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그리고 샨다 게임즈(현 셩취 게임즈)는 <미르의 전설 2>를 두고 오랜 기간 싸우고 있습니다. 이 분쟁은 <미르의 전설 2>라는 하나의 IP를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이어진 분쟁이지만, 2004년 샨다 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두면서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하게 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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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0월,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 및 샨다 게임즈를 상대로 '미르의 전설 2 SLA 연장 계약 무효 확인 등 청구'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서 SLA(Service Level Agreement, 서비스 수준 협약)란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그리고 샨다 게임즈가 맺은 <미르의 전설 2> 중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말합니다. 해당 소송을 제기한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와 샨다 게임즈가 그해 6월 체결한 <미르의 전설 2> 중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SLA) 연장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메이드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장 액토즈소프트는 자신들이 '승소' 했다며 두 팔 벌려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관련기사: 액토즈, '미르의 전설2 연장계약 무효확인 소송' 승소)
액토즈소프트 보도자료처럼 1심 법원은 계약 갱신 과정에서 위메이드 측 의사를 반드시 반영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고, 계약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을 기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엄밀히 따지자면 ‘액토즈소프트의 승소’라고 무작정 해석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법원 판결문을 입수해서 이번 사태의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 편집자주
기사 중 파란색 상자 내용은 판결문을 인용한 부분입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입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2>에 대한 샨다의 계약 범위는 PC버전만 해당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샨다와 액토즈소프트는 플랫폼이 아닌 <미르의 전설 2> IP 자체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말합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위메이드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수권서(중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할 때 필요한 권한을 위임하는 일종의 위임장)을 통한 권리는 위메이드의 주장인 “<미르의 전설 2> 권한 범위가 PC 버전에만 있으며, 웹 게임, 모바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를 인정합니다.
즉,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1년, 2013년, 2016년의 각 수권서에는 웹 게임 및 모바일 게임과 같은 2차적 저작물에 관한 명시적인 언급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법원 판결문을 직접 인용해보겠습니다.
2011년 수권서에는 '피수권인은 중국 관련 부문의 승인을 받아 본 온라인 게임의 중국에서의 운영권을 취득하였다'라고 기재
2013년 수권서에는 수권 대상물로 '온라인게임 <열혈전기>(<전기>), 영문명 <Mir Ⅱ>, 이에는 당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그 후속 업데이트, 자료물, 새 버전을 포함하며 이에 국한되지 아니한다'라고 기재
2016년 수권서에는 수권 대상이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 2>(중문명칭 <열혈전기>, <전기>)이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웹 게임 및 모바일 게임과 같은 2차적 저작물에 대하여도 수권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없다.
더불어 중요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 더해집니다. 즉 2016년 샨다와 위메이드-액토즈가 체결한 <미르의 전설 2> IP를 이용한 모바일게임인 <사파극전기>를 개발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됩니다. 여기서 법원은 샨다의 2차 저적물 라이선스가 사전에 있었다면 해당 계약을 별도로 체결할 필요가 없었다고 봤습니다.
다시 말해서 수권서 자체는 <미르의 전설 2> IP 계약이 아닌 불법게임을 단속하기 위한 일종의 면허증이라 봤다는 취지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위반했다고 보여집니다. 판결문을 통해서도 법원은 샨다 게임즈가 부여한 권한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함으로써 SLA를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법원이 샨다 게임즈가 SLA를 위반했다고 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① 샨다 게임즈가 불법 게임업체 단속 과정에서 무석칠혹망락과기유한공사 등 7개 회사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고, 중경소한에 재이용 허락을 하여 중경소한 스스로 사설 서버를 운영하면서도 이익을 취하고 다른 불법서버 업체들로부터 로열티를 수취하도록 하고도 각 수익에 상응하는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정보 제공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점
② 샨다 게임즈가 세기화통 등에 <결전사성>, <전기천하>, <결전무쌍> 등 모바일 게임 개발 및 운영을 허락한 점
다시 말해서 수권서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다른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일이지만, 결국 누구의 해석이 맞는가에 따라서 어느 한 쪽은 위법적인 일을 하게 된 셈입니다. 일단 법원은 이에 대해서는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법원은 액토즈소프트가 선관의무(善管義務,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선관의무는 채무자의 직업, 그 자가 속하는 사회·경제적인 지위 등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다 하는 의무입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맡아서 관리하는 자는 해당 물건을 자기 물건 보다 더 소중히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가 해당 계약에 다수의 요청이나 시정 요구를 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02년 7월 보충 협의 및 2004년 4월 재판상 화해에 따라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에 SLA 갱신권을 위임했죠. 다만, 법원은 액토즈소프트가 샨다 게임즈 측의 SLA 위반행위에 대해 SLA 갱신권 수임인으로서의 선관의무를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SLA 기간 중 샨다 게임즈 측은 부여된 권한의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함으로써 SLA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
나) 이러한 SLA 위반으로 인해 공동저작권자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로열티가 감소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샨다 게임즈 측은 매달 최대 및 평균 동시 접속자 수 및 로열티 계산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위메이드 측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액토즈소프트는 샨다 게임즈 측 배상금·보상금·합의금·로열티 취득에 관하여 위메이드 측이 요구하는 확인 절차를 성실히 거쳤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액토즈소프트가 샨다 게임즈 측이 로열티 계산의 기초가 되는 정보 제공 의무를 소홀히 하고 정당한 로열티를 지급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포함된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SLA 위반이 있는데도 그에 대한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거죠.
