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2> <포인트블랭크>의 동접이 계속 늘어나자 크레온은 추가로 서버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CTO는 서버 구매 직원을 불러, 서버 필요한 절실한 상황을 설명하며 업체에 전화해서 다음 날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버를 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인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직원은 서버 업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직원: 서버 있어요? 업체: 없어요. 직원: 네, 알았습니다. 직원은 CTO에게 말했습니다. “서버가 없네요.” |
1년 7개월 동안의 끊임없는 동접 상승. 게임 업체 모든 이들에게 매력적인, 아니 환상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포인트블랭크>와 크레온에게는 그치지 않는 위기의 시기이기도 했다. 동접 2만 명이 가까워진 순간부터 ‘참고’할 게 없는 영역으로 들어서버린 거니까. 게임(포인트블랭크)은 그 당시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그 수치를 넘은 적이 없었다. 시장(인도네시아)은 어떤 게임도 그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고. 다시 ‘맨땅에서 시작 모드’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
PBNC 2nd 현장에서 수고 중이던 크레온의 주요 멤버들. 왼쪽부터 안재국 CTO, 오광남 과장, Edo 사원, 김영수 과장, Indra 사원, 김수현 CEO.
2. <포인트블랭크> 위기
#1 비싼 기계 문제
첫 번째 도전은 인프라였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터넷이 그렇게 발달한 곳이 아니었다. 네트워크를 늘리는 일이나 장비를 수급하는 일 모두 만만치 않았다.
“네트워크와 장비를 수급하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2009년 11월 무렵 라인을 10Gbps(기가 비트) 업그레이드했는데, 그 전까지 그게 가능한지도 몰랐죠. 라인을 늘리니까,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PBNC를 하니까 또 부쩍 늘어났고요. 서버 팜(Farm)도 2~3대씩 묶어서 주문했는데, 1주일도 못 가서 계속 차버렸죠. 서버 요청하면 6주 정도 걸려서 왔습니다. 우리가 부유한 회사도 아니어서 필요한 정도만 주문할 수밖에 없었죠. 서버 공급이 느려 못 들어오는 대기 유저가 항상 있으니까, 서버만 추가하면 계속 유저도 늘고. 지난해 5월 큰 마음 먹고 향후 1년 이상 서버 걱정을 안 할 수 있는 충분한 수량을 구매했습니다.”
덕분에 현재 크레온은 인도네시아에서 인터넷 트래픽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회사가 됐다고 한다. 금융기관이나 통신업체처럼 대형 IT 인프라가 필요한 곳을 빼고, 일반 회사 중에는 IBM과 HP의 제품을 가장 많이 구입한 회사이기도 하다. HP 직원들이 PBNC를 구경하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2 나쁜 유저 문제
네트워크나 장비는 그나마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트래픽 증가와 비례해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는 끊임없는 치팅(클라이언트 해킹) 시도. 2000년 초반부터 해외에 나간 우리나라 게임이 발목을 잡았던 치팅/해킹의 거친 태클이 인도네시아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다. 게다가 <포인트블랭크>의 개발사 제페토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지도 않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치팅이 일어났습니다. 1주일에 최소한 2~3건 이상은 새로운 치팅 툴이 출현했죠. 지금도 계속 막고 있는 중인데, 중국에 버금가는, 아니 중국 해커들 이상입니다. 시스템 침입 시도도 많고, 치팅 툴을 팔다가, 돈이 안 된다 싶으면 외부로 공개해 버리죠. 지방의 경우, 바우처(선불카드)를 안 사고,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와르넷에서 치팅 툴을 배포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예 가게 밖에다 그런 내용을 떡 붙여 놓습니다.”
치팅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크레온은 개발사인 제페토, 백신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와 함께 3각 보안 체제를 구축했다.
