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소환사가 되고 싶어 for Kakao>(이하 소환사가 되고 싶어)의 출시를 앞두고 <트릭스터>의 역사부터 되짚기 위해 <트릭스터>와 <소환사가 되고 싶어>에 참여했던 두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인터뷰치고는 긴 시간 동안 <트릭스터>의 역사를 되짚으며 오인근 개발팀장과 김혜주 디렉터 모두 <트릭스터>로 유저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게임 자체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트릭스터>는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당시의 추억과 개발자들의 애정은 플랫폼을 바꿔 이어집니다. 바로 <트릭스터>의 개발진이 참여한 모바일 게임 <소환사가 되고 싶어>를 통해 <트릭스터>는 다시 한 번 유저들과 만나게 됩니다.
<트릭스터>의 역사에 이어, 이번에는 <소환사가 되고 싶어>에서 <트릭스터>의 IP를 잇기 위한 개발자들의 노력과 고민을 다루고자 합니다. 개발자들이 <트릭스터>의 ‘핵심’으로 짚은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어떻게 모바일로 부활하게 됐는지 인터뷰로 전합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소환사가 되고 싶어>
기사 목록
- “무료 오픈이라도 하고 싶었다”
트릭스터 서비스를 되짚으며
- “트릭스터의 IP를 모바일로 잇는다” ‘소환사가 되고 싶어’ 인터뷰 (현재 기사)
■ “<소환사가 되고 싶어>는 <트릭스터> IP를 잇기 위해 만든 게임”
먼저, 언제부터 <트릭스터>와 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오인근 개발팀장: 2010년 초반에 <트릭스터>에 디렉터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됐다. 당시에는 <트릭스터>가 오랫동안 서비스되고 있던 게임인데, 콘텐츠를 정리하는 리뉴얼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당시 국내 유저가 아주 많은 건 아니었지만, 일본, 대만, 태국에서 게임이 유지되고 있어서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디렉터를 맡았습니다.
김혜주 디렉터: 사연이 꽤 길어요. 대학생이던 시절, 우연찮게 <트릭스터> CBT 유저가 됐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게임이라 플레이하다 졸업하고 입사했는데, 딱 <트릭스터> 운영자가 됐어요. 1년 정도 운영자 역할을 맡다가 개발에 참여하고 싶어서 기획자로 전향하고, <팡야 포터블>등을 거쳐 다시 <트릭스터> 기획자가 되는 연을 맺었죠. 지금은 <트릭스터>의 IP를 이은 <소환사가 되고싶어>의 디렉터를 맡았으니 연이 깊네요.
유저, 운영자를 거쳐 기획자에 후속작(?) 디렉터까지 한 경우는 처음 보네요.
김혜주: 인연이 굉장히 깊죠. <트릭스터> 유저일 때부터 운영 방침을 좋게 보고 있었는데, 운영자가 되고서는 직접 했으니까요. 직접 유저들을 위한 선물들을 택배로 보내기도 하고, 반대로 케이크나 손편지를 보내주는 고마운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 만큼 정성으로 운영했던 기억이 나요.
서비스 종료를 할 때도 정말 짠했어요.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 했고, 개발자들도 광장이라도 다시 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아쉬워했습니다.
오인근: 서비스 종료 때는 실제로 무료로 오픈하기 위한 개발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운영 없는 <트릭스터>는 상상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종료하게 됐죠. 그래서 더욱 <트릭스터>의 명맥을 모바일에서 이어서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고요.
명맥을 잇고 싶었다고 했는데, <소환사가 되고 싶어>는 언제부터 개발했나요?
오인근: <트릭스터> 서비스 종료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모바일 개발을 빨리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기획을 전개할 때는 김혜주 디렉터와 함께 최소한의 인원으로 기획을 시작했죠. 다른 개발자들은 <트릭스터> 서비스 종료를 위한 작업이나 해외 서비스를 해야 했고요.
이런 상황이라 처음에는 임시 조직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트릭스터> IP를 모바일에서 녹이려면 이렇게 하자’는 구상이 이미 있어서 기획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정식 팀이 된 건 2년 정도 됐습니다. 2013년 8월 정도에는 초기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고요.
그럼 당시에는 엔트리브소프트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이 없을 때였네요?
오인근: 당시 엔트리브소프트 내에서는 <세컨어스>가 개발되던 상황이었죠. 그 때만 해도 온라인 게임 노하우를 가진 회사였지만, 모바일 경험은 없었죠. 어쨌거나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가지치기를 잘 하면서 초기 콘셉트를 유지한 덕인 것 같네요.
■ <트릭스터>에서 물려받은 핵심은 ‘아기자기한 분위기’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어요. <트릭스터>의 명맥을 잇기 위해 개발했다는 게임인데, 제목에 <트릭스터>가 전혀 보이질 않아요. 왜 <소환사가 되고 싶어>라는 이름이 됐나요?
