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GC 2005가 지난 지도 며칠 됐는데 좀 늦게 올립니다. 밀리고 밀리다 보니. 시몬의 게으름을 질타해주십시오. simon :)
넥슨
왜 이렇게 숨어있었을까요. 김 대표는 사석에서 농담으로 “사회 부적응자라서 그런 것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대표’ 자리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올해 대표 취임 이후 공식적인 대외활동이 늘었는데, 이번 기조연설도 그 ‘고역’ 중에 하나였겠죠.
김 대표는 ‘2006년 게임시장의 트렌드‘라는 주제로 이야기했습니다. 제목만 들으면 딱딱한 주제였지만, <바람의나라>부터 시작해 10여년간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연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김 대표의 기조연설을 ‘대충’ 요약해봤습니다.(노트북 메모장에서 글을 쓰다 배터리가 끊기면 그냥 날아가 버리더군요. ㅜㅜ;; ) /디스이즈게임
★ <메이플스토리> 뮤지컬로 나온다!
드디어 세계 최초로 온라인게임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탄생할 모양입니다. 김 대표는 연설 중 “<메이플 스토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제작해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더군요.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기획부터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어 언제 나올 지는 모른다. 10년이 걸릴지, 내년이 될지 모른다”고요. 현재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라는 사실과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메이플 스토리> 뮤지컬은 내년 중에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 대표는 “보통 성공하는 뮤지컬은 6개월씩 매진되는 등 장기 공연해야 수익이 난다. 그런데 주로 방학 때 공연할 <메이플 스토리> 뮤지컬은 잘 해야 서울 30회, 지방 15회 정도 하게 될텐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가 직접 챙기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안겨주는 뮤지컬이 됐으면 좋겠다. 현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모험담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메이플 스토리>는 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만 20만 명에 가까운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이죠. 그 동안 이 게임의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이 총 1,447종이나(!) 나왔다고 하더군요. 특히 출판물은 대형 서점에서 종종 베스트셀러에 올라 출판계를 놀라게 했었죠. 또한 일본과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기세를 보건대 동심에 닿는 내용이라면 충분히 흥행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 마케팅도 그런 전략을 활용한다면 더욱 그렇겠죠. 머지 않아 아시아의 초등학생들이 뮤지컬 <메이플 스토리>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 줄을 선 광경을 볼 수 있을까요?
★ “미국에서 뭐 하는 것 포기했다.”
지난 해 넥슨은 미국 지사를 매각했습니다. 유럽은 이미 그 전에 철수했었죠. 엔씨소프트가 <시티오브히어로>와 <길드워> 등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해 한창 각광을 받고 있던 지난 해, 넥슨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 셈이죠.
“미국에 진출하려고 97년 미국에 지사를 만들었다. 그 뒤 미국에서 거의 살았다. 유통사를 잡을 수 없어 <택티컬 커맨더스>는 박스 만드는 것부터 마케팅도 우리가 다했다. 엄청나게 비싼 ‘PC게이머’ 같은 잡지에 광고도 내고, 한국에서 번 돈 다 쏟아 부었는데, 남은 건 사무실 한 켠에 수북하게 쌓인 박스뿐이었다.”
99년엔가 미국에서 서비스되던 <바람의 나라> 덕분에 고구려 역사를 공부하는 미국인이 늘어났다는 기사가 기억나는데 실상은 그리 편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김 대표가 언급한 <택티컬 커맨더스>(미국명 Shattered Galaxy)만하더라도 2001년 미국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비롯해 최고게임디자인상, 최고기술상, 관객인기상 등 4관왕에 오르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인데 정작 현지에서조차 흥행 성적이 저조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대만을 가보니 달랐다. 거기는 우리 게임 엄청나게 좋아하더라. <비엔비>가 중국에서 동접자가 70만 명 정도 나오고, <메이플스토리>도 45만 명 정도 한다. 대만에서도 15만~20만 명 정도 하고. 아시아에서 전념하기로 했다. 사실 미국에서 성공한 아시아 게임업체들 별로 없는 것 같다. 옛날 실리콘밸리의 미국 지사 옆에 코나미 같은 일본 업체들이 있었는데 수십년 고생하고 있는데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남코 같은 곳도 마찬가지고. 죽을 때까지 건강하면 한번 다시 가볼 수 있겠지만, 미국은 다음 세대에게 넘기겠다.”
하지만 넥슨은 올해 다시 미국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극구 반대했지만 ‘다음 세대’(후배 경영진)가 그렇게 하자고 했다더군요. “미국에서 <메이플 스토리>를 상용화했는데 현재 최고 동시접속자가 5만명 정도 나온다. 참 애매한 수치다. 그렇지만 빌링(billing, 과금)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회사 하나 만들었다. 사무실도 없이. 이것도 나는 반대했다.”
★ “무슨 게임이 뜰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김 대표는 13년동안 온라인게임 사업하며 배운 것 딱 하나를 말하라면 “무슨 게임이 뜰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 합니다. 초창기엔 ‘된다/안된다’가 가끔 맞기도 하지만 심각하게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죠. 국민 게임이라고 불리는 <비엔비>와 <카트라이더>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였답니다.
“<비엔비>는 공개 1주일 전까지만 해도 폭탄이 터지는 컨셉이었다. 일본 회사가 싫어할 것 같아서 개발팀에서 물풍선이 터지는 것으로 바꾼다기에 ‘게임은 폭탄이 터지고 좀 파괴적이어야 흥행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이메일 보냈다.”
하지만 <비엔비>는 결국 물풍선 버전으로 나왔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그런데 빗나간 예상만큼 타격을 입은 것은 김 대표가 보냈던 이메일이 다른 이들에게 계속 포워딩됐다는 것. “그 뒤부터는 증거가 명확히 남는 그런 종류의 이메일은 보내지 않는다.”
그 뒤 <카트라이더>가 나왔을 때도 김 대표는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는 이메일로 보내지는 않았고, 사석에서 “레이싱게임 유저 합해봐야 1만명 수준인데, 다 빼앗아 와봐야 성공하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더군요.
역시 게임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는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