법원은 이를 지적하며 재판상 화해에서 정한 사전 협의를 구하는 위메이드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이 사건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 액토즈소프트가 선관의무를 위반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만 보면 이번 소송은 위메이드의 승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소송은 기각됐으며, 이는 액토즈소프트의 승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액토즈소프트는 "<미르의 전설 2> 연장계약 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발표합니다.
확실한 것은 법원은 위메이드가 주장한 사실관계를 인용하면서 사실이 맞다고 확인해주면서도, 계약 자체는 액토즈소프트가 맺은 건 유효하다고 인정합니다. 뭔가 이상한가요? 링에서는 위메이드가 유리하게 승부를 이끌었지만, 결국 판정에서는 액토즈소프트가 승리한 셈이니까요.
법원의 판단은 액토즈소프트의 선관의무 위반과 연장 계약은 별개의 건으로 봤습니다. 즉, 위메이드와액토즈소프트 사이에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런 이유만으로 곧바로 연장 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2004년 4월 재판상 화해의 화해조항 제1항은 '화해계약상 상호 지적하는 조항에 관하여는 광통 및 샨다와의 협의를 통한 수정을 위하여 쌍방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최대한의 협조 및 노력을 하기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7의 가항은 '샨다 및 이탈리아 디지털브로스 사와의 기존 계약에 대한 갱신 권한은 피고 회사에, 광통 및 대만 소프트월드 사와의 기존 계약에 대한 갱신 권한은 원고 위메이드에 유보한다. 단, 당사자들은 위 각 계약갱신 시 사전 상호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2004년 4월 재판상 화해는 이 사건 연장 계약에 관하여 실질적인 사전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종적인 갱신 결정권은 액토즈소프트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계약 갱신 과정에서 위메이드 측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 의사를 반드시 반영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액토즈소프트는 샨다 게임즈와 2001년 6월부터 계속해서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해왔다. 샨다 게임즈 측이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해온 기간, 그동안 쌓아온 입지, 영향력, 노하우 등을 고려할 때, 액토즈소프트서는 새로운 계약 상대방을 찾기보다는 기존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 계약기간의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계약 상대방을 탐색하는 과정 중 초래될 수 있는 계약 공백 상태를 고려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다) 계약 조항의 내용 자체만을 비교할 때에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계약기간 및 중재 약정의 측면을 제외하면 이 사건 연장 계약은 기존 내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또한 라이선스 연장에 대한 대가는 기존 7,000,000 달러(약 80억 9,800만 원)보다 증가한 11,000,000 달러(약 127억 2,500만 원)이고, 위메이드 측은 로열티의 70% 비율 자체는 계속해서 지급받을 수 있다.
라) SLA 기간 중 샨다 게임즈 측은 부여된 권한의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함으로써 SLA를 위반하였고, 이러한 SLA 위반으로 인하여 공동저작권자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로열티가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기는 하나, 이러한 문제는 이 사건 연장 계약의 유무효와 별도로 시정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일단 기존의 계약을 유지하고 로열티를 지급받으면서 샨다 게임즈 측의 위반행위를 시정하는 것이 공동저작권자 전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을 정리하자면 액토즈소프트가 소송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게 전부 인정 받은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즉, 위메이드의 말은 맞지만 연장 계약에 대해 재계약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위메이드 측 주장이 법원으로부터 받아 들어지고 판결문에도 인용됐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다시 말해서 쟁점 1의 내용으로 돌아가 샨다와 액토즈의 주장인 <미르의 전설 2>의 권한이 PC로 한정 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 샨다 게임즈(현 셩취 게임즈)에 부여한 것은 중국 내 <미르의 전설 2> PC 클라이언트 게임 서비스에만 한정 ▲ 샨다 게임즈가 다른 회사에 서브 라이선스를 부여한 행위는 SLA 위반 ▲ 액토즈소프트는 모회사 샨다 게임즈가 SLA를 위반하고 있음에도 화해조서에 따르는 사전협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선관의무를 위반했음을 명시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연장계약은 유효하지만, 액토즈소프트와 샨다는 앞서 이야기했던 위반 행위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라 보여집니다. 더불어 계약 갱신 과정에서 위메이드의 의사를 존중해야하지만, 이를 반영할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어렵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위메이드는 1심 판결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보다는 법리다툼이 중심이 되는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것이며, 해당 '연장 계약'의 체결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견지하여 다시 판단을 받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ICC)의 국제중재 소송과 중국 상해지식재산권법원의 연장 계약에 대한 소송이 별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위메이드 측 주장이 대거 인용된 판결문이 나온 만큼 향후 소송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역시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