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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네오위즈가 찾은 ‘숨겨진 길’ 히든패스에 가다

네오위즈게임즈가 투자한 북미 개발사 히든패스 탐방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08-06-04 20:18:23

네오위즈게임즈가 단단히 채비를 갖추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면밀하게 검토해온 북미 지사 ‘네오위즈 게임즈 Inc.’(Neowiz Games Inc.)를 설립했고, 북미 베테랑 개발자들이 설립한 개발 스튜디오 ‘히든패스 엔터테인먼트’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습니다.

 

투입된 자금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북미 지사 자본금 약 30억 원을 전액 출자했고, 히든패스에 (확보한 지분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47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도합 77억 원.

 

네오위즈게임즈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언뜻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엔씨소프트는 리차드 게리엇을 영입해서, 넥슨은 알렉스 가든을 영입해서 북미 시장 공략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그렇다면 히든패스도 네오위즈게임즈에게 같은 의미일까요?

 

히든패스가 궁금해졌습니다. 마침 TIG 취재팀은 지난 5월 중순 시애틀에서 열린 ION 컨퍼런스의 공식 미디어로 초청을 받은 상황. 히든패스 역시 시애틀에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던 지난 5월 중순, 꼬불꼬불 숨겨진 길을 따라 히든패스를 찾아갔습니다. /TIG 특별 취재팀=임상훈 기자, 이재진 기자, 김재권 기자


 

■ 네오위즈가 필요한 것은 인적자원과 컨텐츠

 

네오위즈게임즈의 히든패스 지분 투자. 엔씨소프트의 아레나넷 투자에 이어 오래간만에 들려온 국내 대형 게임사의 미국 개발사 투자여서 관심을 모읍니다. 그 일선에 있는 사람이 바로 네오위즈게임즈 서원일 해외사업 총괄 본부장입니다.

 

서원일 본부장(오른쪽 사진)은 5월12일 ION 컨퍼런스 08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북미 진출 전략을 언급했습니다.

 

한국 게임업체가 높은 장벽을 넘어 북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네오위즈게임즈도 북미 게임 개발사 히든패스에 투자를 하고 파트너쉽을 맺으면서 훌륭한 인적 자원과 컨텐츠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북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게임업체가 북미지역에 지사를 설립했을때 가장 큰 걸림돌은 네트워크, 즉 인맥쌓기과 관계맺기입니다.

 

아무래도 북미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현지 게임업체나 개발사와 접촉하는 것부터가 숙제가 됩니다. 일단 회사 소개부터 하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죠.

 

TIG 취재팀을 환한 웃음으로 맞아준 히든패스의 식구들은 미국 게임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리차드 게리엇같은 스타급 개발자는 아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더군요.

 

히든패스 개발자들이 과거에 참여했던 게임들의 패키지가 사무실 입구에 전시되어 있었다.

 

 

■ 만들고 있는 캐주얼 게임은 대작을 위한 준비

 

히든패스의 설립자이자 리더(CEO)인 제프 포브스트에게 스튜디오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그는 히든패스를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 시에라 온라인, 앙상블 스튜디오 등 여러 게임사에서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베테랑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한 소규모 독립 개발사”라고 설명했습니다. TIG가 방문했던 5월 중순에는 20여 명의 개발진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프 포브스트 대표를 포함한 4명의 공동 창업자들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퍼스트 및 서드 파티 개발사들을 총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히든패스에서 개발해 출시한 게임은 2개. 모두 Xbox360 라이브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차기작도 3개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제프 포브스트 대표는 올 여름 출시 될 Xbox360 라이브 아케이드 게임 <디펜스 그리드: 더 웨이크닝>와 아직 밝힐 수 없는 대형 타이틀(AAA)까지 3종의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출시했고, 지금 만들고 있는 콘솔 게임이 모두 온라인 다운로드로 판매되는 게임이더군요.(Xbox360 라이브 아케이드 게임) 공동 설립자이자 기획을 총괄하는 마크 테라노(오른쪽 사진)는 복잡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북미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히든패스 개발진은  상대적으로 스케일은 작지만, 대형 게임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그래픽으로 승부한다면 캐주얼 게임의 전망은 굉장히 밝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Xbox 시리즈의 성공 때문에 북미 유저들이 패키지뿐만 아니라 다운로드 방식의 게임에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습니다.

