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모드 없는 최초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이하 블랙 옵스 4)가 10월 12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오픈 베타로 국내 첫 공개됐다. 싱글 모드가 빠진 자리에는 <블랙 옵스> 세계관에 등장한 캐릭터, 장소, 무기가 총출동한 배틀로얄 모드 '블랙아웃'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 한국을 찾은 조나단 모지스 트레이아크 선임 PD는 "캠페인 없어도 게임 자체로 재미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캠페인 모드가 없는 <블랙 옵스 4>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까? 또 시리즈 최초로 시도한 배틀로얄 모드 '블랙아웃'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을까?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린 블랙아웃 모드 오픈 베타에 체험해본 소감을 정리했다.
블랙아웃 모드는 오픈 베타 기준 최대 88명 규모로 진행됐다. 여러명이 공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지역으로 강하한 뒤 맵 위에 무작위로 뿌려진 각종 아이템을 파밍해가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 목표.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적을 적극적으로 죽이고 다닐 수 있고 적과 서클(자기장, 폭풍)을 피해 '존버'할 수도 있다. 게임 플레이는 1인, 2인, 4인 모드를 지원한다. 여기까지는 여타 배틀로얄 장르 게임과 유사하다.
오픈 베타에 참가하면서 느낀 <블랙 옵스 4> 블랙아웃만의 장점은 바로 다양한 종류의 공격 옵션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먼저 총기부터 살펴보자. 블랙아웃에서는 돌격소총(AR), 기관단총(SMG), 전술소총(TR), 경기관총(LMG), 저격소총(SR), 권총(HG), 발사기(Launcher), 산탄총(SG), 광선총(RG) 등의 총이 등장하며, 각각 조준경, 수직 손잡이, 추가 탄창 등 '총기 부착물'을 추가로 파밍해 장착할 수 있다.
블랙아웃에 등장한 총기의 종류, 발수, 대미지는 기존 <블랙 옵스> 시리즈에 등장한 총기의 스펙과 거의 같았다. 특히 블랙아웃엔 '광선총'도 나오는데 광선총은 실전 중 적 플레이어에게 쏘기에는 탄속이 지나치게 느렸지만 좀비 사냥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총기다. 광선총은 <블랙 옵스> 전작의 '좀비 모드'에서 좀비를 잡을 때 활용됐다.
부착물 중에는 6배율에 조준 시 저격 낙차까지 표시되는 '스나이퍼 스코프'의 기능이 압도적으로 좋았지만 드랍율이 낮아 자주 써보지는 못했다. 블랙아웃에서 총기를 2대 밖에 휴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서는 좋은 총을 잘 파밍한 뒤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다음은 운송장비. 블랙아웃에 등장하는 운송장비의 종류와 탑승 후 정리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지상]
카고트럭: 스쿼드(4인) 전원 탑승 가능. 보조석에는 탑승 안 됨. 후방 탑승자 전원 사격 가능. 느리지만 몸빵 좋음. 운전 체감은 <배틀그라운드>보다 부드럽지만 회전에 따라 쉽게 전복됨.
ATV: 2인승. 동승자 사격 가능. 빠르고 조작감 좋음. 벽이나 돌에 박아도 도무지 넘어지지 않음. 내구도가 있어 불에 타서 폭발하긴 함(운송장비 전 종류 동일). 운전자도 SMG로 사격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해상]
보트: 강가, 바닷가를 빠르게 이동 가능. <배틀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서클 좁아짐에 따라 후반부에 물이 포함되지 않으면 활용도 낮은 편. 모지스 PD는 해상전도 가능하다고 부각했지만 오픈 베타 기간 중 해상전 할 일 없었음.
[공중]
헬리콥터: 타기 쉽지 않지만 일단 타면 공중 시야 확보라는 압도적 우위 점함. 미사일 맞지 않는 이상 요격도 잘 되지 않음. 운전자는 공격할 수 없지만 동승자의 기총 공격은 대미지 강력함. 듀오나 스쿼드 플레이 중 운전자 죽었을 때 나머지 탑승자가 윙슈트로 탈출할 수 있어 좋음. 솔로 플레이 시에는 정찰, 이동 외에 할 게 없음. 요격되지 않는 이상 하늘 위에서 '존버'할 수 있지만, 후반부엔 메리트 떨어짐.