오인근: <소환사가 되고 싶어>가 <트릭스터> 유저들이 반응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대중성이 필요한 상황이라 색다른 이름을 정하게 됐습니다. 이름을 정한 시점인 작년에는 ‘게임 같지 않은 이름’이 유행이었어요. 게임 자체가 몬스터와 싸운 뒤, 소환서를 습득해 쓰는 콘셉트라 최종적으로 <소환사가 되고 싶어>가 제목이 됐습니다.
개발 팀에서 부르던 프로젝트 제목은 <트릭스터 히어로즈>였습니다. 개발자들도 부제로 <트릭스터>를 넣어보자는 의견을 낼 정도로 포기하기 어려웠던 이름이에요. 다만, 당시에는 ‘히어로즈’라는 단어를 쓰는 게임이 많아서 묻힐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와서...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개발 이야기를 해보죠. <트릭스터>의 IP를 모바일에서 이어가기 위해 개발한 게임인데, <트릭스터>에서 물려받은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김혜주: ‘아기자기한 분위기’죠. 당시 <트릭스터>도 그랬지만, 지금의 <소환사가 되고 싶어>같은 분위기의 게임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밝은 풍을 사용하는 2D 도트 그래픽은 정말 드물잖아요? <트릭스터>처럼 <소환사가 되고 싶어>에서도 그래픽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트릭스터>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기존 <트릭스터>를 했던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혜주: 지스타에서 첫 공개하기 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FGT를 한적이 있어요. 우연히 그 중 <트릭스터> 유저가 있길래 반응이 너무 궁금했거든요. 쫓아가서 물어보니,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그래픽이 취향과 꼭 맞다고 좋아하더라고요.
나중에 그 분이 집에 가기 전에 따라가서 정말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다시 물어봤는데, 지금껏 했던 게임 중 가장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분과 만난 것도 행운인 것 같아요. 덕분에 걱정이 많이 해소됐거든요. <트릭스터> 때의 분위기 덕분인지, 지금 <소환사가 되고 싶어> 공식 카페 유저들은 기존 <트릭스터> 유저가 새로 들어오면 ‘게임성이 다르다’며 친절히 설명해주는 분위기입니다.
오인근: 저희도 놀란 게, 아직 출시하지도 않았는데 공식 카페에 만 명 넘는 분들이 게임을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트릭스터>를 추억해서 온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서비스 종료 된 게임이라 ‘추억 보정’이 있어서 <소환사가 되고 싶어>를 보고 만족할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항상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소환사가 되고 싶어>의 형태나 분위기를 좋아해주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실제 <트릭스터> 때의 그래픽 데이터를 가져온 것도 있나요?
김혜주: 대부분의 몬스터 등은 <트릭스터>때 있던 몬스터들이에요. 다만, 해상도 차이 때문에 그대로는 쓸 수 없었고, 절충해서 넣었습니다. <트릭스터> 유저들이 향수를 느낄만 한 캐릭터들로 모바일에 맞게 손 봐서 넣었죠.
대부분의 몬스터가 <트릭스터>에 있는 몬스터라고 했는데, 기본형이 <트릭스터> 때의 모습입니다. 진화체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재미있는 모습으로 만들어봤어요. 파인애플 같은 몬스터는 진화하면 통조림이 되는 식으로요.
생과일 쥬스로 변해야 좋아지는 거 아니에요? 통조림은 더 값싸진 것 같은데...
김혜주: (손을 가로저으며) 방어력이... 캔이니까 방어력이 높아지잖아요! (진땀) <트릭스터>에서 지역 보스를 담당하던 몬스터들도 <소환사가 되고 싶어>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꽤 등장해요. 예를 들면 소라게는 진화하면 예쁜 여자 아이로 변하는 식으로요. <트릭스터>를 해봤던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 모습들이 등장하죠.
■ “모험을 떠나는 느낌 주기 위해 보드 게임 말판 사용했다”
<소환사가 되고 싶어>의 게임 방식이 보드 게임같은 느낌이잖아요.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하게 된건가요?
김혜주: ‘모험을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모험을 하는 느낌과 분위기는 주되, 구현하기도 쉽고 즐기기 쉬운 방식을 고민해서 만든 결과죠. 처음에는 유사한 게임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실제 만들어보니 남들이 안 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웃음)
맵의 길이나 등장하는 말판, 몬스터 등 맵만 전담하는 레벨 디자이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실제로 보면 공을 들인 만큼 재미있더라고요. 조금만 대충 만들어도 긴장감이 떨어지고, 신경 써서 만들면 ‘아 이걸 밟았어야 하는데’같은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말판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라면 <언리쉬드>같은 게임도 있지 않았나요?
김혜주: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언리쉬드>와는 많이 달라서 참고하긴 어려웠어요. 비슷하게 말판 위에서 이동하는 게임이긴 한데, <언리쉬드>는 한 칸당 행동력을 소모하고, 행동력에 대한 보상을 얻죠. 애초에 <소환사가 되고 싶어>가 추구하는 카드 수급 형태와 달라요. 사실 <소환사가 되고 싶어>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끝날 때 쯤 <언리쉬드>가 나와서 ‘이 게임에는 이런 장단점이 있구나’정도만 보고 넘어갔죠.
