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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온라인게임을 강화할 것이다. 그래서 넥슨에 돌아왔다.”

[허접만담] 10년 만에 다시 넥슨으로 돌아온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를 만나다

김승현(다미롱) 2013-10-28 19:04:26
지난 9월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가 10년 만에 넥슨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가지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 왜 그는 넥슨으로 돌아왔을까? 
- 왜 넥슨은 그를 다시 품었을까?

정 대표는 넥슨 초창기 멤버로, 넥슨 개발자들에게 가장 신망이 두터웠고, 사장 자리까지 앉았지만, 넥슨을 뛰쳐나왔던 인물이었으니까요. 그 답을 듣기 위해 정 대표를 무척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지난 2~3년 사이 국내 게임업계에 불어닥친 위기와 기회가 만담 속에서 요동쳤습니다. /진행 시몬, 정리 다미롱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

10년 만의 넥슨 컴백


임상훈 대표(이하 시몬):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정상원 대표(이하 띵): 개발자가 게임 개발하지 무슨 일이 있었겠나. <프로젝트 NT>하고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가칭) 개발하느라 정신이 없다. 둘 다 멋진 게임이 돼가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


시몬: 내가 그런 뻔한 말 듣고 싶어 왔겠나. (웃음) 지난 9월 넥슨에 인수됐다. 딱 10년 만에 ‘컴백홈’이다.


띵: 이전에 넥슨에서 일했던 적이 있어 이야기가 빨리 오갔다. 인수 이야기 나오고 한 달도 되지 않아 후다닥 마무리됐다. 아무래도 우리나 넥슨이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시몬: 내 기억에 넥슨은 늘 미래를 걱정하는 회사였다. 대개 다른 회사 인수합병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왔고.
 

띵: 맞다. 이번엔 우리가 그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 (웃음)


넥슨은 지난 9월 13일, 자회사 네오플을 통해 띵소프트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시몬: 독립 개발사로 있다가, 넥슨에 인수된 배경은 역시, 개발비 고민이었나?
 

띵:  우리가 <스틸커맨더스> 출시하니 <프로젝트 NT>는 접었냐고 묻는 사람이 있더라. (웃음) <프로젝트 NT>의 CBT 일정이 다소 늦춰졌지만, 개발비는 투자를 통해 이미 확보했었다.

그보다는 ‘큰물’에서 제대로 싸워보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했다. 요즘 온라인게임 시장이 예전 같지 않잖은가. 제대로 된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보아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SM을 만나야 세상에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시장 상황이 불안하니, 우리 역량을 증폭시켜 줄 파트너가 있으면 좀 든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NT>의 2012년 버전 스크린샷.


시몬: 시장 상황이 정말 ‘역대급’으로 요동치고 있다. 
 

띵: 사실 그래서 올 초에 나온 작품들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이름난 작품이 떴으면 같이 얹혀 가려고. (웃음) 그런데 시장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한동안 좌절 모드였다.
 

시몬: 그런데 왜 넥슨인가? EA 등 다른 회사에서도 관심이 많았을 텐데.


띵: 전에 넥슨에서 일했다 보니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덕분에 뒤끝 걱정 없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 결심을 굳혔다. 게다가 넥슨이 가진 장점이 두드러졌다.


시몬: 넥슨의 장점?
 

띵: 온라인게임을 두 작품으로 끝낼 것도 아닌데, 앞을 생각하면 우울하더라. 최근 대형 게임사 중 퍼블리싱, 아니 정확히 말해 소싱팀이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많지 않다. 다들 모바일게임 쪽으로 바쁘고, 자기 것 소화하기도 바쁜 마당에, 온라인게임을 더 추가할 여력은 없다더라. 넥슨은 제대로 소싱팀이 돌아가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온라인게임의 미래를 여전히 주시하고 있고. 넥슨에서도 온라인게임 개발 조직이 필요한 덕에 쉽게 이야기가 오갔다.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 목록. 


모바일 대세에 대한 ‘경영자 관점’의 진단

 
시몬: 나도 최근 상황은 무척 아쉽다. 온라인게임이 과잉축소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게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기회가 더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전세계적으로 대작 온라인게임 만들 수 있는 회사도 이제 몇 되지 않는 분위기다.


띵: 동의한다. 그런데 전문 경영인 관점에서 보면 요즘 상황이 이해된다. 온라인게임(MMO)은 제작에 몇 백 억씩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최근에는 성공 확률도 낮았다. 전문 경영인은 이런 리스크를 지기 어렵다. 괜히 남의 게임에 투자했다가 날리면, 자기 커리어(경력)도 같이 날아간다. 


시몬: 게다가 MMO는 자기 임기 중에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오기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NHN에서 나오는 MMO들도 다 전임 사장 때 계약했던 것들이다. 또, 임기 중에 성과를 보려고 조급해지는 경향도 있고.