※윙슈트: 모든 캐릭터의 기본 옵션. 초기 헬기 낙하 시 사용되며 이후 플레이 도중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뛰어내릴 때 펼칠 수 있다. 윙슈트를 잘 펼치면 낙사 위험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나 적에게 쉽게 노출된다.
<블랙 옵스 4> 블랙아웃에는 기존 <블랙 옵스> 시리즈의 스페셜리스트들이 가지고 있던 특수능력인 '퍽'(Perks)을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다. 퍽을 사용하면 일정시간 동안 이동 소음 감소(정적), 다른 사람에게 조준당하면 감지(편집증), 잠수 및 저격 시간 증가(무쇠 허파) 등이 있다. 섬광 및 화염 내성(강화), 최대 체력 100 증가(증강제) 등 생존력을 높여주는 퍽도 있어 적재적소에 퍽을 사용하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보조 무기도 수류탄, 섬광탄, 화염병, 투척 도끼 뿐만 아니라 적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바리케이트와 유자철선, 주변을 정찰할 수 있는 RC카, 밧줄을 쏴 원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그래플 건, 좀비를 유인해 한 번에 많은 좀비를 잡는 심벌 원숭이 등 다양하다.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주무기, 육해공 모두 지원하는 운송장비, 퍽, 보조 무기 등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같은 장르 다른 게임과는 구별되는 <블랙 옵스 4> 블랙아웃만의 특징이다.
트레이아크 스튜디오의 조나단 모지스 선임 프로듀서는 한국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블랙아웃 맵이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중 가장 큰 맵"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맵은 <블랙 옵스> 세계관의 건축물, 지역을 모아놓은 만큼 매우 큰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 블랙아웃을 해보니 <배틀그라운드>의 '에란겔'보다는 플레이어들이 빨리, 자주 모였다. 초반부터 지루할 틈 없이 다른 플레이어를 자주 만나 빠른 전투를 벌일 수 있다.
게임에 있어 '체감' 문제는 늘 조심스럽지만, 기자 외에도 다수의 오픈 베타 참가자가 채팅을 통해 <블랙 옵스 4>의 탄도학 구현이 <배틀그라운드>보다 약하다고 평가했다. 사격에 탄도학을 사실상 적용하지 않은 <포트나이트>처럼 총이 직선으로 나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또 총을 쏠 때 신체 반동이 크지 않았으며 어떤 총기 부착물을 착용하느냐에 따라 사격 체감이 조금씩 달랐다.
소형 권총을 들고 뛰나 대형 발사기를 들고 뛰나 이동 속도의 차이가 크지 않아 서브 총기로 권총을 파밍하는 대신 샷건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방의 총에 맞았을 때는 방향을 표시하는 '피격 표시기'가, 명중했을 때에는 X 표시인 '피해 기반 적중 표시기'가 나타는데 좀 더 현실적인 플레이를 즐기고자 하는 플레이어는 설정에서 해당 옵션을 끄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의 기본 체력은 150. 사용 즉시 체력을 200으로 키우는 '트라우마 키트'를 비롯한 각종 아이템을 파밍해 체력을 총 300까지 키울 수 있다. 의료용 키트나 구급약을 사용해 체력을 채울 수 있는데, 각각 50, 25씩 회복된다.
초반 자기장에 맞았을 때에는 2, 3 게이지 정도 달던 것이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 10이나 깎이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좀비에게 맞을 때는 한 번에 10씩 달았다. 하지만 플레이 중 회복 아이템도 충분히 드롭되고 파티를 통한 체력 도움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체력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3D 게임에서 오는 멀미는 생각보다 덜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오버워치>보다도 적은 느낌. 게임은 초기 윙슈트 낙하 시 자유시점을 제공하는 것 빼고는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멀미가 생각보다 덜했던 건 아무래도 시점이 급격하게 바뀌는 경우가 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블랙 옵스 4>의 블랙아웃이 타 배틀로얄 장르와 차별되는 점이라면 바로 좀비라는 '몹'을 파밍해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블랙아웃의 좀비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포인트는 아니었다.
