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에서 스토리는 ‘계륵’같은 존재다. 잘 만든 이야기는 숱한 2차 장착물로 이어지고 게임을 맛깔나게 만드는 양념이 되지만,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서 스토리는 ‘읽는 사람만 읽는 이야기’로 남는다. 텍스트를 읽지 않는 유저가 다수인 상황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가는 많은 개발사들의 고민이다. 특히 <프로젝트 AX>처럼 ‘느긋함’과 거기서 나오는 이른바 ‘덕심’을 겨냥한 게임이라면 고민은 더해진다.
엔진(Ngine)스튜디오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았다. MORPG의 특성에 맞춰서 최소한의 대화와 연출로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을 전달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원하는 유저에게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스토리북 등을 통해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짐승과 학원, 코스튬 등 소재부터 ‘노린 만큼’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엔진스튜디오 서재우 대표와 박훈 COO의 설명을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김진수 기자
왼쪽부터 엔진스튜디오의 박훈 COO와 서재우 대표
<프로젝트 AX> 최초공개 기사 보는 순서
① (영상) 귀여운 짐승들의 쿼터뷰 MORPG! 프로젝트 AX
② (프리뷰) 전략과 액션,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프로젝트 AX
③ (인터뷰 1) 프로젝트 AX “슬로푸드처럼 느긋한 낭만을 살리고 싶다”
짐승 + 학원 + 코스튬. 모두가 즐거운 ‘덕심’을 노린다
TIG> 캐릭터 이야기 좀 해보자. 수인에 학원이라니. 이건 누가 봐도 ‘노린’ 거다.
맞다. 우리 원화가가 그런 걸 좋아한다. 캐릭터나 코스튬은 아예 2차 창작물이 나올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덕심 좀 있게.’ 설정부터 티가 나지 않나?
TIG> 쿼터뷰 시점이라 꾸미기가 약할 것 같은데?
쿼터뷰 시점에 맞춰서 구현 중이다. 어차피 얼굴이 잘 보이는 구조는 아니니까 얼굴은 기본적인 변형 정도만 가능하고, 머리부터 복장에 많은 신경을 썼다. 기본적으로 코스튬 시스템을 택했고, 상의와 하의가 나눠져 있어서 조합이나 염색이 가능한 방식이다.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는 통짜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유저들은 스스로 꾸미기를 원하니까. 그리고 나중에는 유저들이 우리보다도 더 잘 꾸민다.(웃음) 그래서 옷에 신경도 많이 썼고 파츠도 세분화해 뒀다.
TIG> 캐릭터 콘셉트에서도 많이 신경을 쓴 듯하다.
동물에 맞는 전투 방식을 유지하면서 이를 재미나게 풀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피를 빠는 박쥐는 의사라거나, 염소는 책을, 양은 재봉가위를 들고 있다. 아이디어는 참 다양한데 이게 만들다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다양한 의견 중 일부만이 채택되는 중이다.
* 이하 설정 관련 이미지는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TIG> 캐릭터의 종류는 어느 정도를 생각 중인가?
처음에는 12간지로 나갈까 생각했는데 숫자가 제한되면 안 좋더라. 그래서 제한은 두지 않았고 다른 게임들보다는 꽤 많은 수준이 될 거다. 일단은 방학 때 2종씩의 캐릭터를 풀어서 6개월 정도 육성하고 다시 다음 캐릭터로 갈아타는 식의 라이프 사이클을 생각하고 있다.
TIG> 복장 숫자도 꽤 중요할 것 같다.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은데, 아직은 수치적인 예측은 못 해봤다. 지금은 전투적인 플레이를 어떻게 잘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코스튬 자체는 원화를 비축해 놓고 있다.
TIG> 원화가가 꽤 힘들겠다.
워낙 ‘덕덕한’ 분이신지라 즐겁게 하고 있다.(웃음)
아이디어 단계의 캐릭터. 이 중 실제로는 구현되지 않는 캐릭터도 많다.
MORPG에 맞춘 이야기 진행. 원하지 않아도 ‘보는 이야기’를 만든다
TIG> ‘덕심’이 나오려면 결국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도 중요하다.
맞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단순한 퀘스트 텍스트 나열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지양하고 있다.
TIG> 그럼 어떤 방법을 쓸 건가?
현실적으로 <디아블로 3>처럼 모든 대화를 녹음하면 좋겠지만 개발비에 무리가 많이 따르고, 세세한 연출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면 관련된 NPC가 플레이어를 계속 따라다니며 상황에 따라 말을 할 거다. ‘그 보석을 훔쳐간 게 저 녀석이야!’라든가 ‘방금 주운 그 돌을 잘 보관하게’처럼.
적들도 대화를 외치며 플레이어를 향해 뛰어든다. 당장 플레이어를 본 적이 도망가서 소리를 치고, 집에서 사람들이 무기를 갖고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그들의 본거지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않겠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며 플레이하는 MORPG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TIG> 그런 식이면 보여줄 수 있는 대화량이 많지 않을 텐데?