띵: 수백 억 원을 수년 간 들이붓고 가슴 졸여야 하나 나오는 온라인 게임보다는, 훨씬 적은 돈으로 모바일 게임 5 ~ 6개 개발하고 하나 ‘대박’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훨씬 확률 높은 투자로 판단했을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커리어도 되고, 나빠도 부담 없이 털고 나올 수 있고. 언제 폭탄으로 돌변할 지 모르는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겠지.

5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엔씨소프트의 MMORPG <블레이드&소울>.


시몬: 오, 설득력 있는 관점이다. 역시 경영자를 오래한 티가 난다. (웃음) 그런데, 그건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4~5년 한 타이틀에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고, 과거처럼 인센티브나 주식 배정도 쉽지 않은 환경이니까. 게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모바일게임이 빵빵 터졌으니. 

그러고 보니, 띵소프트도 모바일게임을 출시하지 않았나?  


모바일게임 시장 1년 스케치


띵: 작년 이맘 때,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 뜨고 나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야 말로 개발자들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솔직히 어지간한 돈 없이는, 회사는커녕 게임 하나 개발하기도 힘든 온라인게임 시장에 비하면, 아이디어만으로 누구나 뜰 수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으니까.


시몬: 그런데,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띵: 최소한 한국의 주류 모바일게임 시장은 게임 시장이 아니더라. 카카오 중심의 플랫폼 때문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게이머'가 없다고나 할까? 솔직히 카카오로 게임하는 사람 10명이 있다면 그 중 몇 명이나 디스이즈게임을 본다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모바일 게이머는 내 손에 쥐어진 게임만 즐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게이머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 개발자들이 어떤 유의미한 발전을 할 수 있을지도 솔직히 회의적이다. 아, 이런 말은 <스틸커맨더스>가 대박 난 다음에 했어야 폼 나는데. (웃음)
 

띵소프트가 개발한 메카닉 카드배틀 <스틸커맨더스>


시몬: 초기 시장에서 논게이머가 시장에 많이 유입된 측면에서 그런 현상이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래서 많이 우울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퍼즐앤드래곤>이나 <크래쉬 오브 클랜>처럼 게임성으로 인정받은 작품들도 나오고 있다.
 

띵: <퍼즐앤드래곤>은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타이틀이다. 하지만 나는 <퍼즐앤드래곤>이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지향점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시장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카카오가, 나아가 카카오 게임하기의 유저가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독특한 게임성으로 인기몰이 하고 있는 겅호의 <퍼즐앤드래곤>


시몬: 하지만, 요즘 들어 초기 몇몇 회사들처럼 개발사가 카카오를 통해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아졌다. 마케팅 압박도 심해진 것 같고. 플랫폼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개발사들은 좀 빡빡해진 상황 아닌가. 


띵: 지난해만 하더라도 모바일게임 퍼블리셔와 계약하면 보통 5:5 수익배분에 계약금과 미니멈개런티로 각각 1억 원은 받을 수 있었다. 수익은 차치하고, 개발사 입장에선 개발비만 잘 아껴도 1억 5,000만 원은 건질 수 있는 구조였다. 당시엔 지금보다 간단한 게임이 주류였으니까.
 
하지만 경쟁이 심해진 요즘엔 수익 10 중 퍼블리셔가 6을 가져가는 경우가 태반이고, 계약조건도 더 나빠졌다. 게임이 대박나서 100억 원을 벌더라도 마켓, 플랫폼, 퍼블리셔 떼주고 나면 개발사에 20억 원 정도 들어온다. 경쟁이 심해져서 개발비는 더 들어갔을 텐데, 대박 나도 이 정도밖에 안 나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그림은 아니다.

 
시몬: 하지만 일반 개발자 입장에선 여전히 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진입장벽이 낮지 않나?
 

띵: 인정한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콘텐츠 시장이 아닌 ‘상품 시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알고 지내는 미국 개발자가 한국 시장 보고 '설탕 시장'이라고 그러더라. 음악이나 영화같이 각각의 개성이 있는 것이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공산품이 판매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워낙 논게이머 시장이 크다 보니 독특한 게임보다는 어디서 본 듯한 게임이 더 자주 보이지 않는가? 또 대부분의 모바일 게이머는 그런 게임을 더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게임을 만들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게임이 흥하던 망하든 간에 뭔가를 얻어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비슷한 게임만 만들면 발전 없이 정체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창작자로서의 사기도 걱정이고.

카카오 게임이 점령한 구글 매출 순위. 카카오 게임하기의 영향력 때문에 적지 않은 개발자들이 카카오 입점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시몬: 다행히 카카오 바깥에서는 여러 도전들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 안에서도 없진 않고.
 