좀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파란색(일반 좀비), 빨간색(괴생명체) 기둥으로 공지가 되어 좀비가 어디 있는지 모두가 인지할 수 있고, 좀비를 만난다고 해도 좀비가 떼거지로 나오지도 않아 딱히 무서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게다가, 좀비의 난이도나 메리트 또한 크지 않았다. 좀비의 체력이 높은 편이었지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총만 쏘면 되기 때문에 잡기 수월했고, 좀비에게서 얻는 루트박스 아이템도 게임의 방향을 크게 가를 정도의 체감은 주지 못했다.
또 좀비가 스폰되는 지역이 '주유소' 처럼 특정 지역의 건물 단위로 한정되다 보니, 후반부 서클이 좀비 스폰 지역으로 좁혀지지 않으면 좀비와 다른 플레이어를 함께 만나는 일도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좀비 스폰 지역에서 좀비와 상대 플레이어를 모두 죽인다 해도 그곳이 서클에서 먼 곳이라면 추가 체력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때문에 좀비를 노리는 것을 무시하거나 스폰 지역 근처의 타 플레이어를 노리는 것이 훨씬 나아 보였다. 오픈 베타 기준으로, 배틀로얄에 등장한 좀비는 '환영 받지 못한 손님'의 느낌이었다.
<블랙 옵스 4>는 램이 12기가, 그래픽카드가 GTX 970 4GB의 권장사양을 요구하고 있다. 게임은 텍스쳐 품질 조정, 그림자 설정, 시야각 변경 등 다양한 설정을 지원하며, 초반부 맵 랜더링 과정에서 가끔씩 프레임 드롭이 발생했지만, 결정적인 프레임 드롭은 겪지 못했다. 또 매치 중에 게임 연결이 자주 끊겼다. 최적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오픈 베타 기간 중에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 팬의 "캠페인 모드는 어디 갔냐"는 의견이 꽤 보였다. 시리즈 처음으로 온라인 콘텐츠로만 구성된 타이틀이기에 당연한 의견이다. 이는 출시 전부터 들려온 이야기다.
이에 대해, 조나단 모지스 선임 프로듀서는 플레이어 커뮤니티의 수요를 반영해 기획 초기부터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을 의도했다고 밝혔다. 탄탄한 스토리라인 대신 게임성 자체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
물론, 시리즈 팬과 더불어 대중을 겨냥한 만큼 충분히 납득이 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경험을 통해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므로 캐릭터 배경 설명이라던지 최소한의 가이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 체감은 플레이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게임의 나머지 콘텐츠인 '멀티 플레이어', '좀비 모드'가 제대로 공개된 상황이 아니지만, 블랙아웃 모드는 꽤 괜찮은 재미를 제공했다. 다양한 공격 옵션, 빠른 플레이 등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등 기존 배틀로얄 장르의 경쟁작에 비해서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아 보인다.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이 게임만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충분한 가치가 있어야 유저가 패키지를 구매할 명분이 생긴다.
<블랙 옵스 4>의 성공을 위해 블리자드가 강조한 것은 바로 PC방 플레이 적극 지원이다. 게임을 PC방에서 많이 즐기고, PC방 게임 점유율이 게임 판매량만큼 공신력있는 게임 인기 지표로 사용되는 한국에서 블리자드는 가맹 PC방을 통해 <블랙 옵스 4> 전면 무료 플레이를 선언했다.
가맹 PC방에서는 별도 구매 없이 <블랙 옵스 4>의 모든 콘텐츠, 멀티 플레이 DLC 맵을 플레이할 수 있다. PC방 추가 경험치와 PC방 전용 특별 과제도 제공된다. 유저 접근성에 있어서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리고 <블랙 옵스 4>는 100% 한글 자막은 물론 한국 성우의 더빙까지 추가하는 등 한글화를 진행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전동진 사장은 블리자드 배틀넷에 수록된 다른 게임과 컬래버레이션 등 '깜짝 마케팅'을 예고했다. 이러한 친화적인 플레이 조건 조성은 앞으로도 <블랙 아웃 4>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오픈 베타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서버 끊김 현상이 정식 서비스 기간에도 발생하고,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 사례처럼 에임핵, 누킹핵 등 각종 핵(Hack) 프로그램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면 금세 플레이어를 잃을 수도 있다. 물론 게임이 이런 문제 없이 잘 운영된다면 솥발에서 균형을 이루는 선전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