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편에서는 기존 소프트맥스 이경진 팀장을 통해 <창세기전> 시리즈의 과거 인물들을 어떻게 작업했는지 알아봤다. <창세기전> 시리즈가 오랜 시간을 이어온 만큼, 중요한 캐릭터도 많고 각 시리즈를 담당했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도 달랐다.
시리즈 세계관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 <창세기전 4>는 서로 다른 시리즈, 서로 다른 일러스트레이트가 그린 캐릭터들을 한 게임에 잘 어울리게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2편에서는 과거 캐릭터를 <창세기전4>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작업 내역을 비교하며 알아보도록 하자.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창세기전4> 특집 기사목록
창세기전4 특집① 4월 16일 CBT 시작! ‘평행세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
창세기전4 특집② 동료만 500명! 월간업데이트로 매달 새로운 이야기를 맛본다
창세기전4 특집③ 끝없이 이어지는 비극, 창세기전 시리즈 스토리 총정리
창세기전4 특집④ 프롤로그부터 연환기까지, 게임의 주요 콘텐츠 정리
창세기전4 특집⑤ ‘올드 팬을 위한, 그러면서도 새로운’ 창세기전4 일러스트 히스토리 1편
창세기전4 특집⑥ ‘추억을 현 시대 트렌드에 맞춰라’ 창세기전4 일러스트 히스토리 2편 (현재기사)
창세기전4 특집⑦ ‘창세기전’ 시리즈 백과사전, 열혈 유저에서 개발자까지 - 소프트맥스 박민수 (차주 예정)
■ <창세기전4> 캐릭터 일러스트, 이렇게 작업했다
<창세기전4>는 캐릭터 작업 시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어서 논의를 거칩니다. 이올린이나 GS, 살라딘, 흑태자 등 중요한 인물은 스토리를 구성하는 핵심 캐릭터이기에 한 그룹으로 형성하고, 다음으로 조연들, 그리고 시리즈에 등장은 하지만 존재감이 낮아 잘 모를 수도 있는 그룹 등입니다.
마지막 그룹에서도 되도록 유저들에게 인지도 있는 인물은 조연급으로 조정하는 등의 논의를 거치게 됩니다. 사실상 조연급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것이죠. 이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웬만한 인물들은 모두 이 범주에 들어와 있습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미카엘이라는 마법사도 그렇고 미카엘보다는 비중이 있으면서 출세해서 장군까지 한 죠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세기전3>에서는 죠엘을 장군 모습의 일러스트로 선보인 바 있죠. 개발 당시에는 이렇게 깊은 생각들을 하지는 않고 보통 필요해서 나온 인물인 경우가 많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재해석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매력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죠. 주요 인물들은 분명한 캐릭터가 있지만 조연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들의 이야기도 풍부하게 만들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창세기전4>의 모습을 대략적으로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컷신 등을 통해 캐릭터 일러스트가 많이 들어갑니다. 이는 <창세기전4>에서 유저가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하나의 군단으로 조정하면서 생기는 캐릭터성의 저하를 막기 위한 것으로, <창세기전>의 IP를 유지하면서 영화 ‘어벤져스’처럼 각각의 캐릭터들이 비중 있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스토리에 대한 캐릭터의 서사성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들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이는 요즘 출시됐던 카드 게임들의 트렌드와도 어느 정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내 대화창을 통해 보여지는 캐릭터 일러스트의 크기도 다른 게임들 보다 꽤 크게 표시되는 편인데요, 이는 표정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전4>는 캐릭터들의 성격 묘사가 중요한 게임이기에, 얼굴이 크게 보여지도록 했고요. 그에 맞추어 일러스트도 얼굴을 중심으로, 크게 볼 때 적합하도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창세기전4>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작업할 때는 기존 캐릭터와의 조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창세기전4>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다른 세계관을 가집니다. 때문에 이안이나 노엘도 있고 이후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기존 시리즈들에 선보인 캐릭터가 많아서 비슷하게 성격이 겹쳐질 수도 있거든요. <창세기전4>가 기존 시리즈와는 문화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와 연결되는 정통적인 느낌은 좀 부족할 수도 있지만 시리즈에 잘 녹아 들면서 비중 있게 등장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그릴 때에는 어떤 캐릭터든 많이 생각하고, 인물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게임 속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 때의 상황을 떠올려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하고, 이를 설정에 반영하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창세기전2> 핵심 캐릭터들을 작업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특히 아래에서 설명할 칼스는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습니다. 화룡 헬카이트를 잡기도 했고요.
