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한 모바일 RPG <에픽세븐>이 긴 개발 기간을 깨고 3분기 출시된다.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는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에픽세븐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게임의 주요 특징과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최초 공개 당시 많은 기대를 받았던 <에픽세븐>이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는 더 많은 게임이 쌓였고 강점이었던 연출은 유저들의 눈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바일 시장의 중심이 수집형 RPG에서 MMORPG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픽세븐>은 무엇을 무기로 시장에 나선 걸까? 행사에서 있었던 주요 질의 응답을 정리했다.
왼쪽부터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대표, 강기현 대표, 스마일게이트 권익훈 본부장, 이상훈 모바일사업실장
# 자동 반복만 있는 모바일 RPG? 꾸준히 ‘새로운 탐험’ 제공하겠다
디스이즈게임: 오래 만들었다. 출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김형석: 너무 오래 개발해서 발표할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대충 3년 정도 만든 것 같다. 보통 이 정도로 만들면 게임이 갈아 엎어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에픽세븐>은 그런 것 없이 직진했다. 덕분에 퀄리티는 자신 있다.
다만 디렉터라 그런지, 론칭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런지 불안하고 초초하고 긴장된 마음이 가라 앉지 않는다. 제대로 된 소감은 론칭한 다음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강기현: 정말 오래 만들었다. 원래는 1~2년 내에 오픈하려 했다. 그래서 카페도 빨리 오픈했는데 벌써 3년이 흘렀다. 초기부터 우리 게임을 주목해 주시고 카페도 가입해 주신 유저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처음에 목표 퀄리티를 높이 잡고 타협 없이 달려 그런 것 같다. 스타트업으로서 선택하기 쉬운 길은 아니었다. 솔직히 힘든 일도 많았다. 그래도 처음 목표했던 것을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 냈다는데서 개인적으로 감격이다. 그동안 성에 안차는 작품도 많이 냈다. 하지만 <에픽세븐>은 누군가에게 당당히 '내가 정말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자신감이 재미로 연결될 수 있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게임 제목이 <에픽세븐>이다. 혹시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강기현: <에픽세븐>의 세계는 창조와 멸망이 반복되는 곳이다. 유저는 6번째 세계가 멸망하고, 7번째 시대가 시작된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이런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제목도 <에픽세븐>이라고 정했다.
2D 수집형 게임 유저들은 다른 장르보다 캐릭터의 매력이나 스토리를 더 따지는 편이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스토리 전달에 한계가 있는데다, <에픽세븐>은 신규 IP이기까지 하다. 이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김형석: 그래서 개발 초기부터 좋은 작가들을 모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일단 스토리가 좋고 캐릭터성이 좋아야 다음 단계(보여 주는 것)에 넘어갈 수 있으니까. 현재 우리 팀에 전임 작가가 둘 있다. <테일즈위버>, <드래곤네스트>, <마그나카르타>, <창세기전> 등 스토리 좋은 게임에 참여했던 이들이다.
이상훈: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 초기부터 신경써 준 덕에 퍼블리셔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일단 이런 콘텐츠는 읽는 것 만으론 요즘 유저들에게 전달이 힘들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등 보여주는 장치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스마일게이트)도 추가로 <에픽세븐> IP를 활용한 OSMU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IP를 어떻게 확장하려 하는가?
이상훈: 구체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 같다. 본격적인 것은 게임이 나오고 유저들이 어떻게 반응하나 확인한 다음 들어갈텐데, 아직 게임도 출시되지 않았으니까. (웃음) 아직은 라이트노벨이나 웹 애니메이션 등 IP 확장 콘텐츠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파악하는 단계다.
전략적인 턴제 전투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자동 전투와 수동 전투의 효율은 어떤가?
김형석: 최근 모바일 RPG에서 자동 전투 콘텐츠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특히 <에픽세븐>같은 수집형 RPG에선 거의 필수다. 때문에 우리도 기본적으로 자동전투는 지원한다.
하지만 턴제 전투는 기본적으로 선택이 굉장히 중요한 장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동으로 플레이하는 것의 효율이 더 높다. 개발하며 AI에 신경쓰기도 했지만, 그래도 고난이도 콘텐츠는 수동 전투를 권장한다.