 

마크 테라노는 “먼 미래에는 모르지만 당분간 히든패스는 소규모 게임에서 실험적인 기술을 적용해볼 것이며, 패키지보다는 다운로드 방식의 게임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히든패스의 개발 노선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현재 히든패스에서 만드는 캐주얼 게임은 앞서 언급한 대형 타이틀(AAA)을 위한 실험이기도 하다는군요. 게임 소재가 아니라 재미의 구현이나 온라인 멀티플레이(라이브 아케이드는 멀티플레이 중심) 부분에 있어서 일종의 검증이라는 것입니다.

 

히든패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 플랫폼 XNA로 만든 <컬처>.

무료 데모 형식으로 공개되어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 존중과 신뢰, 그리고 비전으로 맺어진 관계

 

그들의 개발 비전과 계획을 듣고 있자니 네오위즈게임즈가 투자한 47억 원의 쓰임새가 궁금해졌습니다. 당연히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겠죠. 그래서 네오위즈게임즈와 인연을 맺계된 계기부터 풀어나갔습니다.

 

히든패스를 만든 4인방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OGDC(온라인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만난 에릭 베스키(고페츠 창업자)의 소개로 네오위즈게임즈를 알게됐다고 합니다.

 

제프 포브스트 대표는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고, 특히 PC방을 가보고 나서 한국 시장에 대해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그들은 네오위즈게임즈의 실무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서로의 관심이나 전략이 상당부분 맞아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말과 생각이 잘 통했다는 거죠. 그 인연은 결국 네오위즈게임즈의 히든패스 투자로 이어지게 되었죠.

 

북미 개발사와 한국의 대형 퍼블리셔가 만나 인연을 맺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관심과 전략이 어떤 지점에서 맞닿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제프 포브스트 대표는 기본적으로 서로 배우려는 자세가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히든패스보다 몇 배나 큰 회사인데도 항상 존중해주었다고 합니다. 제프 대표는 히든패스가 지금은 아주 작은 회사이지만 우리들의 꿈은 무척 크다. 네오위즈는 그런 부분에서 우리를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히든패스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높은 완성도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네오위즈게임즈도 세계 시장 전략을 수립하면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런 부분도 관계맺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왼쪽 끝부터) 아트 디렉터 데이브 맥코이, 제프 포브스트 대표, 마크 테라노 총괄 기획자.

세 명 모두 히든패스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지난 5월7일 Xbox360 라이브 아케이드로 출시된 파티형 퀴즈대결 게임 <위트&웨이저>.

Xbox 오피셜 매거진으로부터 리뷰점수 90점을 받으며 추천게임으로 인정받았다.

 

 

■ 콘솔 MMO? 네오위즈엔 서버기술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네오위즈게임즈가 히든패스의 게임들을 직접 서비스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답은 물론 ‘가능성 있다’입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미국 법인 네오위즈 게임즈 Inc.에서는 앞으로 히든패스의 개발사업을 총괄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히든패스가 내놓는 게임들이 대부분 Xbox360 라이브 아케이드 게임이어서 직접 퍼블리싱 할 이슈가 적지만, 앞으로 나올 차기작은 어떤 장르에 무슨 플랫폼인지도 밝히지 않았죠. 문득 히든패스가 앞서말한, 말할 수 없다던 AAA급 대형 타이틀이 떠올랐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많은 북미 개발사가 콘솔용 MMO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점에서, 앞에서 얘기한 미공개 대작은 어떤 장르의 게임인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프 포브스트 대표(왼쪽 사진)콘솔 MMO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서버 기술력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서버 이야기가 나오다니… 가능성이 게이지가 한 단계 올라갔습니다.

 

그는 콘솔 MMO라고 해도 전형적인 MMO에 가까운 것인지,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가까운 것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반문을 하더군요.

 

그의 말대로 현재 북미 개발자들은 온라인 멀티플레이에서 MMO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제프 대표는 앞서 언급한 미공개 대형 게임에 대해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꽤나 엄격하다. 기대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만나 본 히든패스는 게임을 사랑하고 개발이 좋아서 뭉친 베테랑 집단이었습니다. 네오위즈게임즈와의 관계 또한 돈독해보였습니다. 신뢰와 존중으로 다져진 양사의 협력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앞으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히든패스의 개발자 4명과 함께 한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올 여름 Xbox360 라이브 아케이드로 출시될 신작 <디펜스 그리드>의 로고 앞에서

TIG 손가락 포즈를 취한 제프 포브스트 대표와 마크 테라노 총괄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