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최대의 게임 행사 '대구 e펀' 행사가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했다. 대구 e펀은 2001년 열린 e스포츠 대회를 기점으로 사작돼, 2006년 행사의 대표 이벤트 '도심 RPG'를 도입하며 지역 대표 게임 행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구광역시는 올해 e펀 2018 행사를 개최하며 어떤 것을 가장 많이 신경썼을까?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김다린 전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의 김다린 전임
디스이즈게임: 아무래도 지방이라고 하면 게임 관련 사업이 적다는 선입견이 있다. 실제로 게임사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있고. 반면 대구는 10년 넘게 e펀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 원동력이 뭐라 생각하나?
김다린: 아무래도 우리 게임사들 덕이 아닐까? 대구에는 의외로 많은 게임사가 있다. 공식적으로 시에 등록된 게임사 수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단순히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KOG나 라온 엔터테인먼트 같은 규모 큰 게임사도 여럿 있다. 최근엔 엔젤게임즈가 급격히 성장하기도 했다. 지난 해 구글플레이에서 화제가 된 인디게임 <인생게임: Life is Game>도 대구에서 탄생했고.
지역에 이렇게 게임사가 많으니 시에서도 자연히 힘을 얻고 게임을 지원하게 된다. 나 개인적으로도 e펀 행사를 담당하기 전 지역 게임 지원 사업을 담당했는데, 이번에 행사를 담당하며 일선 개발자들과 만나다 보니 지원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 (웃음)
확실히 올해 e펀 행사에는 과거에 비해 지역 개발사가 더 많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게임 개발이라고 하면 보통 수도권에서 진행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솔직히 말하면 나도 게임 관련 일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지역에 이렇게 많은 게임사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솔직히 절대적인 수만 보면 적은 것이 맞기도 하고. 수도권과 다른 지역을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수가 적다고 게임까지 나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만든 인디게임 <인생게임>을 보라. (웃음) 이렇게 우리 고장의 좋은 게임을 대구 시민 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른 지역(?) 게임 외에도, 지역게임 체험존이나 라이징 게임존 등을 만들어 대구 게임을 알리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지역색이 더 드러나는 것 같더라. 이런 변화가 e펀의 기조라고 봐도 될까?
너무 거창한 것 같다. 다면 e펀이 더 좋은 행사로 거듭나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해달라. e펀이 다른 곳에도 있는 흔한 게임 행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스타나 부산 인디 커넥트 같이 잘 알려진 행사도 아니지 않은가? e펀만의 무기를 계속 발견하고 가다듬어야겠지.
예를 들어 도심 RPG같은?
확실히 e펀을 대표하는 이벤트다. 국내 어떤 게임 행사도 도시 곳곳을 누비며 게임 하고 미션 수행하게 시키진 않을 거니까. (웃음) 도심 RPG는 우리도 많이 신경쓰는 이벤트다. 미션 수행 장소도 되도록 대구 시민들도 평소 가기 힘든, 하지만 알면 의미 있는 공간으로 선정하고 있고.
또 올해 도심 RPG는 미션에 VR/AR 게임도 추가해 게임 관련 이벤트로서의 색을 더욱 강화했다. 도심 RPG는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경우도 많은데, VR 게임을 많이 신기해하고 좋아해 주시더라. 사실 VR 게임방 같은 건 대구 시내에도 여럿 있는데, 행사 통해 알게 되는 분들을 보람이 느껴진다.
'갬프리카'라는 올해 캐치프레이즈도 재미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대구 게임 행사라는 확 살더라. 솔직히 공기관에서 여는 행사인데도 이런 파격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나와 놀랐다.
이전에 e펀을 담당하셨던 분의 아이디어다. 대구 사람도 대프리카, 대프리카 하는데 겜프리카라는 캐치프레이즈 쯤이야. (웃음)
관에서 여는 행사라고 해서 '게임의 성지', '게임이 날아오르다' 같은 무거운 캐치프레이즈를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이 즐기라고 만든 행사인데, 그렇다면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행사와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야겠지.
어제 e펀을 취재하러 돌아다니는데, 어머님들이 코스튬플레이 모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봤다.
나도 그 장면을 봤으면 좋았을걸. 그렇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는게 e펀의 목표다.
지역 게임에 대한 지원도 그렇고,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행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지역 문화 인프라를 갖추려고 하는 것 같다.
맞다. 우린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 행사 못지 않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 행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이머가 10대, 20대만 있는 시대는 아니니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있다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다양해지고 더 다양한 게임도 나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매년 e펀에 나오는 타이틀도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게, 아니면 타이틀들이 최대한 다양한 계층을 커버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