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플레이어가 e스포츠 대회에서 처음으로 프로 게이머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인텔 블레이드&소울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드챔피언십)’ 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AI플레이어 ‘블소 비무 AI’가 유럽, 중국, 그리고 한국의 유명 프로 게이머들과 승부를 펼치는 이벤트전이 진행되었다.
이번 이벤트전은 처음부터 AI의 정체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며, 모든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프로 게이머들을 상대한 플레이어가 누군지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매치’ 형태로 진행되었다. AI 플레이어는 ‘Des_KnightJ’ 라는 캐릭터명으로 정체를 감춘 상태에서 유럽의 ‘니콜라스 파킨슨’, 중국의 ‘선 하오란’, 한국의 ‘최성진’ 선수와 각각 3판 2선승제 이벤트 매치를 펼쳤다.
이 중 유럽의 니콜라스 파킨슨과 선 하오란 선수는 AI를 상대로 각각 2:1, 그리고 2:0으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한국의 최성진 선수는 0:2로 패배했다. 이벤트 매치기는 하지만 AI 플레이어가 프로 게이머를 상대로 e스포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공수 밸런스 / 수비형 / 공격형. 3가지 AI가 프로 게이머들과 승부
AI 플레이어 ‘DesKnight_J’는 공수 밸런스형/수비형/공격형까지. 3가지 AI가 각각 니콜라스 파킨슨, 선 하오란, 최성진 선수와 경기를 치렀다.
실제로 첫 경기인 니콜라스 파킨슨과 AI간의 대결은 서로 간의 치열한 공방 속에 세트 스코어 1:1까지 갔지만, 마지막에 니콜라스 파킨슨이 콤보를 성공시켜 승리를 거둘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인 선 하오란과 AI간의 대결은 AI가 방어적으로 나선 탓에 선 하오란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몰아쳐서 비교적 손쉽게 2:0으로 승리했다.
반면 마지막 경기인 최성진과 AI간의 대결은 반대로 AI쪽이 기존의 <블레이드&소울>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하면서도 변칙적인 패턴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결국 최성진 선수는 이렇다할 손을 쓰지 못한 채 0:2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벤트전 종료 이후 엔씨소프트는 AI 플레이어의 정체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의 AI센터장 이재준 센터장은 경기 종료후 무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비무 AI는 엔씨소프트가 3년 6개월간 개발에 힘 쓴 AI로, 이용자들의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복 학습시키는 형태로 개발한 AI다”고 설명했다.
■ 알파고 제로와 같은 ‘자가 학습형’ AI
엔씨소프트의 설명에 따르면 비무 AI는 알파고 제로와 같이 스스로 대결하며 성장하는 AI다. 1주에 약 35만 게임을 스스로 치러서 학습하며, 올해 7월에 이르러서는 아마추어 고수 이용자들이 손대지 못하는 수준까지 그 성능이 올라왔다. 그리고 현재는 이번 이벤트전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프로 게이머와도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한 상태다.
하지만 비무 AI는 알파고와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실시간성’. 즉 상대의 반응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턴제로 번갈아 가면서 게임하는 바둑에서는 비교적 넉넉한 연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비무 AI는 실시간으로 모든 것을 연산해야하기 때문에 연산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그렇기에 아직도 완벽한 상태라고 할 수 없으며, 더욱 더 발전하고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
처음으로 펼쳐진 프로 게이머와 AI간의 진검승부. 종합전적에서는 AI가 패배했지만, 그 안에서 처음으로 AI가 프로 게이머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과연 AI 플레이어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