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리던 <매든 NFL 19> 대회에서 안타까운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美 e스포츠 대회 중 총기 난사 사고 발생 … 3명 사망, 11명 부상 (8.27 보도)] 현재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용의자를 포함한 3명이 사망했고, 11명이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로 미국 등 전 세계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EA는 해당 e스포츠 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미국의 주요 게임쇼도 전례 없는 e스포츠 대회 총기 난사 사고에 큰 충격을 받고 개선된 보안을 약속했다. 사고 현장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미국에 총기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플로리다 e스포츠 대회 총기 난사 사고 이후 미국의 모습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해봤다.
범행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용의자를 제외하고 이번에 사망한 두 명은 모두 <매든> 시리즈 전문 게이머였다. <매든> 대회 상위권을 놓치지 않던 두 명의 이름은 테일러 로버트슨과 엘리야 클레이턴. 트위치로 생중계되던 대회 영상에는 콘솔 컨트롤러를 쥔 채 환하게 웃는 고인의 몸 위로 총격을 위한 레이저 포인터가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레이저를 쏜 용의자는 대회에 참석했다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28일(현지 시각), 일렉트로닉아츠(E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총기 난사 사고에 대한 CEO 앤드류 윌슨의 성명문을 공개했다. (바로가기) 앤드류는 "무엇보다 <매든> 시리즈 게이머 로버트슨과 클레이턴이 사망한 것은 끔찍한 비극이다. EA는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을 테일러와 엘리야의 가족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프로게이머와 관중의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하기 위해 이번 대회 예선의 남은 3경기를 전격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와 같은 사고에 대처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 업계가 모두 손을 모아 이런 비극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번 사고에 블리자드, 베데스다 등 유수의 게임 회사, <오버워치> 리그 등에서 활동 중인 e스포츠 선수, 유튜브,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도 하나같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EA와 뜻을 함께했다.
한편, 게임 웹진 폴리곤은 "잭슨빌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대규모 게임쇼의 주최측이 보안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곤은 E3, GDC, EVO,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등 게임과 관련된 대규모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가 이번 사건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취재했다.
매년 E3를 개최하는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The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ESA) 관계자는 "E3는 매년 행사장에 금속 탐지기, 검문 직원 등을 배치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법률, 보안 자문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E3의 보안 시스템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게임 개발자 회의(Game Developers Conference, GDC) 주최 측도 "지난 주말 플로리다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며, 참석자의 안전에 지키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도 폴리곤과의 인터뷰에서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잭슨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에 깊은 슬픔에 빠져있으며, 현장에 있었던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본사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는 팬, 선수,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안전 및 보안 절차에 대한 수정 사항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모든 이벤트에 대한 보안 계획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시키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격투게임 대회 EVO의 대표 조이 구엘라도 "EVO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더 사고 예방에 힘쓸 것이다. 내년 'EVO 2019'에는 보안 인력을 늘이고 탐색을 강화하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현지 지역 언론은 사고가 발생한 플로리다주에 비통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플로리다에는 주 소재 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17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한 적 있다. 6개월 만에 플로리다에서만 두 차례 총기 난사 사고가 일어난 것.
더글러스 고교 사건 생존자와 지역 시민이 세운 단체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 소속 100여 명은 이날 "이 일상적 비극에 계속 맞서 싸우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뒤 유명 총기 업체 ‘스미스 앤드 웨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원래 26일 사고와 관계없이 나흘간 80km를 행진해 예정된 장소에서 집회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잭슨빌 사고 소식이 접한 뒤 크게 분노하고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플로리다 시민들은 27일(현지 시각) 잭슨빌 시청 앞에서도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사로 나선 한 시민은 "플로리다는 주법으로 총기 폭력을 막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참석자들은 29일 5시에 열리는 총기 난사 사건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뒤, 8시에 사고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사고 현장인 쇼핑몰 '랜딩' 근처에는 꽃이나 양초를 놓으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개브리엘 기퍼즈 전 애리조나주 하원의원 등 미국의 정치인들도 총기규제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기퍼즈는 지역구의 정치행사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인물로 지속적으로 총기 규제의 필요성에 관해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총기 규제를 원하는 미국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사고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총격 사건을 보고 받았으며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릭 스콧은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연방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소 트위터를 통해 본인과 행정부의 입장을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당시 트위터에 "게임이 폭력을 미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로 인해 괴물이 만들어진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월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엔 "게임과 영화의 폭력이 젊은이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며, 그들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 이후 백악관 공식 유튜브 계정은 게임 속 잔인한 장면을 편집한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라는 이름의 영상을 올렸다가 자진 삭제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장녀이자 아버지의 보좌관 직을 수행 중인 이방카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추가적인 정보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우리의 마음은 잭슨빌과 끔찍한 총기 난사 사고 피해자에게 가 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