흑태자의 경우에는 왜 가면을 썼는지, 전장에서 악마라고 불려진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흑태자가 아수라 검을 소환하는데 이는 신체를 변화시켜서 부른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일종의 생체기술인 셈이죠. 악마라고 불렸던 이유가 “아수라 검의 소환 과정이 기괴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혹은 흑태자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어서 그런 것일까”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생각하고, 이를 그림에 반영해보려 했습니다.
1. 이올린 팬드래건
<창세기전4>가 공개되고 이올린 모습이 노출됐을 때 평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작 당시 최연규 이사님과 많은 얘기가 오고 갔던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모습이 결정됐을 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오래된 팬들이 보면 불만이 많을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죠.
불만의 원인도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만 가장 많이 이야기됐던 것 중 하나는 복장의 노출도가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올린 하면 매우 딱딱한 갑옷의 캐릭터가 떠올려집니다. 그냥 남성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요. GS를 만나면서 여성성을 일부 찾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강인한 이미지인 캐릭터임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설정에 대해서도 얘기하시는 팬들이 많습니다. 이올린이 보유한 명검 엑스칼리버는 남성용 검입니다. 이올린의 오빠들이 모두 죽거나 사라졌고, 대관식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왕이나 다름없는 인물이기에 그 검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공개된 포스터에서는 세검을 들고 있죠. 이런 부분들도 설정과 미흡하다며 가볍게 제작했다는 불만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래픽 작업 시 인물들의 설정에 대해 매우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팬 분들의 기대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욕심도 갖고 있고요. 많은 개발진들이 <창세기전> 시리즈를 겪어온 분들이기 때문에 이올린이 엑스칼리버를 들고 있지 않은 상황을 잘 모르거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공개된 이올린의 모습은 이올린의 수 많은 모습 중 하나입니다. 아직 엑스칼리버를 이어받기 전의 모습으로, 나중에 엑스칼리버를 이어받은 후 ‘네메시스(복수의 여신) 이올린’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창세기전4>의 스토리 연계 상 다양한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에 이올린도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보신 이올린은 그것들을 상징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연관된 캐릭터인 GS는 향후 공개될 때 확실히 예전 모습에 가까운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신캐릭터 이얀과 노엘
이안과 노엘은 아직 비밀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최대한 단순하게 묘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얼굴 표정이나 느낌도 미묘해졌습니다. 이안의 경우는 눈썹이나 이런 세세한 부분을 100번 이상 고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작업을 거쳤습니다.
노엘을 보면 약간 ‘차가운 츤데레’ 같은 느낌의 캐릭터 입니다. 최연규 이사님도 설정 당시 튕기는 그런 느낌이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죠. 나이는 10대 후반입니다. 초기에는 너무 어려 보인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 모습으로 수정됐습니다.
