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모드의 독백과 함께 모든 이야기는 끝났다. <창세기전1>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창세기전3: 파트2>에서 기나긴 끝을 맺었고, 다시 <창세기전1>로 돌아갔다. 영겁에 걸친 반복과 윤회. 하지만 시간여행자 ‘크로노너츠’들의 존재가 생겨나며 모든 역사는 조금씩 틀어졌고, 결국 수많은 평행세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창세기전>의 이야기가 까마득한 태고의 이야기가 되었을 어느 무렵, 크로노너츠들을 태운 라이트블링거가 시간의 틈새 ‘에스카토스’에 불시착하며 <창세기전4>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창세기전 4>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4월 2일부터 테스트 모집을 시작하고, 16일부터 첫 테스트를 진행한다. 약 5년에 걸친 결과물이다. 디스이즈게임에서는 <창세기전4>의 CBT를 앞두고 게임의 스토리부터 기획, 시스템과 발전방향까지. 모든 내용을 총괄하는 특집기사를 진행한다.
먼저 개발을 총괄하는 최연규 이사에게 게임의 스토리와 기획부터 들어보자. 개발기간이 길었던 만큼 밝히는 내용도 많다. 팬들의 욕심을 채워드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느라 2편으로 나눈 점 양해 바란다. 첫 이야기는 <창세기전4>의 스토리와 세계관이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정혁진 기자
■ <창세기전4> 특집 기사목록
창세기전4 특집① 4월 16일 CBT 시작! ‘평행세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 (현재 기사)
창세기전4 특집⑦ ‘창세기전’ 시리즈 백과사전, 열혈 유저에서 개발자까지 - 소프트맥스 박민수 (차주 예정)
■ 원작이 아닌 ‘평행세계’에서 펼쳐지는 시간여행자들의 이야기
<창세기전4>는 <창세기전>부터 <창세기전4>까지의 모든 시리즈를 콜라보레이션한 형태의 게임이다. 다만 <창세기전4>에 등장하는 모든 세계는 플레이어가 기억하는 ‘진짜 창세기전의 세계’는 아니다. 그와 매우 닮았지만 무한히 반복되며 조금씩의 오차가 생겨난 ‘평행우주’다.
<창세기전3: 파트2>에서 9차 아수라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다시 시작된 10차 아수라 프로젝트부터 시간여행자인 크로노너츠들에 의해 우주의 오차율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원래의 우주와는 조금 다른 ‘평행우주’가 조금씩 생겨난다. 윤회를 거듭하지만 조금씩 꼬여가는 ‘나선모양’의 우주다.
그리고 어느 순간, 라이트블링거에 올라탄 크로노너츠들은 아르케가 아닌 시간의 틈새에 좌초된다. 어느 시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시간의 인과가 끊긴 장소다. 라이트블링거 마저 고장으로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지자, 시간의 틈새에 갇힌 사람들은 주변 차원의 물자와 잔해를 끌어 모아 그 위에 거대한 도시를 짓는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그리스어에서 딴 ‘에스카토스’라는 이름을 붙인다. <창세기전4>의 메인 도시다.
다행히 라이트블링거의 코어는 살아있었고, 먼 시간여행은 아니어도 가까운 시공간으로의 이동은 가능했다. 크로노너츠들은 주변의 차원을 오가며 시간의 틈새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각각의 의견과 이야기가 충돌한다.
역사를 바꿀 것인가? 바꾸지 않을 것인가? 복수와 기억 중에 어떤 정의를 따를 것인가? 당신이 바라는 ‘올바른 미래’는 무엇인가? <창세기전4>가 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 파트너의 이야기를 바로 곁에서 바라보는 주인공
게임 초반 플레이어는 크게 두 파트너 중 한 명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자신의 기억을 잃은 남자 이안과 복수를 꿈꾸는 여성 노엘이다. 노엘은 자신의 부모와 가족이 그리마에 의해 죽자 더 과거로 돌아가 탄생 직후의 그리마를 빼돌려 복수를 준비하는 중이고, 이안은 <서풍의 광시곡> 시점에서 제피르 펠컨에 잠입해 기억과 관련된 힌트를 찾고 있다.
