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 코드가 적용된 ‘한국판 Wii’에서 불법 복제된 타이틀을 구동시킬 수 있는 해킹 칩이 등장했다.
해킹 칩 제작팀 D2Pro는 지난 23일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판 Wii에서 복제 타이틀의 구동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현재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커뮤니티에는 한국판 Wii에 해킹 칩을 장착해 복제된 <스윙골프 팡야! 2nd 샷>을 구동시키는 영상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나온 해킹 칩은 복제된 한국판 Wii 타이틀의 구동만 가능하며, 아직 다른 지역의 코드로 출시된 Wii용 타이틀의 구동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신형 D2Pro 해킹 칩은 일부 물량이 국내에 유입되어 게임전문 상가와 인터넷을 통해 10만원이 넘는 고가에 은밀하게 판매되고 있다.
◆ 고가에 장착도 까다로워 영향력은 미비한 수준
한국판 닌텐도 Wii를 겨냥해서 만들어진 해킹 칩은 장착하기 위해서는 Wii 본체를 열고 납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반 소비자가 직접 장착하기 힘들고, 본체 파손 위험성도 있는데다가 칩의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닌텐도DS의 불법 복제용 카트리지가 구입해서 파일을 넣고 꽂기만 하면 구동됐던 것과 비교할 때 접근성은 현격하게 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이 좋아지고 가격은 떨어진 해킹 칩들이 유입될 경우 정품 유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해킹 칩은 국가 코드는 뚫지 못하고 복제된 한국 코드의 Wii용 타이틀만 돌릴 수 있어 비용을 들여 한글화를 진행한 퍼블리셔들만 불법복제의 피해에 노출된 상황이다.
◆ 유저와 관계자들 “한글판 타이틀 줄어들까 걱정된다”
한국닌텐도는 한글판 정품 타이틀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에서 발매된 타이틀만 구동되는 ‘한국 코드’를 채택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때문에 기존에 일본어판 타이틀을 갖고 있던 사람이나, 일본에서 나오는 신작을 빠르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한국판 Wii의 구입을 망설여왔다.
여기에 한국판 Wii 발매 한 달만에 불법 복제를 위한 해킹 칩이 등장하면서 한글판 타이틀의 불법복제가 가능해졌다. 결국 한국판 하드웨어 정품 시장도, 한글판 타이틀 정품 시장도 활성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한 유저는 “언젠가 해킹 칩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좀 빨랐다. 정식발매 초기에 음성적인 시장만 커져서 한글판 타이틀이 줄어들까 걱정된다. 한국판 Wii가 게임큐브 타이틀 구동 불가와 해외 발매 타이틀까지 못 돌리게 한 것이 해커들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게임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착과 불법복제의 과정이 까다롭다고는 하지만, 닌텐도DS 처럼 핵심 유저 사이에서 해킹 칩이 성행하면 결국 일반 유저까지 분위기가 옮겨가면서 복사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 한글화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이러다가 한글판 타이틀이 줄어들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Wii용 해킹 칩은 장착을 해주거나, 신제품에 장착해서 팔아야 하는 등 유통 경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닌텐도가 강력한 단속 활동을 펼칠 경우 확산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코드까지 채택하면서 한글판 시장을 확보하려고 했던 한국닌텐도의 빠르고 강경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에 유포된 한국판 Wii 해킹칩 구동 영상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