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하일휘]
우리나라에서 게임업체들이 가장 많은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테헤란밸리다.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CCR, 야후코리아, 감마니아코리아, 유즈드림 등과 지금은 분당과 구로로 이사간 NHN, 넷마블까지. 테헤란밸리는 게임업체들의 군락지 같은 곳이다. (사실 디스이즈게임이 선릉역에 꽈리를 튼 것도 이 같은 지리적인 이점을 노린 것이다.)
게임업체들이 특정 지역에 많이 몰려있다 보니 자연스레 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오늘 이야기를 풀어낼 ‘PR海’라는 모임이다.
‘PR海’는 ‘홍보의 바다’를 뜻하는 말로 테헤란로 지역에 있는 여성 홍보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 게임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도 다진다. 사실 모임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요즘은 서로 친목을 다지는 게 주 목적이다.
오늘 만남이 ‘PR海’를 만든 이후 3번째 모임. ‘PR海’ 안방마님은 <라플레 크리에>를 만들고 있는 엔플레버의 이현아 팀장이다. 이현아 팀장은 ‘PR海’에 대해 “어떻게 하면 서로가 홍보하는 게임이 잘 될까 고민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이날 모임에는 야후코리아 강소영, 감마니아코리아 김여진, 웹젠 한혜승, 엔플레버 이현아, 엔도어즈 박소라, 유즈드림 이영윤-최은 씨가 참여했다.
<참고: 홍보팀은 말 그대로 회사를 홍보하는 부서다. 담당기자에게 보낼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은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 자사의 게임을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라면 남자친구와의 데이트까지도 취소하는 열정을 가진 이들이 게임업계 홍보담당자들이다.>
먼저 이날 모임에 참가한 6명의 홍보우먼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TIG> 오늘 모임에 나온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이현아> 보면 알지 않아요? 미모 기준으로 모였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면서 예쁜 사람들이 이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기준이죠.
잠시 침묵 ...
그리고 이어진 뜬금없는 질문.
한혜승> 게임 하세요?
김여진> 저야 당연히 <에버퀘스트2> 하죠. 레벨 30 정도 됐어요. 너무 힘들어요. 헥헥. 그런데 회사에서 도와주는 것도 없어요. 아이템 하나만 넣어 달라고 해도 절대 안줘요. 너무해~
강소영> 테스트 하면서 운영팀에서 아이템 하나 넣어주고 그 대가를 원하더라고요. 치사해요. 그래도 어떡해요. 우리 게임인데 열심히 해야죠. 참, 얼마 전에 <썬>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한혜승> 우리게임이지만 저도 떨어졌어요. -0- 저 역시 다른 회사 게임 클베 신청해서 당첨된 경우가 없어요. 5번 넘게 신청했는데 한번도 안되더라고요.
(갑자기 자기 회사 게임 홍보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홍보인들)
박소라> <타임 앤 테일즈> 한번 해보세요. 무지 쉽고 재미있어요. DRPG라고 이름을 붙였거든요. 일명 ‘드라마틱 리얼 알피지’랍니다.
이영윤> 얼마 전에 네오위즈하고 MT를 갔어요(유즈드림의 <고고트래져>는 네오위즈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다). 네오위즈 사상 클베하는 게임 중에서 워크샵 간 것은 우리 게임이 처음이랍니다. <고고트래져>가 네오위즈의 기대작이거든요.
‘PR海’를 만든 엔플레버의 이현아 팀장.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 게임이 쩨~일 재밌어요!
박소라> <타임 앤 테일즈> 한번 해보세요. 무지 쉽고 재미있어요. DRPG라고 이름을 붙였거든요. 일명 ‘드라마틱 리얼 알피지’랍니다.
이영윤> 얼마 전에 PC방 가서 <건즈 더 듀얼>을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우리 게임하고 컨셉이 비슷해서 해봤거든요. PC방에서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잘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고고트래져>만큼의 재미는 못느끼겠더라고요. (결론은 우리게임 재밌다!)
이현아> 엔플레버의 <라플레 크리에>는 히든카드가 많답니다. 다른 회사 게임들은 다들 대작 반열에 드는데 엔플레버 게임이 아직까지 힘을 못받아서 안타까워요. 하지만 연말에는 웹젠의 <썬>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가 더 힘들거든요?" 서로 자기회사 일이 더 힘들단다. 한혜승 씨와 김여진 씨. 사실 이 얘기를 듣고 있는 고려무사와 연하일휘가 더 힘들었다.
갑자기 회사 험담 늘어놓기?
강소영> 야후는 내부 프로세스가 복잡해서 한가지 일을 추진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눈치보는 일들이 많죠. 포털 내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부분이 작다고 해도 독립사업부 형식으로 일이 추진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최근에는 동시접속자 수가 20% 늘었답니다. 기뻐해주세요~
한혜승> 체계를 잡아가는 입장이라 지금은 보도자료를 쓰게 되면 최고위까지 일일히 컨펌을 받아야 하거든요. 결재라인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어요. 뭐 물론 책임소재가 분명해졌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도 있죠. 당초에는 기사가 나간 다음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최종결재가 나야 보도자료를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홍보팀에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없어서 편해요.
이현아> 저는 편한 편이네요. 아주 중요한 것만 사장님이 보고 다른 것들은 제가 판단해서 보내거든요.
한혜승> 저는 요즘 다른 고민도 있어요. <뮤>보다 개발사인 웹젠이 덜 알려져서 홍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죠. 차기작 나올 때 게임과 회사를 한꺼번에 홍보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요.
선릉에서의 야외촬영. 한혜승 씨는 일이 너무너무 많다며 불참했다.