이안은 초기에 설정 논의 당시 에스카토스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것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가 잠깐 나온 것이 그대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콘셉트 초기에는 펜을 물고 바람둥이 기질이 강한 느낌으로 구현했습니다. 그러자 최연규 이사님께서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기억을 잃고 나서 스토리를 전개할수록 성격이 어두워지는 모습도 담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이미지에 가까운 이미지가 완성됐습니다. 날카로우면서 다친 흔적도 있습니다. 아마 기억을 잃은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이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심각한 아픔이 있습니다.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나 ‘시티헌터’의 사에바 료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안의 직업인 기자는 기억을 잃고 나서 갖게 된 직업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이안은 복식도 따로 작업했습니다. 초기 스케치는 약간 건들건들한 느낌이 있었으나, 최연규 이사님이 나풀대는 것이 마치 풍속화 같다는 쓰디쓴 조언을 주신 후 최종본이 완성됐습니다. 쌍권총을 쓰고 기자라는 설정은 사라졌습니다만 수첩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기억을 잃어버렸으니 적는 습관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업과정의 이안은 초기 콘셉트 보다 약간 젊어졌습니다. 막판에 성우도 결정되면서 약간 어려졌다는 설정이 확립됐습니다. CBT 초반에는 약간 가벼우면서, 다크니아에게 “누나~”라고 부르면서 약간 들이대는 점도 볼 수 있습니다. 이안의 원래 성격으로, 현재 공개된 일러스트는 초반 느낌에 맞춰서 무거운 점은 조금 덜한 느낌입니다. 물론 향후에는 조금 어두운 모습도 볼 수 있겠죠.
이안과 노엘은 시공간을 넘는 미래조직인 ‘크로노너츠’ 입니다. 전체적인 외형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 중 <창세기전3>가 미래로 다가가는 시나리오이다 보니 옷에 쇠를 댄다던 지 하는 중세와 미래의 중간 느낌의 콘셉트를 따르고 있습니다. 노엘의 어깨 부분에서도 그런 느낌을 볼 수 있죠.
아무래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 합니다. 기존 캐릭터들과 달라야 하고 예시가 없으니까요. 기존 등장한 캐릭터라면 최연규 이사님과 얘기하기도 어렵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창세기전4>에 나오는 에스카토스에는 이안과 노엘 외에도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별도의 스토리가 있으니까요.
3. 베라딘
<창세기전2>에서 나온 베라딘은 약간 조조같은 인물입니다. 통찰력도 있고 신들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인물로 묘사됩니다. 오래 살았으니 그럴 만 하겠죠. 오차율을 제어하는 세계관을 유지시킨 인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습니다.
반면 <창세기전3: 파트2>의 베라모드는 연한 느낌입니다. 남녀가 혼용되고 기억이 뒤섞인 혼란함을 지니고 있지요. <창세기전2>의 베라딘과는 서로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하지만 베라모드가 다시 안타리아로 돌아오고 세계를 창조하면서 어마어마한 시간이 흐르고, 정신적으로 매우 성숙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나약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창세기전2>의 베라딘으로 변화하게 되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결국 뫼비우스의 틀을 만들었으니까요. <창세기전4>의 모습은 그런 두 모습을 적절히 조화해서 지금의 일러스트 형태로 나타나게 됐습니다.
초기 베라딘(좌측 상단)과 베라모드(좌측하단)이 만나 현재의 베라딘 모습(우측)이 구현됐습니다
4. 크로우 (본명: 아이스 팬드래건)
이올린의 오빠이기도 한 뛰어난 검사이지만 매우 어두운 캐릭터입니다. 크로우를 떠올릴 때 특히 모바일로 출시된 <창세기전 외전 크로우>도 많이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게임에서 크로우가 돋보여지기도 했고 모바일 버전에서 조금 더 복식이 상세하게 표현되기도 했기 때문이죠.
크로우는 자신의 뛰어난 검술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전사입니다. 하지만 <창세기전2>에서 흑태자와의 대결에서 패배하고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서, 가족의 복수나 국가의 재건이 아닌 흑태자를 반드시 꺾겠다는 자기중심적인 목표만을 갖게 됩니다. 이올린을 비롯한 가족들을 등지면서까지 말이죠. 이올린이 순수한 복수심을 갖고 있다면 크로우는 흑태자에 대한 복수심에 가족과 국가를 등한시했다는 죄책감도 일부 갖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창세기전4>에서의 설정은 팬드래건 격자양식의 오래된 망토를 두르고 분노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느낌을 살렸습니다. 표정은 크로우만의 분노가 응집된 느낌을 최대한 살렸고, 목의 족쇄는 죄책감에 스스로 채운 것이라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여전히 흑태자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휘둘리는 그런 인물입니다.