많은 대화를 보여줄 생각도 없다. 던전에서 많은 대화를 보여줘도 읽지 않는 유저가 대부분이니까. 차라리 이런 연출들을 통해서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구나’ 정도의 이야기만 알게 되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 외의 부분은 시간이 남고 호기심이 들 때 스토리북에서 확인하는 방식이다.
TIG> 자세한 설명 좀 부탁한다.
모바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프로젝트 AX>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부 기능을 연동해서 사용한다. 일단은 던전 진행 도중에 나오는 각종 키워드를 모바일에서 더욱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고, 제작이나 생산, 채팅 등의 요소도 모바일에서 가능하다. 그냥 마을의 일부분이 모바일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나중에는 관전 같은 기능도 만들 생각이다.
TIG> 스토리나 커뮤니티 부분은 모바일로 뺀다는 건가?
일부분이지만 오히려 PC 앞에 유저가 앉아 있지 않을 때도 커뮤니티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을 거다. 느긋하게 세계관이나 이야기, 파고들 요소를 살펴보기에도 요즘은 PC보다 모바일이 나을 것 같고.
돈보다는 운영에 대해 공감해주는 퍼블리셔가 필요
TIG> 직접 서비스할 생각도 있나?
그건 아니고. 퍼블리셔들과 만나는 중이다. 이번 지스타에 가서 결의한 게 있는데, ‘내년 지스타 B2C에 우리가 참가하자!’라고 의기투합했다. 일단 계획은 내년 말에 서비스하는 것이다.
TIG> 신작 온라인게임이 적다 보니 퍼블리셔들의 관심을 끌 것 같다.
금액보다는 아까 말한 것처럼 운영면에서 밀접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회사가 효율성만을 추구하면 유저들과의 사이가 삭막해진다. 개발사부터가 유저들과 꾸준히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TIG> 반대로 개발자나 운영자가 개입하는 걸 싫어하는 유저도 있다. 요즘 사고도 많다.
그래서 개입은 한정적으로 하되 항상 옆에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위는 <마비노기>의 카메라걸 수준이다. 플레이어나 몬스터의 모습이 아닌 다른 콘셉트를 가진 캐릭터로 나타나서, 관전자로 살다가 큰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도움도 주고. 오히려 그렇게 공개적으로 하다 보면 문제가 될 여지도 적어진다. 다들 지켜보고 있으니까.
TIG> 일종의 게임 외적인 ‘놀 거리’ 정도로 생각하면 되나?
그렇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게 <드래곤네스트>가 넥슨에서 액토즈소프트로 넘어갈 때 운영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큰절하는 사진을 올렸던 일이다. 유저에게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회사라면 그 정도 자세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발자가 자기 게임에서 노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유저 보고 자기 게임을 좋아해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
TIG> 자체개발 엔진을 쓴다.
이름부터 엔진스튜디오니까. 다른 상용엔진은 우리가 원하는 타격감이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칠 부분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그냥 자체엔진을 만들었다. 사실 회사이름도 엔진(Engine) 스튜디오였는데 N사가 잘된다는 속설을 믿고 엔진(Ngine)으로 바꿨다.(웃음)
TIG> 이른 질문이지만, 엔드 콘텐츠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듯하다.
국가마다 다르다. 국내에서 PvP가 잘 안 먹히고, 어디서는 PvE의 인기가 별로이기도 하고. 그래서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PvP도 있고, 디펜스도 있고, AOS 스타일도 된다. 앞서 ‘예측보다는 대응’이라고 말한 것처럼 일단 유저들에게 다 보여주고 반응을 볼 생각이다. 아주 기본적으로는 캐릭터를 키우고 코스튬과 스킬을 모으는 것이 되지 않을까?
TIG> 테스트를 거치며 다양한 반응을 보겠다는 건가?
예비편성처럼 짧은 기간 콘텐츠를 보여주고, 반응이 좋으면 정규편성을 하는 식이다. 옴니버스 스토리인 만큼 장점도 있는데, 반응에 따라서 특정 구간을 통째로 덜어낼 수도 있다. 만드는 건 한층 자유로울 듯하다. 만약 게임이 잘돼서 중국에 진출하게 됐다면 중국은 언데드가 안 되니까 그런 요소들이 나오는 옴니버스를 아예 들어내 버릴 수도 있는 거고.
TIG> 개발 초기 게임치고는 의외다. 게임 자체의 특징보다 운영과 라이브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개발팀부터가 넥슨이나 엑스엘게임즈 등에서 MMORPG를 만들던 멤버들이 주축이다. 오랜 기간 라이브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결국 라이브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개발 단계부터 잘 알고 있다.
TIG> 결국 ‘드라마 같은 게임’을 원한 이유도 그래서고?
온라인게임의 초창기로 돌아가보자는 생각이다. 운영이나 즐길 거리도 그렇고. 삭막하기만 한 게임들 속에서 이런 게임이 하나 있는 것도 좋지 않겠나.(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