“제페토와 협의를 통해 게임 서비스 자체의 보안을 강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랩과의 공조 하에 양사 간에 치팅을 방어할 수 있는 정기/비정기적 미팅을 가지고 있죠. 치팅툴을 수급하는 전담인력들을 둠으로써, 이들이 해킹 사이트에 들어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해당 툴을 파악/수급해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관련 회사 모든 직원들이 주말을 가리지 않고 치팅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치팅 툴을 배포하는 지방 와르넷에 대해서는 접속차단 같은 강경책을 준비하고 있다. 노치트(No Cheat)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인데, 지방 와르넷에게는 큰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와르넷 PC 전부가 <포인트블랭크>를 하는 곳도 있으니까. 더불어 치트툴을 사용한 유저들에 대한 제재도 강경했다.
“최근(11월 말) 61만 개의 계정을 말소했습니다. 치팅을 한 유저들이었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동접과 매출도 중요하지만, 대외적으로 확고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인트블랭크>도 그렇고, 우리가 서비스 중인 다른 게임들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죠. 지속적인 밴(Ban)은 있었지만, 대규모 밴은 처음이었습니다. 동접이 10~15% 정도 떨어졌는데, 다시 회복된 상태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떨어졌지만, 치팅 때문에 게임을 접었던 유저들이 다시 돌아왔죠. 밴 이후 매출이 계속 올라가는 중입니다.”
#3 모를 직원 문제
회사는 결국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회사가 계속 커지려면 역량 있는 인력의 충원이 필수적이다. <포인트블랭크>와 함께 계속 커나가던 크레온이지만, 적합한 인력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힘든 일이었다.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인터넷 업체의 역사가 짧아서 전문 인력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을 뽑는 것이 정말 힘들었죠. 뽑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아직까지 직업 윤리의식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아서, 예고 없이 안 나오거나 어제까지 잘 나오다가 다른 곳에서 월급 더 준다니까 바로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죠. 꼭 금요일이나 월요일 아픈 사람이 정말 많기도 하고요. 지금은 나아졌지만, 설립 1~2년 사이 갑자기 안 나오는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네트워크 관리하는 직원이 2명 있었는데, 동시에 안 나온 경우도 있었죠. 비밀번호 등 업무 인수인계는 하나도 안 된 상태로요. 회사 인터넷이 안 되는데 해결도 안 되고, 아찔했죠.”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초창기에 있었던 ‘사고’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운영자에게 운영자 툴을 맡기면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높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많은 퍼블리셔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이곳 대학 졸업생 초봉이 25만원 정도 합니다. 아이템 팔고 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도 1년치 월급을 금방 벌 수 있죠. 견물생심은 모든 사람이 겪는 문제죠. 현지 직원들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그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현지 운영자에게는 운영자 툴의 열람 권한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저에게 아이템을 넣어주는 일은 전부 경영진이 하고 있죠. <포인트블랭크>의 경우에도 이벤트가 많다보니 하루 1~2시간씩 아이템만 넣어주는 일을 1년 이상 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특히 자바섬 사람들은 서로 기분 상하게 하는 이야기 하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고 한다. 안 된다고 하는 것을 한번 더 물어보고 사정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경쟁상황에서 살아와서 무엇인가 필요하면 꼭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경쟁이 없으니까, 무언가를 꼭 해야 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어떤 물건을 구할 때, 우리나라 같으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또는 ‘정말 급한 상황이거든요’ 등 설득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노력이 매우 예의 없거나, 예외적이죠.”
(오른쪽 사진은, 와르넷에 붙어있는 바우처(선불카드) 설명들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되는 주요 게임들을 파악할 수 있죠.)
#4 그래도 인도네시아가 좋은 이유
경쟁 성향이 적고, 급하지 않은 태도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유저들에게도 나타난다. 크레온은 유저들의 관대한 태도 덕을 많이 보았다.
“<포인트블랭크> 서비스하면서 정말 인도네시아 유저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유저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의 장애가 발생했다면 이미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을 접고 나갔을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 유저들은 또다시 와주고, 또 와주고, 참을성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게임도 그런 영향을 받습니다. 이곳에서는 즉시 리스폰 아이템이 안 팔립니다. ‘빨리 생성되면 빨리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직원들조차 4~5초 기다리면 되는데, 굳이 왜 그런 아이템을 쓰는지 의아해합니다.”