일부밖에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창세기전4>에서는 캐릭터 하나마다 캐릭터의 느낌을 글자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크로우는 외로운 몸과 하나의 그림자라는 사자성어인 ‘고신척영(孤身隻影)’, 즉 몸 붙일 곳 없이 떠도는 외로운 신세라는 뜻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포스터에서는 팬드래건 왕가가 대체적으로 얼음 계열의 기술을 쓰기 때문에 크로우 역시 얼음 계열의 기술을 사용하는 느낌을 넣었습니다. ‘설화난영참’ 기술을 발동하는 그림이죠.
5. 카자 아미고
<창세기전2> 때 대화창으로만 등장했던 인물입니다. 소프트맥스 사내에서 ‘창세기전의 사전’과 같은 분이 계신데, 그 분이 많은 도움을 줬던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다카마에서 대상단의 딸로 태어나 모험을 즐기는 왈가닥 소녀의 설정입니다. 검은 머리에 아라비아 풍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요, 이 중 아라비아 풍의 느낌을 많이 계승하였습니다.
<창세기전4>에서는 항해를 위한 계측기를 들고 있는 조금은 왈가닥 같은 소녀의 이미지를 설정했습니다. 초기 설정했던 스케치대로 확정이 돼서 그대로 작업이 진행됐고요, 상단에 소속된 인물이기에 흑인으로도 설정해 볼까 했으나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어 동양인의 피부로 변경,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습니다.
잠깐 흑인으로 해볼까 하는 설정도 있었지만(위 이미지), 최종은 원래대로 확정됐습니다(아래 이미지)
6. 알시온 블랙소드
<창세기전2>에 나왔던 용병대장입니다. 동양풍 갑주를 두르고 있는데 이는 용병대장이라 틀이 없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복장을 입었기 때문으로, 단체에 맞는 복장을 입는 여타의 인물들과는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작업 당시 초기 이미지를 놓고 연예인 이혁재 씨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어서 그 쪽으로 나가기로 결정, 약간 저돌적인 이미지를 추가한 이미지를 선보였고, 여기에 최연규 이사님의 멋있는 호걸이어야 한다는 조언에 한 번 더 변화를 거쳤습니다. 추가로 알시온의 상징인 동양풍 서양 갑옷과 붉은 색을 그 당시에 흔했던 다크아머의 암흑기사단 갑옷에 적용하여, 개성강한 호걸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호쾌한 호걸의 이미지도 넣어보자 해서 작업을 거쳐서 초기 일러스트가 나왔고(위 이미지)
최종으로 아래와 같은 일러스트가 나왔습니다(아래 이미지)
7. 듀란 램브란트
이올린을 호위하는 장군입니다만 설정 당시 듀란이 정확히 어떤 캐릭터인지 연구가 되지 않아서 많은 논의를 거쳤습니다. 주인공이 아니다 보니 표현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이죠. 최연규 이사님은 듀란이 팬드래건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약간은 위축된 느낌의 장군이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하지만 논의를 해 보니 그래도 듀란은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강직한 장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끝까지 이올린을 호위하고 있고, 로카르노의 튀는 행동도 바로 잡으려고 했고요. 이에 듀란을 조금 강하면서 거칠게 표현해보자는 의견으로 모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좀 더 강직한 느낌의 성기사 장군입니다. 초반에는 다소 느낌이 너무 강했으나 살짝 연한 느낌을 살려서 최종 모습이 나오게 됐습니다.
듀란을 작업하면서 국가 마크도 다시 생각했습니다. 팬드래건과 게이시르는 서로 주신과 암흑신의 후예라는 설정인데요, 이중 팬드래건은 국가 마크에 나무가 있습니다. 거기서 기원해 마크를 바로잡았고 이를 갑옷에 활용, 팬드래건의 성기사라는 느낌을 부여했습니다.
