아 정부는 이게 못마땅했습니다. 러시아 정보기관 FSB(연방보안국)는 2016년 7월 텔레그램을 비롯한 모든 인터넷 정보 사업자에게 온라인 통신 암호 해독 자료를 제공하도록 명령했죠. 암호화된 메시지가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요.

 

텔레그램은 거부합니다. 보안성은 텔레그램의 최대 장점이니까요. FSB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모스크바 구역 법원은 2017년 10월 텔레그램에게 80만 루블(약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라고 판결했습니다. 

 

텔레그램은 과태료 납부를 거부했습니다. 상급 법원 항소했습니다. 졌습니다. 대법원 상고까지 갔지만 결국 기각당했습니다. 그렇지만 암호 해독 키 제공 요구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죠. 

 

 

2. 접속 차단에 나선 러시아 정부, 우회로를 찾은 텔레그램 

 

푸틴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불도저’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가만히 있거나, 텔레그램에게 시간을 줄 러시아 정부가 아니죠.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 러시아 통신감독 기구)는 모스크바 구역 법원에 'FSB의 요구를 계속 거부한 텔레그램의 서비스를 차단해달라'고 청구했고, 법원은 4월 13일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즉각 텔레그램 접속 차단 조치에 나섰죠.  

 

 

텔레그램도 방어에 착수했습니다. 정부 당국의 접속 차단 조치를 우회하기 위해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의 서버를 이용하기 시작했죠. 글로벌 기업인 만큼 러시아 정부가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겠죠. 덕분에 텔레그램은 지난 주말 동안(4월 14~15일) 러시아 정부의 제재를 피해 유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유저가 소셜미디어에서 로스콤나드조르의 결정을 비웃었죠. 

 

 

3. 러시아 정부 강수를 두다

 

그러자 통신감독 당국은 4월 16일부터 더 센 조치를 취합니다. 러시아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들에게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 IP 주소를 차단하라고 명령한 거죠. 러시아 유저들의 해당 IP주소 접속을 허용하는 회사는 사업을 막아버리겠다고 엄포까지 놓으면서 말이죠. 

 

(지금쯤 VPN을 통해 우회하는 방법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죠? 러시아 정부는 만만치 않습니다. VPN 서비스도 관찰 중이라고 했습니다.)

 

현지 소식을 전하는 매체에는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의 IP 주소 180만 개 막혔다는 기사가 4월 17일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기사에는 차단된 IP 주소가 1,600만 개까지 늘어났다고 업데이트하기도 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2,000만 개까지 늘어났습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차단하는 IP 주소를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아래는 공식적으로 차단되는 IP 주소를 추적해서 정리하고 있는 그룹의 웹사이트입니다.

 

//2018.schors.spb.ru/ 

 

 

4. 게임 서비스까지 불똥이 튀다

 

그런데, 아마존 웹서비스와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회사는 텔레그램만 있는 게 아니죠.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아마존과 구글을 이용하고 있는 회사들이 무척 많습니다. 국내 다수의 모바일게임과 애플리케이션회사들도 마찬가지고요.

 


 


 

러시아 유저들에 따르면 현재 많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앱, 암호화폐 서비스 등이 막혀버렸다고 합니다.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에 오른 게시물을 보면, <길드워 2>(엔씨소프트)나 <베인글로리>(슈퍼이블메가코프), <스플래툰 2>,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닌텐도), <건스 오브 붐>(게임인사이트) 등의 접속이나 멀티 플레이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Viber 같은 메신저 서비스도 엉망이 됐다고 하고요.

 

VPN을 통해 우회하는 방법이 아직까지는 남아 있지만, 네트워크 속도가 너무 느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5.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아마존과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와 경쟁하는 러시아 쪽 서버 호스팅 및 CDN 업체에게는 현재의 상황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월드오브탱크>의 글로벌 서버 호스팅 업체로 유명한 G-core도 재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G-core는 “이번 제재 조치로 피해를 보는 업체들에게 한 달 동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니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다른 조건은 없다. 한 달 동안 무료로 이용해보고 떠나도 된다. 일단 게임을 다시 살리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우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지 판단하고, 결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한국어 통역도 지원한다.”

 

텔레그램 접속 차단 조치가 야기한 나비효과로 피해를 보는 업체들은 아래 링크와 이메일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www.gcorelabs.com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