물론 파밍 던전 등 자동전투의 효율이 더 높은 콘텐츠도 존재한다. 자동 전투가 있긴 하지만, 자동 전투용 콘텐츠와 수동 전투용 콘텐츠가 어느 정도 나눠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궁 등 '탐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내세웠다. 하지만 모바일 RPG는 대부분 콘텐츠를 반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자동전투도 이를 위한 장치고. 탐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더라도, 유저들이 이 느낌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까?
김형석: 예리한 지적이다. 확실히 탐험과 반복 플레이는 서로 반대 지점에 있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 때도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일단 미궁 외에 다른 콘텐츠에도서도 '탐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힘썼다. 예를 들어 월드맵도 일직선 진행이 아니라 여러 갈림길이 있어 유저에게 선택지를 줬고, 도시와 같은 우호 지역에서는 고전 RPG처럼 NPC들과 대화해 숨겨진 이야기를 듣거나 서브 퀘스트를 얻을 수도 있다.
탐험형 콘텐츠인 '미궁'도 고전 RPG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갈림길과 함정이 곳곳에 있고, 미궁 끝에는 강력한 아이템이 잠들어 있다. 다 깨려면 시간도 굉장히 많이 걸리고, 탐험하며 '사기' 등도 관리해야 한다. 말 그대로 생존에 신경써야 하는 던전이다. 이런 던전을 모바일에서 한번에 다 깨려면 엄청 힘들 것이다. 다시 깨려면 지루할 것이고.
그래서 유저한테 선택지를 줬다. 먼저 미궁은 진행 상황이 저장되기 때문에 유저가 언제든 게임을 자유롭게 멈출 수 있다. 또한 미궁 탐험 할 때 계속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유저는 처음부터 올클리어를 노리기 보단 '특정 지역' 클리어를 목표로 하게 된다. '오늘은 A 지역까지 가고, 내일은 B지역 클리어 해야지' 같이.
이런 식으로 플레이 경험을 쪼개 꾸준히 탐험하는 느낌을 주려 한다. 아마 미궁 하나를 다 깨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꾸준히 새 미궁을 업데이트하며 유저들에게 '새로운 탐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고. 물론 유저들은 항상 개발자들의 예상을 깨니 의외로 금방 고갈될 수도 있겠지. 이 부분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밖에 못할 것 같다. (웃음)
수집형 RPG는 캐릭터도 콘텐츠다. 앞서 캐릭터 하나 만드는데 5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앞으로 업데이트가 원활할까?
김형석: 업데이트 주기는 캐릭터 생산 시간과 관련 없을 예정이다.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도 좀 그러니. (웃음) 일단 주 단위 업데이트가 목표다.
그래고 캐릭터 제작 기간에 대해 잠깐 얘기하자면, 5개월이라는 기간은 관련 스토리 짜로 콘티 만들고 애니메이션, 포트레이트 제작 등을 전부 합한 기간이다. 이걸 아티스트 하나가 할 경우 그정도 걸린다. 그런데 현재 우리 회사에 아티스트가 30명 조금 넘는다. 멤버들이 잘 협업하고 스케줄 조율하면 캐릭터 생산 속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한 달에 3개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참고로 <에픽세븐>은 오픈 시점에서 캐릭터 100개, 몬스터는 200개 낼 예정이다.
# MMO 시대라고? 글로벌에선 2D 수집형이 더 경쟁력있다
<에픽세븐> 계약 규모가 100억 단위인 걸로 알려졌다. 요즘은 수집형 RPG보단 모바일 MMORPG가 대세인데, <에픽세븐>의 어떤 면을 보고 이런 대규모 계약을 했나?
이상훈: 전반적으로 3D 그래픽이 대세긴 한데, 2D를 잘하는 곳은 정말 드물다. <에픽세븐>과 슈퍼크리에이티브의 기술력을 봤을 때 틈새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정도 퀄리티의 2D 그래픽 게임 없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보면 의외로 MMORPG 비중이 적다. 한국에 비해 모바일 인프라가 떨어지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히려 글로벌에선 이런 2D, 수집형 RPG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엔진 이름이 '유나'고, 캐릭터 중에도 유나가 있다. 혹시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김형석: 강기현 대표와 10년 전쯤 MMORPG를 같이 만들었다. 그 때 강기현 대표가 팀 체팅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거 이름이 '유나챗'이었다. (웃음)
이후 <에픽세븐>을 만들기 위해 다시 뭉쳤다. 엔진 만들고 이름을 지어야겠는데 마땅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더라. 그래서 당장 기억나는 '유나'로 만들었다. 마침 유나라는 캐릭터도 게임에 있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2D 그래픽 관련해 유나 엔진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혹시 엔진을 스마일게이트 등 다른 회사에 사용 권한을 공유한건가?
