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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의 잠재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제 3회 게임문화포럼

김승현(다미롱) 2018-12-22 20:23:16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2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제 3회 게임문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다양한 강연과 대담을 통해 게임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행사는 3개의 강연과 2개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아래는 행사에 참석한 주요 강연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 게임이라는 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강원대학교의 김상균 교수는 ‘메이플라이’라는 간단한 청중 참여형 보드게임(?)으로 ‘게임의 잠재력을 경험하자’는 강연을 시작했다. 메이플라이는 유저들이 수명이나 지혜 같은 인생의 주요 가치가 그려진 임의의 카드 10장을 받고, 다른 사람들과 카드를 교환하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카드를 많이 모으는 게임이다. 

 

김상균 교수는 청중들에게 약 10분 간 게임을 하게 시킨 후, 게임이라는 문화콘텐츠가 가진 잠재력을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막연한 목표를 가진 사람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항상 상기하는 사람의 목표 성취도가 80% 가까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말한 다음, 강연 전 청중들이 게임을 한 것처럼 유저가 무언가를 직접 체험하게 되면 그것을 더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게임의 기능이 재미 외적으로 확장될 때 게임으로 세상을 한층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혹자는 게임이 가볍고 경박스러운 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방금 경험해 봤듯이, 게임은 오히려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그릇이다. 게임이 재미는 물론 사회적 메시지까지 잡게 됐을 때 우리 세상을 더 밝은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라며 강연을 끝마쳤다.

 

 

 

# 독서 다음엔 게임? AI 시대,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강점은 무엇인가?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은 알파고 등 AI에게 인간의 모든 것이 뒤떨어지는 것 같은 시대, 사람의 강점을 발달시키는 것이 게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일 이사장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AI는 체스나 바둑 같은 고도의 연산 작용에서 인간을 이겼음은 물론, 최근에는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복제한 ‘신작’을 그려 전문가들을 속이는 등 예술 영역에서까지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다. AI가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 예술 영역까지 따라 잡힌 것. 그렇다면 더 이상 인간이 AI보다 잘하는 영역은 없는 것일까?

 

김 이사장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답을 찾는 능력, 유추를 꼽았다. AI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연산하고 답을 찾는 존재다. 하지만 인간이 원자 구조도를 우주전쟁 만화를 보며 깨닫는 것처럼,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데이터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유추’라는 정신 활동을 통해 이걸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나온 답은 인간 사회를 크게 바꿨다.

 

 

그렇다면 이 유추 능력을 강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독서’, 그리고 지금은 ‘게임’이 가장 좋은 수단이다. 독서가 인간의 유추 능력을 발달시키는 이유는 대부분의 문학 작품이 비유와 은유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유와 은유를 많이 접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른 카테고리에서 문제의 답을 찾는 유추 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은 이런 메타포가 극도로 많이 포함된 문화 콘텐츠다. 김 이사장의 말에 따르면, 게임은 기본적으로 극단적이고 판타지적인 세계를 그리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유저의 유추 능력을 향상시킨다. 여기에 더해 게임은 유저의 상황을 재정의함으로서, 유저가 특정한 정보를 학습할 때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죄수의 딜레마’를 학습시키려 할 때, 유저에게 똑같은 상황을 ‘커뮤니티 게임’이라는 틀에 씌워 경험하게 하면 이런 틀이 없었을 때보다 ‘동료를 신뢰한다’는 선택이 크게 늘어난다. 반대로 게임의 틀을 ‘월 스트리트 투자 게임’으로 만들면 동료를 저버리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선택이 극단적으로 늘어난다. 

 

김 이사장은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며, 게임이야 말로 인간의 유추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이며, 사용하기에 따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 한국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게임이 필요하다

 

자라나는씨앗의 김효택 대표, 겜브릿지의 도민석 대표, 디스이즈게임의 임상훈 대표는 토크콘서트에서 ‘임팩트 게임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팩트 게임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디스워오브마인>, 인도 여아 인신매매 실태를 묘사한 <미싱>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뜻한다. 

 

겜브릿지의 도민석 대표는 “인도 여아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려던 사람들이 <미싱>을 만들자 이게 순식간에 사회적 이슈가 됐으며, 플레이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까지 변화시켰다. 잘 만든 임펙트 게임은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며 임팩트 게임의 효과와 중요성을 설명했다. 

 

디스이즈게임의 임상훈 대표는 한국에서 임팩트 게임이 적극적으로 만들어질 경우, 3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번째로 임팩트 게임 본연의 목표인 사회문화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고, 두 번째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소재와 유연성을 통해 한국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유럽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개발 지원이 기술이나 마케팅에 쏠려 있고, 임팩트 게임 개발을 돕는 단체도 거의 없어 이런 게임이 탄생하기 힘든 구조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애프터데이즈>나 <레플리카> 같은 임팩트 게임이 나오긴 했으나 상업적인 성적은 좋지 않았다. 

 

때문에 강연자들은 한국에서 임팩트 게임이 나오기 위해 개발자는 물론, 정부나 시민 단체, 사회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강연자들은 2019년 1월부터 임팩트 게임 개발과 지원을 돕는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디스워오브마인 같은 게임 탄생 돕겠다” 사회적 게임 개발 돕는 모임 탄생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외에도 차이나랩의 김두일 대표의 ‘중국 게임 산업의 발전 이유’를 설명하는 강연, ‘게임의 문화적, 장르적, 사회적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권이슬 아나운서, 류임상 서울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의 토크 콘서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