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로 확률형 아이템 상품 논란에 불을 지핀 EA가 법정에 설 위기에 몰렸다.
11일 벨기에 현지 매체 nieuwsblad, Metrotime 등은 벨기에 브뤼셀 검찰과 현지 게임위원회가 EA에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기관은 EA의 <피파 18>과 곧 출시 예정인 <피파 19>가 벨기에 도박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소송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것은 <피파 18>과 <피파 19>에서 구입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얼티밋 팀 카드 팩'이다. 해당 상품을 구입하면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수를 무작위로 획득할 수 있다. 벨기에 게임위원회는 <피파 18>의 카드 팩 상품 뿐 아니라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오버워치> 등 소위 '전리품 상자'의 형태로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이 벨기에의 도박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벨기에 게임위원회가 정의하는 도박이란, 무작위성을 바탕으로 참가자 중 한 명 이상이 손실이나 이득을 취하고, 행위로 얻은 결과가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거나 혹은 도움이 되며 결과물의 크기가 좌우되는 모든 행위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의 요소인 게임, 베팅, 기회와 승패를 모두 포함하여 미성년자에게 악영향을 주므로, 해당 콘텐츠 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첨부되어 있다.
벨기에 도박법은 도박 요소에 엄격한 나이 제한을 둔다. 먼저 미성년자에게는 도박성이 있는 모든 행위가 일체 금지되며 18세 이상에게는 복권과 배팅, 21세 이상에게 카지노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 위 기준으로 봤을 때 유럽 게임 심의 기준(PEGI) 3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인 <피파 18>은 도박법을 어겼다는 유권 해석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구체적인 명문으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은 없다.
또한 벨기에의 조치가 화제가 된 5월, EA 앤드류 윌슨 CEO는 5월 컨퍼런스 콜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확률형 아이템에서 무엇을 얻을지 알고 있으며, 아이템이나 게임 속 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피파 18>과 함께 도박법을 위반했다고 지목된 게임은 벨기에 지역에 한해 확률형 아이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콘텐츠 접근을 제한했지만, EA는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고지한 것 외에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EA는 벨기에 게임위원회의 유권 해석에 따르기보다는 벨기에 법원의 구체적인 판결에 대비하는 방침인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가 논란이 된 지난해, 영국에서 청소년 이용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법으로 규제하라는 1만 명의 시민 청원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 사행산업위원회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환금성이 없다는 이유로 도박과 다르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다만 벨기에의 경우, 지난해부터 벨기에 법무부 코엔 긴스 장관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는 강경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어 영국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피파 18> 외에도 도박법을 어겼다고 지목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는 7월부터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전리품 상자를 개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NB 2K19>는 지난 8월 24일 유료 재화로 게임 내 랜덤 선수 팩과 유저 간 거래 콘텐츠를 삭제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8월 28일 유럽 공식 포럼을 통해 <오버워치>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벨기에 이용자들이 전리품 상자를 살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