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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27,910원 → 3,710원, '유동적' 판매자에 무너진 라그나로크 경제

"유동적'이 라그나로크 운영진과 한통속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18-11-07 16:00:31

<라그나로크 온라인>(이하 라그나로크)에 지나치게 많은 제니(라그나로크 시리즈의 화폐 단위)가 유통되고 있다. 8월 초 1,000만 제니 당 27,910원이던 아이템매니아 '게임머니 시세'가 11월 들어 3,790원으로 하락했다. (시세 그래프가 제공되는 <라그나로크 제로> 기준) <라그나로크> 유저들은 "게임의 경제가 무너졌는데 운영진은 매크로 답변만 하고 있다"며 한탄하고 있다.

 

<라그나로크>는 2002년부터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장수 MMORPG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라그나로크>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에서 몇 달째 계속 수억씩 제니를 올리는 '유동적'이라고 불리는 판매자 내지는 판매자 집단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유저들은 4달 넘게 그라비티 측에 "매일 시장에 막대한 양의 제니를 푸는 '유동적'이 어떤 경로로 돈을 모았는지 진상을 조사해 밝혀달라"고 문의를 넣었지만, 그라비티 운영진 측은 "모든 담당 부서 및 담당자에게 전달하여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매크로 답변만 반복했다.

 


 

 

# "'유동적'이 현금 거래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이템매니아를 비롯한 게임머니 거래 사이트에서 '유동적'이라는 판매자가 하루에 제니를 3억씩 계속 판매하고 있다는 것. 거래 사이트의 특성상, 직접 거래를 하기 전까진 '사기 사례' 이외의 거래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따라서 당시 <라그나로크> 유저들은 게시물의 제목과 내용, 판매자의 사이트 등급, 거래 방식이 유사한 것을 근거로 "현재 거래 시장에 올라오고 있는 막대한 양의 제니 판매자가 순수 <라그나로크> 유저가 아니며, 오토 작업장일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유동적'과 거래한 한 유저는 "게임 화폐 단위인 제니 조차 페니로 헷갈리고 있더라"라는 후기를 남겼다.

 

아이템베이 라그나로크 거래 페이지. '유동적 아님'이라는 말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거래 시장에 몇억씩 풀리다 보니, <라그나로크>의 경제 상황은 점점 더 무너져갔다. 일반 유저가 가지고 있던 제니의 가치가 떨어졌다. 각종 아이템의 거래 가격은 요동쳤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현질'을 하지 않고 <라그나로크>를 즐기는 유저들은 더 고달팠다. 정말로 게임의 경제가 무너졌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라그나로크>뿐만 아니라 리메이크작인 <라그나로크 제로>의 게임 시세도 큰 폭으로 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다. <라그나로크 제로>에도 <라그나로크>와 마찬가지로 수 억대의 돈을 판매한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템매니아의 라그나로크 제로의 시세. 8월 9일 27,910원.
아이템매니아의 라그나로크 제로의 시세. 11월 5일 3,710원

 

 

# "현질 없이는 게임 힘들다"… 무너진 라그나로크 경제


대다수 게임과 마찬가지로 <라그나로크>의 화폐인 제니는 게임에서 막대한 역할을 한다. 제니는 상점에서 간단한 소모품을 구매하는 것부터 카드 뽑기, 결혼 입양, 슬롯 변경 같은 편의 시스템과 몬스터 레이싱까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다. 무엇보다 제니는 유저 사이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거래 수단이다.

 

이렇게 중요한 제니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게임 속에서 유저끼리 거래하던 모든 아이템 가격이 상승했다. 거래사이트와 게임 내 노점 시세를 보면, 강화 무기나 직업 스톤 의상​의 가격이 하반기 초에 비해 약 20%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 무기나 스톤 의상 모두 ​기존 유저가 많이 찾는 아이템인데, 이들 사이에선 '매니아'나 '베이' 거래 없이 게임을 즐기기 힘들 정도라는 원성까지 들려오고 있다.​

 

<라그나로크>는 2016년 '버섯 농장 매크로' 사건으로 인플레이션을 한 차례 겪은 적 있다. 게임 내 식물 재배 기능으로 버섯을 생성한 다음, 몬스터를 잡을 때 아이템이 떨어지는 걸 이용해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자신이 만든 버섯이 드랍한 아이템을 파밍했던 사건이다. '버섯 농장 매크로' 사건 이후 <라그나로크>를 떠난 한 유저는 "당시 일부 유저들이 버섯 농장 매크로로 짧은 시간에 수천만 제니를 벌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라비티 측이 2016년 10월경 '버섯 농장 매크로'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해당 드롭 옵션을 삭제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당시 해당 수법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머쥔 유저들은 게임의 경제 생태계를 심각하게 어지럽혔던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동적' 거래 게시물은 또다시 <라그나로크>를 뒤흔들고 있다. 

 

<라그나로크> 주요 아이템의 시세 변동은 //kafra.kr 에서 볼 수 있다.

 

# '유동적 잡아달라' 유저 원성에 운영진은 매크로 답변만


<라그나로크> 게임 경제가 점점 무너진 것에 대해 유저 사이에서는 "버섯 농장 매크로의 잔당", "중국계 오토작업장", "운영진의 소행"이라는 추측과 의혹만 돌고 있다. 

 

유저들은 4달 넘게 그라비티 측에 "매일 시장에 막대한 양의 제니를 푸는 '유동적'이 어떤 경로로 돈을 모았는지 진상을 조사해 밝혀달라" 문의를 넣었지만, 그라비티 운영진 측은 "모든 담당 부서 및 담당자에게 전달하여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매크로 답변만 반복했다.

 

현재 라그나로크 관련 커뮤니티에는 현 상황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으며, 문제 해결의 촉구를 위한 캐시 불매 운동도 진행 중이다. 디스이즈게임은 현 상황과 관련하여 그라비티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스이즈게임: <라그나로크>와 <라그나로크 제로>에 일어나고 있는 '유동적' 이슈를 알고 있는가?

 

이미 인지하고 있다. 

 

 

내부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일부 유저는 '유동적'과 운영진 사이가 한통속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는데 사실인가?

 

현재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 중이다. '유동적'이 <라그나로크> 운영진과 한통속이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제기된 의문이 있는데...

 

유저들이 어떤 부분을 문제 제기하고 있는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제니와 관련해서는 자체 확인 결과, 특별한 이상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경우 타 회사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알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으로 게임 내 재화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 특히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오토 사냥의 경우, 현행 감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