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수 발표 후 사흘이 흐른 21일, 챙겨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티쓰리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만났다.
늘 기자들에게 활짝 웃어주던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도 간담회장에 들어선 이후에는 굳은 표정이었다. 티쓰리의 차기작 발표와 한빛 인수에 대한 비전 발표가 이어지는 도중에도 김 회장은 상념에 젖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이 ‘새 주인’ 티쓰리 김기영 대표에게 몰려들었다. 그 건너편으로 서너 명의 기자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김영만 회장의 모습과 대비됐다.
질의응답에서 다소 까칠한 질문을 던졌던 나를 보더니 김 회장이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잘 써주세요.” 예의 그 잇몸웃음을 짓는 김 회장. 그는 약속이 있다며 점심을 먹지 않고 자리를 떴다. 만감이 교차했던 간담회장에서 김영만 회장, 김기영 대표를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세간에서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이는 이번 결합이 그들의 ‘비전'대로 성공하기 위해선 ‘사람’과 ‘관계’를 챙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한빛소프트 임직원과 자회사, 관계사는 이번 인수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계획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서운함과 막연한 불안에 휩싸여 흔들리는 분위기. 이건 티쓰리가 보도자료에서 주된 '인수 이유'로 한빛의 퍼블리싱 서비스 조직을 꼽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김영만 회장은 “곧 티쓰리 김기영 대표와 한빛 임원, 팀장급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한빛 관계자로부터 “내일(22일) 그 자리가 마련된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2주 만에 진행된 다급한 결정 속에 ‘고용승계’나 ‘조직정비’에 대한 논의는 빠진 눈치였다.
티쓰리 김기영 대표는 “아직 (한빛 조직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파악하고 조직을 정비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질의응답 도중에 “작고 강한 조직을 선호한다”고 의미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역시 “유능한 분들과 조직은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최적화’ 과정에 대한 암시를 주었다.
김영만 회장은 새로운 임원진이 활동을 시작하는 7월3일 이후에도 계속 출근해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어차피 대표이사 자리는 그간 공석이었는데 채워지는 것 뿐이다”는 말을 했다. 조직 구조로 보면 맞지만 사실 그 동안 김영만 회장은 ‘대표이사’였고, 그 역할을 해왔다.
한빛소프트의 대표이사는 앞으로 티쓰리 김기영 대표가 맡는다고 한다. 김기영 대표는 “내가 직접 맡아서 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한빛소프트 이사에 선임된 중국 더나인 박순우 부사장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업무를 본다고 한다. 김기영 대표는 “(박순우 신임 이사가) 아예 한국에 와있는 그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영만 회장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김영만의 색깔’로 칠해졌던 한빛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상은 가능하다. 김기영 신임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진이 어떤 색깔로 한빛을 칠해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티쓰리와 한빛의 결합은 마냥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일은 아니다. 양사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지점과 계획은 분명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시너지 효과에만 집중하기엔 시선이 분산되는 이슈들이 적지 않다.
우선 인수 발표 이후 갖가지 말들이 나왔다. 인수 배경을 둘러싸고 의문점들이 제기되면서 모양새가 썩 좋지 못하다. 다급하게 내려진 결단. 앞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사람’보다 비즈니스만 너무 앞서나갔다는 사실이다. 헝클어진 마음과 관계를 정돈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다. 너무 늦지 않게, 차근차근 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