캐릭터 생성에 앞서 한 명의 파트너를 선택하면 파트너로의 플레이가 시작되고 각각 다른 이유로 실험실에 위치한 ‘주인공’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이후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해당 파트너를 도우며 시간여행자인 크로노너츠들의 이야기에 끼어든다.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4>에서 스토리의 시점에 많은 고민을 했다. 스토리는 <창세기전> 유저들의 기대가 가장 높은 부분이지만 기존 패키지처럼 1인칭 시점으로는 모든 시나리오를 풀기에는 온라인게임 포맷이 적합하지 않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등장인물의 관계로만 풀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플레이어의 입지’가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최연규 이사가 찾은 답은 ‘이야기에 밀접한 관찰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시작부터 고른 파트너와 동고동락하며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파트너 = 플레이어는 아니다. 때로는 파트너와 의견이 대립할 수도 있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공들여 키운 캐릭터가 갑자기 일주일 내로 죽을 거라는 협박장을 받았다면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해진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되 플레이어는 그들의 운명에 동참하는 방식이다.
최연규 이사는 이를 ‘2인칭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마녀 에스메랄다와 흑화 이올린? 원작과 닮은 듯 다른 평행세계
<창세기전4>의 무대는 결국 10차 아수라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에 생겨난 수많은 평행세계다. 애당초 크로노너츠들이 시간을 오가면서 오차율이 커진 만큼, 기본우주(최연규 이사는 ‘정사’라고 표현)는 물론이고 여기서 분할된 평행우주마다도 원작의 <창세기전>시리즈와는 조금씩 설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서풍의 광시곡> 시대의 정사에서는 ‘라시드 팬드래건’은 유폐돼있고, ‘이올린 팬드래건’이 왕좌에 올라있다. 이올린은 ‘흑화’ 버전이 따로 존재하고, 성녀 에스메랄다는 마녀 에스메랄다로도 만날 수 있다.
최연규 이사는 <창세기전4>의 평행우주를 설명하며 ‘연애시뮬레이션’을 예로 들었다. 시점이나 장소가 같아도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이미 루트가 갈라져있다는 점이 마치 연애시뮬레이션 같다는 발상에서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도 세이브 슬롯을 그렇게 넉넉하게 주는데, 설마 이 우주에 세이브 슬롯이 하나 밖에 없겠어요?”
결국 플레이어가 취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평행우주에만 적용된다. 바꿔 말하자면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으로 ‘새로운 평행우주’나 미래가 생겨날 수는 있지만 (이미 과거가 된) 진짜 창세기전의 스토리를 움직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창세기전4>는 처음부터 최대한 원작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개발됐다. 만약 <창세기전4>에서 과거의 역사까지 바꿀 수 있다면 추억으로 남아있는 유저들의 플레이도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여행에서 역사가 꼭 ‘원래대로’ 흘러야만 하고, 역사가 바뀌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처리해버리는 기존의 시간여행물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사실 그 역사가 정사라는 걸 누가 정했겠어요? 뭐가 옳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근데 왜 다들 시간여행까지 해놓고선 과거를 바꾸면 안 된다고만 말하는 걸까요?” 최연규 이사의 불만이다.
그래서 <창세기전4>는 평행우주를 통해 ‘마음껏 고쳐도 되는 세계’를 만들었다. 캐치프레이즈 역사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다. 역사를 옳은 방향으로 지키든, 뜯어 고치든, 모든 것은 자유다. 기존의 <창세기전>시리즈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새로운 결말 등도 <창세기전4>에서 보여줄 예정이다.
※ <창세기전4>의 기본적인 기획방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북빙원 필드 시작마을 전경
시간의틈새 진입로
에스카토스 군사지구 앞의 시간나침반
에스카토스 연구지구 전경
노엘은 그리마를, 이안은 마장기를 소환할 수 있다.
위력이 워낙 강한 만큼 마장기와 그리마는 대규모 PVP 등의 제한된 상황에서만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