■ “<소환사가 되고 싶어>, 노력만 한다면 좋은 카드를 얻을 수 있다”
<소환사가 되고 싶어> CBT에서 아쉬운점이 있다면, ‘뒤가 뻔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리더 구하고, 거기에 맞춰 타입이나 속성 파티 만들면 파티 육성이 끝나는 느낌이라서요.
김혜주: 다른 모드 같은 걸 추가해서 일반적인 모험용 파티와는 다른 파티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에요. 초기부터 구상해 놓은 PVP콘텐츠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당장 내놓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서 론칭 이후에 추가하려고요. 우리가 재미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공개해봤자 의미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출시에 맞추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파티를 꾸려 즐길 수 있는 모험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인근: 그런 면이 RPG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캐릭터를 키울 동기를 부여해줘야 하는데, 과정이 지루하거나 동기부여가 안되면 포기하게 되니까요. 원하는 캐릭터를 얻고, 키우는 싸이클을 짧게 만들기 위해서 뽑기 확률에 심각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는 버려지는 카드가 없도록 끌어갈 생각입니다. 트렌드에 맞지 않아 소외된 카드가 생긴다면, 진화를 추가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풀어갈 생각이에요. 일단 기본 개념은 <퍼즐앤드래곤>처럼 변화를 유도하면서 캐릭터들을 상향평준화 시켜주는 게 목표입니다.
뽑기 확률에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한다는 거죠?
오인근: 일단 <트릭스터>에 등장했던 NPC들이 <소환사가 되고 싶어>에도 등장합니다. 이런 NPC들에게 매일같이 말을 걸고, 선물을 줘 가며 ‘호감도’를 높이면 자신의 카드를 주거든요. 추억을 살리는 측면에서 넣은 시스템은데, 호감도를 쌓으면 툴툴대던 NPC의 반응이 “내일도 올꺼지?”같은 대사를 할 정도로 바뀝니다.
김혜주: 게임상 설정이 유저는 소환사고, 카드가 소환할 때 필요한 계약서 같은 식이에요. 그래서 NPC 호감도를 끝까지 채우면 “내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줄께”같은 느낌으로 카드를 주는 거죠. 결국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면 좋은 카드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호감도라는 시스템은 카드를 얻는 방법 중 하나에요.
또 영웅, 전설 난이도에서는 지역 보스 카드를 얻을 수 있어요. 처음 얻을 때는 좋은 카드는 아니지만, 육성시키면 꽤 좋아집니다. 또 고레벨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차원의 결계’에서는 유료 카드보다도 더 좋은 카드가 나옵니다. 카드를 얻는 방법도 다양하고, 노력하면 누구나 좋은 카드를 얻을 수 있게 설계했어요.
<트릭스터>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을 그렇게 넣기도 했군요. <트릭스터>가 MMORPG였는데, 마을 광장에서 수다도 떨고 하잖아요. <소환사가 되고 싶어>는 그런 구조가 안 보이던데, 유저 사이의 커뮤니티를 위해 준비하는 게 있나요?
김혜주: 지금은 게임 내에서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다는 게 일종의 커뮤니티에요. 앞으로는 친구 사이에 도움을 주고 받는데, 이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걸 위한 사전 작업으로 오픈 때는 채팅 시스템을 넣을 거고요.
<트릭스터> 이야기를 할 때, 운영이 핵심이었다고 했잖아요? MMORPG의 운영과 모바일의 운영은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그 당시 운영의 느낌을 낼 수 있을까요?
김혜주: <소환사가 되고 싶어> 튜토리얼을 보면, 운영자가 튜토리얼을 이끌어줘요. 일부러 <트릭스터>처럼 운영자에게 별도의 외형을 주고, 카페에서도 이런 외형으로 활동하도록 했어요. 이게 앞으로의 이벤트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인근: 운영의 기조는 <트릭스터> 종료 이후 새로 만들었어요. ‘맥이 끊어졌던 게임의 기조가 모바일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카페를 통해 어느 정도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지금 카페에 있는 유저들이 <소환사가 되고 싶어>를 욕하면 안 될 정도로 ‘실드’를 쳐 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운영의 동기를 다시금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출시인데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 주세요.
김혜주: 오늘 인터뷰 주제가 <트릭스터> 이야기다 보니, 예전 유저들이 많이 보게 될 것 같네요. 게임성이 다르긴 해도 <트릭스터>에서 재미를 느꼈던 분들이 <소환사가 되고 싶어>에도 만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 (웃음)
오인근: 개발을 하고는 있지만, 운영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꺼내고 싶네요. 모바일게임이라고 하면, 운영이 축소되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게임이 많습니다.
마치 MMORPG처럼 같이 즐기는 개념까지는 어렵더라도 운영을 통해 유저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운영하려고 합니다. <소환사가 되고 싶어>라는 게임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대를 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