: 그런 게임이 성공하고 더 나와줘야 할 텐데. 사실 모바일 게임은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어, 궤도에 오르기까지 게임사에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크다. 소형 게임사는 허리띠 졸라매고 개발에 매진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게임을 잘 만들어도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충분한 입소문(=시간)이나 대대적인 마케팅이 필수다. 하나같이 돈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요즘은 아는 개발자들이 모바일게임사 창업한다고 하면 사업 담당자는 무조건 끼고 시작하라고 권한다. 멋진 마케팅으로 뜨면 좋고, 최악의 상황이라도 사업 담당자가 있으면 해외라도 노려볼 수 있으니까.


온라인게임 시장의 가능성


시몬: 모바일게임 시장이 그렇다면, 온라인게임 시장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띵: 아직 죽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정체가 시작됐고,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온라인게임 시장은 오히려 <피파 온라인 3>나 <에오스> 등 준수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작품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온라인게임, 정확히 말하자면 중간에 게임을 멈추고 전화받기 곤란한 미드코어 타이틀은 꾸준히 수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PC 온라인 게이머는 이전부터 있어왔고, 모바일게임의 대두로 인해 기존의 논게이머도 언젠가는 미드코어급 타이틀을 자연히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한 동안 공백기였던 미드코어 타이틀 시장이 오히려 블루 오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미드코어 타이틀이 얹혀질 플랫폼이 PC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바일도 가능하고 콘솔도 가능하다. 다만 나는 그 중 PC가 한국 게이머들에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미드코어 타이틀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시몬: 그러기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띵: 인정한다. 재미있는 게임이고, 대세 문화가 된 게임이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가 걸릴 지 몰라도 언젠가 내려온다. 사실 지금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열풍은 게임의 재미 외에도 또래 친구 대부분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위치 덕이 크다. 하지만 AOS는 그 구조 상 자신의 계정에 대한 애착이 MMORPG같은 장르보다 약하다. 더군다나 최근엔 다른 경쟁작도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여러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몬: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회사와 상당수 개발자들이 모바일 쪽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온라인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의 풀(규모)도 엷어지는 것도 걱정이고. 


띵: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 게임 업계는 개발자, 특히 프로그래머가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프로그래머보다 새로 충당되는 프로그래머가 적다. 숙련된 프로그래머는 퇴직하거나 관리직 승진을 통해 꾸준히 줄어드는데, 이를 매울 프로그래머들은 충분히 모이지 않는다.
  

시몬: 정부에 의해 강화되는 게임업계에 대한 편견 같은 것도 문제지만, 과거에 비해 프로그래머 인력 자체가 게임 업계에 들어오는 게 줄어든 느낌도 든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연장선상도 있고, 게임 업계가 성숙되면서 과거에 비해 소위 ‘대박’을 치는 게 어려워진 점도 있는 것 같다. 



  
띵: 솔직히 요즘 세상에선 게임 개발자로 대박 나는 것보다 삼성 같은 곳 들어가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만든다는 메리트는 다른 업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게임 개발자만의 매력이니까.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괜찮은 매력요소 같다.

 
시몬: 그럼에도 게임업계의 불안함은 문제다. 호황기에는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소싱도 경쟁적으로 강화하다가, <리그 오브 레전드> 광풍이 불자 대부분 구조조정을 하고, 소싱도 뚝 닫아버렸다. 회사 입장에서야 기회일 때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위기일 때 보수적인 운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별 개발자나 개발팀, 개발사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가혹한 면이 있다. 과거에야 대박을 거두면 한몫 잡을 수 있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산업 성숙기에는 그런 환경도 아니지 않는가.
 

띵: 맞다. 사실 업계 환경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나 같은 선배 개발자들의 탓이 크다. 꾸준히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선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업계도 힘들어지고 분위기도 나빠졌다. 적어도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게임사라면 자신만의 확실한 색이 있고 개발 조직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한국 개발사 중에 그런 업체가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엔씨소프트 정도.


그래서 넥슨은? 띵소프트는?


시몬: 넥슨이 띵소프트를 인수한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과거에는 ‘한국의 EA’라고 불리 정도로 매출이 특정 규모 이상인 회사를 인수했다. 또한 최근 몇 년은 신규 개발보다 라이브(기존 게임) 쪽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띵소프트는 매출이 있는 회사가 아니고, 순수 개발사다. 넥슨이 개발 조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봐도 되는가?


띵: 최근 기조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회 공헌의 일환이라지만, 올 여름 개관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은 일반인은 물론, 업계의 자존감 차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번에 우리 띵소프트 인수한 것도 그동안 인수 사례와 달리, 결과가 없는 회사를 돈 주고 산 것이다. 이쯤이면 넥슨이 개발 조직 확충이라는 게임사 본연의 자세에 집중한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웃음)
 

올해 7월 개관한 넥슨 컴퓨터 박물관.