강기현: 유나 엔진은 사업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퀄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만든 장치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외부에 공유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사 공유는 아직 생각 안했다. 지금은 게임을 최고의 퀄리티로 만드는데 집중하려 한다.
글로벌 론칭할 때 '스토브' 커뮤니티를 사용한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나?
이상훈: 스마일게이트 다른 작품처럼 스토브 유저 커뮤니티를 게임에 연동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네이버 카페 등으로 공략이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해외는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도 각기 다르고 인터넷 인프라도 좋지 않아 정보 접근성이 많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스토브로 게임 내에 유저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 하다. 우리도 커뮤니티에 유닛 도감이나 유저들의 사용 통계 등을 공개할 예정이고.
사업실을 보니 과거 <서머너즈워>를 흥행시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혹시 '포스트 서머너즈워'를 노리나?
권익훈: 게임, 아니 콘텐츠 산업 자체가 누가 흥행을 예측할 수 없는 곳 아닌가. 우리 역할은 좋은 게임의 성공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는 국내만큼 3D 게임, MMORPG가 강섹가 아닌데다가, <에픽세븐>은 타깃이 확실하고 저사양에서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게임이 글로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작 단계부터 이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하는데, <에픽세븐>은 이 부분에서 우리와 많이 고민했다.
솔직히 스마일게이트는 PC 온라인게임은 몰라도, 모바일게임 쪽에선 해외에서 띄운 작품이 없다. 잘 할 수 있겠나?
이상훈: 최근에 해외 마케팅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많이 영입했다. 당장 권익훈 본부장과 나부터가 과거 <서머너즈워> 해외 마케팅을 했던 사람이다.
게임이 아직 국내에도 나오지 않은 만큼, 글로벌마케팅을 어떻게 할지 말하는 건 시기상조일 것 같다. 다만 국내 유저들은 콘텐츠 소모 속도도 빠르고 게임도 깊이 보기 때문에 일단 국내 서비스에 집중하면 유저들의 패턴과 게임의 개선점을 빨리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걸 바탕으로 글로벌 마케팅도 준비해야겠지.
현재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글로벌 마케팅이라고 해서 바로 브랜드 마케팅을 할 생각은 없다. 일단 퍼포먼스 위주로 마케팅을 집행하고,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는 지역이 있다면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에픽세븐>의 글로벌 진출 국가와 지원 언어, 사양 등이 궁금하다.
이상훈: 서비스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체다. 언어는 게임의 스토리가 워낙 방대한 반면 우리 쪽은 4분기 글로벌 출시가 목표라 시간이 많지 않다. 일단은 영어와 중문 번체로 번역한 후, 이후 지원 언어를 확장하려 한다. 더빙까지 현지화할지는 모르겠다. 일단 '영어' 더빙까진 고민 중이다. 참고로 플랫폼은 안드로이드와 iOS를 같이 낼 예정이다.
강기현: 개발 초기에는 갤럭시 S3에서도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사양를 맞췄는데, 막바지에 퀄리티에 욕심을 좀 내서 지금은 갤럭시 S3로 돌리면 조금 끊김 현상이 있다. 글로벌로 낼 때는 저사양 모드를 따로 낼 예정이다.
최근 중국에서 서브컬쳐 콘텐츠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혹시 중국 진출 계획은 있는가?
권익훈: 중국에서 접촉하려는 업체가 많이 있다. 일단 니즈는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국내에 집중하려 한다. 글로벌과 중국은 슈퍼크리에이티브와 협의해 천천히 결정하겠다.
강기현: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회사다. 그래서 우리 기대도 크다. 빨리 론칭했으면 좋겠다.
혹시 뽑기 말고 다른 유료화 모델이 있는가?
이상훈: 뽑기와 행동력이 대표적일 것 같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행동력 쪽에서 수익이 나오는 건데,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