이래서 홍보일이 좋다
이현아> 유저들 반응이 좋고 “이번 건은 정말 홍보팀의 역량이야”라고 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발로 뛰고 전화하면서 노력한 후 이에 대한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은 지금 있는 엔플레버가 처음인 것 같아요.
강소영> 제가 배포한 기사에 대해 리플이 달렸을 때 뿌듯해요. 또 PC방에 갔는데 우리 게임을 하는 유저를 봤을 때, 찜질방에서 우리 게임을 하는 유저를 봤을 때도 뿌듯하고요.
한혜승> 제일 처음에는 제가 쓴 보도자료가 기사로 나오는 것이 엄청 신기했어요. 보도자료를 보내고 기사가 나올 때마다 신기하다고 느꼈죠. 회사에서는 홍보팀 때문에 좋은 기사가 나왔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답니다.
김여진> 게임에 살고 게임에 죽게 되는 게 홍보팀인 것 같아요. 새롭고 신기한 일들이 많은 것도 같고요. 게임이 잘되면 같이 즐겁고 안되면 나도 같이 슬퍼요.
박소라> 저도 자주 감동을 느껴요. 제가 보낸 기사에 대해 기자들이 별로 수정할 것이 없을 정도로 잘 썼다고 해줄 때 기분이 좋아요. 지난 여름에 중국에서 열린 ‘차이나조이’를 갔을 때 <군주> 티하고 모자를 쓴 유저를 봤을 때도 무지 뿌듯했답니다. 물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제가 홍보하는 게임인 <군주>의 인지도가 점점 올라갈 때죠.
이영윤> 앞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다 얘기해서 저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기자도 사람이고 홍보하는 사람도 사람이라서 이 관계 속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즐겁기도 하고요.
틈만 나면 자기회사 게임 이야기. 서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이래서 홍보일이 싫다
한혜승> 홍보팀에 있다 보면 답답한 일들이 많이 생겨요. 때론 마케팅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게 될 때면 정말 싫죠. 예를 들어 이벤트 같은 경우 기획은 마케팅팀에서 하고 홍보팀에서는 보도자료를 만드는 데 제가 봐도 별로다 싶은 이벤트가 가끔 있어요. 이럴 때는 보도자료만 써야 한다는 게 너무 답답하다. 차라리 마케팅을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김여진> 행사가 있으면 밤을 새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ㅜ.ㅜ 저는 혼자 홍보일 하고 있거든요.
이현아> 홍보쪽 일하는 사람들은 응집력이 없는 것 같아요., 마케팅쪽 사람들은 자주 모이던데. 사실 같은 일 하는 사람들 만나면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듣거든요.
강소영> 다른 팀에서 협조를 안해줄 때는 정말 짜증나죠. 또는 미리 자료를 요청했는데 해당팀에서 ‘언제 그런 것을 요청했냐’며 오리발을 내밀 때도 정말 싫어요.
김여진> 게임이 잘되면 개발자가 잘해서 그런 것이고 안되면 홍보가 부실해서 그런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결국 욕만 먹을 신세다보니 이런 말 들을 때면 정말 싫어요.
한혜승> 예를 들어 인터뷰 약속을 잡아놨는데 갑자기 인터뷰 당사자가 하기 싫다고 하고 기자는 회사를 방문했을 때 정말 난감하다. 홍보팀의 노력을 몰라준다. 어차피 회사를 위한 일인데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서 힘들 때가 있다.
이런 기자 밥맛!?
이현아> 제가 결혼을 했거든요. 소위 말하는 아줌마죠. 기자들이 처음 보고 아줌마라고 하니까 많이 실망하더라고요. 서운해요 이런 기자들. 또 게임 프리뷰나 리뷰 자료를 보냈을 때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쭉~ 긁어서 올리는 기자들을 볼 때마다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자들의 손을 거쳐서 좀더 좋은 컨텐츠로 탄생했으면 하거든요. 기자들이 게을러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죠.
강소영> <헤드샷 온라인>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할 때 제가 기자들에게 테스터 계정을 제때 준비하지 못했거든요. 계정을 미리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할 때 이해해 주는 기자들도 있는 데 그렇지 않은 기자를 보고선 기분이 상했어요. 싫은 내색을 심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상처받았어요.
한혜승> 홍보한지 5년 정도 되다보니 기자들하고 특별한 트러블은 없었던 것 같다(은근히 본인 자랑?).
TIG> 솔직히 얘기해달라. 정말 없나?
한혜승> ㅜ.ㅜ 하나만 말할께요. 일요일 아침 7시에 전화해서 게임자료 내놓으라고 할 때 정말 짜증나요. -0- 또 소개팅을 하루 앞둔 저녁에 늦게 전화해서 게임자료 내놓으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그 소개팅은 못나갔답니다.
박소라> 홍보담당자들이 보통 술을 잘 먹는다고 하는데 저는 술을 잘 못먹거든요. 같이 술자리에 가면 기자들이 핀잔주는 것 같아서 힘들어요. 술을 못먹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나 할까요.
이영윤> 술 잘먹는 것하고 홍보 잘하는 것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요. 잘 먹지 못하지만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하는 노하우가 중요하죠.
이현아> (뜬금없다) 술에는 헛개나무가 짱이예요. 저희 실장님 같은 경우는 보온병에 헛개나무를 싸가지고 다녀요. 술빨 잘받기 위해서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PS. 디스이즈게임 이래서 좋다
한혜승> 재미있는 기사들이 올라온다.
김여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을 디스이즈게임에서는 볼 수 있다.
박소라> 정보가 빨라서 좋다.
한혜승> (???) 시몬 기자는 왜 삼겹살을 안먹나. 비싼 소고기만 찾지 말고 삼겹살을 먹도록 해라.
이날 모임에 불러준 ‘PR海’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들이 떠난 쓸쓸한 선릉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