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가 지난 1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토마스 위원장은 "IOC는 올림픽에 '폭력과 차별을 조장하는' 게임을 들일 수 없다. 생명을 죽이는 행위가 존재하는 게임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마스 위원장은 이날 자카르타·팔렘방 하계 아시안 게임 방문차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는 토마스 위원장에게 위원장 자신이 1976년에 몬트리올 올림픽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을 받은 사례를 예로 들며 검을 쓰는 스포츠엔 문제가 없느냐 되물었다. 이에 토마스 위원장은 "인류가 펼치는 모든 대결 스포츠의 근원에는 전쟁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대결 스포츠는 [죽음을 전제하지 않는] 문명화된 표현 방식을 쓰고 있다. 반면에 e스포츠는 게임 속에서 자아가 있는 대상이 죽기 때문에 올림픽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토마스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e스포츠 전체의 종목화 반대 입장이라기보다는 '죽이는 행위가 존재하는 게임'(killer games)의 올림픽 입성을 반대한 기존 입장의 재확인으로 해석된다. 토마스 위원장은 작년 8월에도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정신에 맞춰 비차별, 비폭력적으로 사람들 간의 평화를 증진해야 하며, 폭력을 비롯한 폭발과 살인이 포함된 비디오 게임은 종목에 선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토마스 위원장은 지난 7월 21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GAISF e스포츠 포럼'에 참석해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채택 가능성에 대해 "올림픽 프로그램 선정은 전통과 진보의 중도를 지켜야 한다. e스포츠가 올림픽에 들어오고 싶다면 이 규칙을 존중하고, 같은 철학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마스는 7월 포럼을 앞두고 e스포츠 간담회에서 한 프로게이머와 <피파 18>을 즐기기도 했다.
앞선 2017년 8월 IOC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지를 두고 논의를 펼친 바 있다. 당시 파리 올림픽 유치위원회 토니 에스탕게 공동 위원장은 "e스포츠 대표팀과 IOC를 만나 2024년 파리 올림픽에 e스포츠 종목 선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시 토마스 위원장은 "e스포츠 산업 자체가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단계이며, 선수와 규정을 아우를 통일 기구가 없다"고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도입에 신중론을 폈다.
7월 IOC e스포츠 포럼과 8월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시범 종목 시행 뒤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토마스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국제 스포츠계에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 지정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