시몬: 역시 넥슨 관계사 사장님다운 말씀이다. (웃음) 정말 넥슨의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나?
 

띵: 그렇게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개인적으론 그런 기조 변화 없이는 생존이 힘들 것이라 생각하니까. 예전처럼 성공한 개발사를 사 미래를 이어가려면 규모가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 넥슨이 살 만한 개발사가 남아 있나? 지금까지가 골방에서 점 10원짜리 고스톱 치던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 가서 큰 물에서 놀아야지.
 
그러려면 결국 자본금이 필요하다. 게임사에게 자본금이란 무엇이겠는가? 결국은 게임이다. 더 살 것이 없다면 스스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시몬: 그러니까, 넥슨은 지금 당장은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게임 시장이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보고, 미래의 큰판을 준비하기 위해 띵소프트를 인수했다?




띵: 온라인게임은 글로벌 경쟁 시장이다. 요즘 중국 회사들이 잘 나간다. 텐센트 같은 회사는 자체적인 게임 개발력은 약했지만,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요즘 텐센트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반(半)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니까. 넥슨이나 다른 한국 회사는 그런 시장을 결코 가질 수는 없다. 텐센트 같은 거인과 겨루려면 경쟁력 있는 게임을 더 많이 만드는 수밖에 없다.


시몬: 동의한다. 그런데, 여전히 개발자, 특히 프로그래머들은 모바일로 빠져나갔거나 시장 상황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런 불신을 무너뜨리고 개발자들을 다시 온라인게임 업계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띵: 그런 것은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같은 선배 게임사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웃음)
 

시몬: 이제 넥슨 사람이지 않은가.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자고 해놓고선 꼬리 자를 생각은 아니겠지? (웃음) 힘들면 선배 개발자 정상원의 의견이나, 띵소프트의 비전이라도 말해달라.
 

띵: 여전히 나는 게임 개발자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조카에게 왜 이 게임 캐릭터가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할 수만 있어도 만족하는 사람이라. (웃음) 역시 개발자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해봄직한 프로젝트 밖에 없는데, 아, <프로젝트 NT>나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두 게임 모두 스케줄대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더 말할 것이 없다.
 
해봄직한 프로젝트란 말 그대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말한다. 넥슨은 온라인게임 개발을 확대할 것이다. 유명 IP를 이용한 프로젝트일 수도 있고, 개발자라면 한번 쯤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 적어도 넥슨의 이름을 달았다면 설령 모바일 게임을 만들더라도 유행이 아닌 게임성을 가지고 승부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마음뿐이다. 너무 막연한가?




<택티컬 커맨더스 2>? 아직 마음에 품고 있다


시몬: 생각해보면 넥슨 라이브팀을 제외하면, 신규 개발팀 중 대중에게 알려진 인지도만 따지만 '데브캣' 정도 밖에 없다. 그렇다면 띵소프트에서도 지금 개발 중인 작품 외에도, 넥슨의 기존 IP나 신규 IP를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떤 IP를 생각하는가?
 

띵: 띵소프트의 대표이자, 이제 넥슨 사람이 된 내가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띵소프트도 넥슨에 속한 만큼 죽은 IP 살리고, 없는 IP 주워오는 등의 일을 하지 않을까?
 

시몬: 죽은 IP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택티컬 커맨더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국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지 않나? 그러고 보면 이전에 개발하던 <프로젝트 GG>도 <택티컬 커맨더스>의 후속작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띵: 미디어에게만 인기가 좋았지. 솔직히 <택티컬 커맨더스>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은 아니었다. (웃음)
 
아, 참고로 <프로젝트 GG>와 관련된 이야기는 루머다. <택티컬 커맨더스 2>는 순수한 RTS로 기획됐는데 미처 다 개발하지 못하고 넥슨에서 나왔다. <프로젝트 GG>는 그냥 RTS를 RPG의 틀로 녹여내고자 했던 작품이었다. 결국 엔진만 죽어라 만들다가 엎어졌지만.
 
<택티컬 커맨더스 2>는 언젠가는 꼭 다시 도전하고 싶은 타이틀이다. 개인적으론 RTS 장르가 이제는 답보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어 더욱 더 그렇다. 현재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RTS의 시야와 조작법을 이용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거기서 더 발전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택티컬 커맨더스>처럼 보다 대규모로 풀어낸 작품일 수도 있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식일 수도 있다.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
 

시몬: 이러니 저리니 해도 <택티컬 커맨더스 2>에 대해 열심히 ‘썰’을 풀어 놓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마음에는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만약 넥슨이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띵: 그렇지 않으면 또 나가야지. 한 번 나간 거 두 번은 못 나가겠나. (웃음)


정상원 대표가 개발한 MMORTS <택티컬커맨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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