8. 그 밖의 인물들
그 밖의 인물들로, <서풍의 광시곡>에 등장하는 샤른 호스트는 시리즈에서 등장한 가면, 복장 등 주요 특징을 살렸습니다. 드라우푸니르는 카심과 함께 <창세기전> 시리즈에 등장하는 몇 안된 노익장으로 역시 게임에 등장합니다.
멸살지옥검의 주인인 조연 칼스는 20여년전 원작 제작 과정부터 해프닝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원래 칼스는 <창세기전2> 당시 검은 머리를 가진 캐릭터로 설정했고 게임에 사용될 도트 캐릭터도 제작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과정에서 최연규 이사님이 다른 인물용으로 그려진 금발 캐릭터가 더 칼스의 이미지에 맞는다 생각하셔서 그걸 이미지에 적용, 창세기전2의 칼스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게임에 사용된 도트 캐릭터와 이미지 일러스트가 서로 머리색이 달라지게 되었는데요. 현재의 칼스는 대화창에 사용된 금발 캐릭터를 기준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추가적인 설정으로 인간 여성형으로 폴리모프한 화룡 헬카이트와의 관계에 대한 설정이나 귀신 같은 종들을 부리는 등의 능력이 논의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루스는 암흑기사로 게임에서는 신이라는 배경도 있기 때문에 매우 강하고 덩치가 큰 느낌을 살렸습니다. 눈이 퀭한 부분도 넣으면서 좀 더 무서운 얼굴로 그려보았습니다. 암흑기사의 갑옷을 입고, 검은색, 짙은 보라색을 상징으로 하는 느낌이 게임 내 구현될 것입니다.
카슈타르는 아마 과거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외모, 캐릭터 표현 구도까지 매우 비슷하게 해석했습니다. 번스타인에 비해 비중이 낮은 느낌도 있는 조연이지만 역시 <창세기전4>에서도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루스와 카슈타르의 일러스트
9. 마장기, 그리고 그리마
마장기는 FGT 통해 공개를 한 적이 있는데 많은 유저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마장기의 경우 <창세기전2>에서 마장기가 등장할 때의 모습이 최대한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세에 가까운 세계관에 로봇이 그냥 돌아다니면 조금 이상하니까요. 원래 마장기는 ‘신들이 만든 미래기술’이라는 콘셉트로, 팬드래건 왕가에서 신이 만든 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1급 마장기입니다. 신의 기술을 100% 구현해 놓은 기체로써, 이 세계의 기술로는 이기기 힘들죠.
2급 마장기는 현재의 인간이 만들 기술은 없지만 태양의 신전 등 신들을 떠받들면서 생겨난 유적에서 발견된 것들입니다. 암흑신과 싸울 때 묻혀진 것들로, 조금은 부서지거나 고장난 것을 이후의 인간들이 적당히 외형만 보수하거나 꾸민 기체입니다. 핵심 기술은 인간이 고칠 능력이 없으니까요. 모양은 약간 거신병 같은 느낌입니다. 3급 마장기는 엔진 정도 남아있는 것들입니다. 적당히 핵심 부품만 남아있는 것들로 여기에 인간들이 대포 등을 붙여서 파는 수준의 기기입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자세히 표현되지 않았습니다만, 그리마도 마장기에 맞설 수 있는 균등한 지위의 존재입니다. 암흑신이 일종의 생체기술로 만든 존재죠. 흑태자가 생체기술로 아수라 검을 만들었듯이 그리마도 사라지지 않고 일부는 계속 이어졌다고 보고, 그런 설정에 따라 <창세기전4>에 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강하였습니다.
위에서 마장기의 여러 가지 등급을 말씀 드렸듯이 그리마도 단계가 많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디자인적으로는 특촬물 같은 느낌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만 1차 CBT는 프롤로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마장기나 그리마의 비중이 적어서 많이 보여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마장기와 그리마를 제공할 계획이니까요,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