<포인트블랭크>가 그만큼 시장 지배적인 게임인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정서를 읽을 수는 있는 다른 예도 있다. 인기 연예인들의 섹스 비디오 유출사건이 있었던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의 인터넷이 전부 먹통이 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모든 사이트를 점검하기 위해 전체 인터넷망을 다운시켜버린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법한 일. 그런데 인도네시아 유저들은 이 같은 일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한다.
<플러스 Q&A 2> TIG> <포인트블랭크>의 동접은 얼마까지 올라갈까? 글쎄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동접 10만, 20만을 넘었듯이, 동접 30만 명도 노력과 운이 결부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동접 30만을 가는 것보다 길고 오래 흥행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치팅 때문에 계속 계정 블록을 할 예정이므로 지금까지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가 서비스하는 다른 게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즉 치팅을 한 유저는 다른 게임에서도 치팅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TIG> <포인트블랭크> 외의 다른 게임들은 어떤가? <포인트블랭크>의 성과가 크다보니 '크레온' 하면 한국에서는 <포인트블랭크>만을 떠올립니다만, 사실 다른 게임들도 해당 장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 오픈한 <아틀란티카>의 경우 당당히 인도네시아 MMORPG 장르에서 선두에 올라 있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리스타일>도 여기가 농구 볼모지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가입자가 1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포인트블랭크>를 통해 와르넷들이 우리 회사를 다 알게 되었고, 바우처도 전국 각지에 유통되지 않고 있는 곳들 없게 되다보니 후속작들도 그 전에 비해 좀 더 쉽게 안착할 수 있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TIG> 어떤 게임을 찾는가? 물론 대작 게임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대작이냐 아니냐를 떠나 장르나 타깃 연령을 고려해 인도네시아 유저들에게 좀 더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는 게임을 주로 찾고 있습니다. 한국은 게임이 너무 많이 나오잖아요.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보다는 저희의 기준에 부합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열정 있는 개발사들과 사업 기회를 논의하고 싶습니다. TIG> 향후 인도네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저희가 2007년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후 3년 동안 새 회사가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인트블랭크>의 성공에서 보듯 인도네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에만 한국계 업체가 4군데 정도 더 생겼고, 인도네시아 회사는 물론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인접 국가의 퍼블리셔들도 지사를 설립하고 있어요. 시장이 커질 것이 너무 극명하니까요. 그 동안은 인도네시아 현지 로컬 퍼블리셔들과만 경쟁해 왔다면, 화교 자본은 물론 여러 글로벌 퍼블리셔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도 있고, 그만큼 자본력과 마케팅 역량을 앞세운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리스크도 있지만, 그만큼 더욱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IG> 크레온의 장점과 단점은? <포인트블랭크>를 통해서 이룩한 시장 지배적인 브랜드나 바우처 유통 네트워크 등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한국) 개발사 입장에서는 한국 업체와 동일하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고, 그만큼 문제 사항에 대해 빨리 파악해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서로 잘 아는 사이고, 의기투합한 사람들이니까, 의사결정도 잘 이뤄지고 있죠. 인터넷 사업 경험도 많아서, 시장도 더 멀리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력 측면도 우위에 있다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고요. 반면, 한국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관리하는 구조이다 보니, 현지 문화를 캐치하는데 현지인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지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모든 일을 하는 구조보다는 현지인들이 성장해 한국인의 역할을 대신 해주는 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가 향후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로 인사를 뽑는 이유도 이에 있습니다. TIG> 인도네시아에서 젊음을 하고 싶은 청춘들에게 한 마디? 회사가 성장할수록 더욱 느껴지는 게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좋은 인력에 대한 니즈는 정말 많습니다. 한국 쪽에서도 사람을 찾고 있는데, 외국에서 생활하면 흔히들 ‘좋은 대우’나 ‘여유’를 꿈꾸는데, 저희는 아직 배고픕니다. 그래서 근성 있고, 회사 일이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시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미혼을 선호하고요. 적어도 2~3년 동안은 벤처 정신으로 일해야 합니다. 안 되면 전화 10번이라도 해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기 현지인들과 상대해야 하니까,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