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 시리즈의 주인공인 마리오의 영원한 숙적이자 보스 캐릭터인 ‘쿠파’를 여성으로 새롭게 그린 2차 창작 캐릭터 ‘쿠파 공주’(クッパ姫, bowsette)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 때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으며, 전 세계의 그림작가들이 모이는 세계 최대급 그림 커뮤니티인 ‘Pixiv’에는 27일 현재 관련 팬아트의 투고수가 6천 건을 돌파했다. 본격적으로 ‘쿠파 공주’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지난 9월 21일이기 때문에 이는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달성한 성과다. 그 정도로 쿠파 공주는 2차 창작계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또한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9월 24일을 전후해서 ‘쿠파 공주’, ‘쿠파 걸’ 등의 명칭으로 관련 이미지가 트위터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으며, 유명 작가들까지 가세해서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 발단
조금은 뜬금없이 쿠파의 2차 창작이 화제가 된 계기는 지난 9월 14일 공개된 닌텐도의 정보 공개 프로그램인 ‘닌텐도 다이렉트’ Nintendo Direct)까지 올라가야 한다. 당시 닌텐도 다이렉트에서는 닌텐도 스위치용 신작인 <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U 디럭스>가 공개되었는데, 동시에 게임 내 새로운 변신 아이템인 ‘슈퍼 크라운’이 공개되었다.
‘슈퍼 크라운’은 작중 등장인물인 ‘키노피코’의 전용 아이템으로, 키노피코가 슈퍼 크라운을 먹으면 피치 공주와 비슷한 외모의 ‘키노피치’라는 캐릭터로 변신한다.
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U 디럭스의 트레일러. 슈퍼 크라운의 실제 사용장면은 26초부터 나온다.
그런데 이를 본 말레이시아의 트위터 유저 haniwa(@ayyk92)가 “키노피코가 아닌 쿠파가 만약 슈퍼 크라운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으로 관련 4컷 만화를 지난 9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것이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쿠파 공주 열풍의 시작이다.
# 전개와 절정
쿠파 공주는 단순히 쿠파를 여성 캐릭터로 바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치 공주로 만들어주는’ 슈퍼 크라운의 특성에 맞춰서 쿠파의 주요 특징(뿔, 팔찌, 등껍질 등)에 피치 공주의 주요 요소들을 녹여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4컷만화로 촉발된 쿠파 공주 유행은 한국, 일본, 북미 등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팬아트의 투고 및 2차 창작(혹은 3차 창작)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특히 슈퍼 마리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쿠파 공주’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21일을 기점으로 일반 유저들이나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그림작가들은 물론이고, <아이실드 21>, <원펀맨>의 무라타 유스케 같은 유명 만화가나 <스트리트 파이터 2>, <파이널 파이트>, <스타오션 5> 등에 참여한 유명 캐릭터 컨셉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 야스다 아키라 같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까지 경쟁적으로 ‘쿠파 공주’ 관련 팬아트를 그려 내고 있다.
# 다른 캐릭터로의 확산?
쿠파 공주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인터넷에서는 그 여파로 쿠파 외에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다른 캐릭터들까지 여성/피치공주화 하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루이지 맨션> 시리즈의 대표 보스 캐릭터 중 하나인 ‘킹부끄’(キングテレサ, King Boo)는 쿠파 공주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쿠파 공주 열풍이 과연 잠깐의 열풍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닌텐도의 대변인은 일본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쿠파 공주 및 관련 2차 창작 열풍에 대해 “노 코멘트”라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포켓몬스터> 성인 동인지를 제작했던 동인 서클을 상대로 고소까지 했을 정도로 2차 창작에 대해서는 다소 엄격한 규정을 내세우는 닌텐도가 과연 쿠파 공주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추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