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게임인

[인터뷰] AI 도움으로 만든 '성장형' TCG '카드 오브 레전드'

개발사 앵커노드 단체 인터뷰

방승언(톤톤) 2024-10-11 19:08:16
TCG 장르는 어렵다. 플레이뿐만 아니라 개발도 마찬가지다. 밸런싱의 절묘함이 재미로 직결되는 구조 때문이다. 1~2점에 불과한 사소한 수치 변경이 게임 경험을 크게 증진할 수도, 혹은 망쳐놓을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신생 개발사 ‘앵커노드’의 <카드 오브 레전드>는 밸런싱에 예민한 TCG장르에 ‘성장 요소’라는 변수까지 도입한 참신한 도전으로 눈길을 끈다. 개발 과정에서도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등 혁신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앵커노드는 11일 서초 사옥에서 단체 인터뷰를 진행, <카드 오브 레전드>의 특징과 기업 비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된 내용을 정리해 봤다.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


# 앵커노드는 어떤 기업?

앵커노드는 넥슨, 네오위즈, 엔씨, NHN 등 국내 대형 개발사 출신의 평균 경력 20년 차 개발자 10명이 모여 창립한 기업이다. 현재 규모는 30여 명이다.

<리니지>, <창세기전> 등 클래식 타이틀의 개발을 담당했던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원재호 대표는 “생성형 AI를 게임에 접목하면 미래가 바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카드 오브 레전드> 역시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해 만들어졌다. UI 버튼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이미지와 인게임 음악 등 에셋은 모두 AI로 생성한 것들이다.

성장형 TCG를 만든 이유에 대해 원 대표는 “국내에서 지난 10년 동안 TCG가 나오지 않았다. 장르 자체는 재미있지만 ‘성장’을 넣기에는 타이트한 게임 구조 탓에 BM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카드 오브 레전드>는 카드 성장 시스템을 도입해 제작했으며, 빠른 개발을 통해 현재 플레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게임은 곧 시작될 스팀 플랫폼의 게임 데모 페스티벌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출품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앵커노드는 AI가 접목된 게임 개발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게임 원화 생성, 레벨 테스팅 자동화, AI NPC 등을 지원하는 솔루션이 될 예정이다. 기업 내 솔루션 연구실을 두고 연구원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원 대표는 전했다.



# 생성형 AI로 효율 높여 만든 <카드 오브 레전드>

이날 시연은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출품되는 것과 동일한 빌드로 이뤄졌다. 해당 버전에서는 싱글 플레이 로그라이크 모드인 ‘모험’, PvP 모드인 ‘아레나’, 탑 모드인 ‘시련의 유적’ 등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전투는 캐릭터 카드 및 마법 카드를 필드에 배치, 적 캐릭터 및 플레이어에게 대미지를 입혀 쓰러뜨리는 방식의 익숙한 형태로 진행된다. 상점에서 새로운 캐릭터 카드를 구매하고, 재화를 소모해 구매한 카드를 강화할 수 있다. 카드에는 식물, 불, 물 등 익숙한 속성이 존재한다. 속성 간의 상성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나뉘기 때문에 전략적 고려 요소가 된다.


수익모델은 게임 패키지 판매다. 흔한 ‘캐릭터 뽑기’ BM은 존재하지 않고, 카드 강화 역시 인게임 획득 재화로 진행할 수 있다. 항후 출시될 신규 카드 역시 모두 게임플레이로 획득할 수 있다. 현시점 마련된 카드 수는 200여 장이며 삽화는 모두 AI로 생성됐다.


싱글플레이 모드인 ‘모험’ 모드는 랜덤 생성된 맵을 통과해 보스에 도달하는 ‘로그라이크 덱빌딩’ 장르의 문법을 가져왔다. 일반 전투, 고난도 전투, 휴식 등의 이벤트를 통과해 보스를 처치하면 지역을 클리어하게 된다. 테스트 빌드에서는 첫 번째 지역인 ‘깊은 숲’만 체험할 수 있다.

전투 중 소모되거나 사망한 카드는 ‘무덤’으로 향한다. 카드를 모두 소진하면 구조상 게임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체력과 카드 수를 모두 신경 쓰며 플레이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고려한 카드 수 회복 매커니즘도 존재한다.


마법 카드의 경우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라운드에 승리하면, 랜덤으로 제시되는 지속 효과와 카드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지급받는 로그라이크 요소도 존재한다.

개발진이 신경 쓴 게임의 차별화 지점 중 하나는 고도화된 적 AI다. 원 대표에 따르면 적 AI는 복잡한 카드 룰을 이해하고 활용해 사람과 대등한 수준의 결투를 벌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카드 콤보를 사용하는 등 카드 간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된, 학습이 가능한 형태의 AI는 아니다.



# 질의응답

Q. 디스이즈게임: 구체적인 BM이 궁금하다. 과금으로 카드 획득이 가능한가?

A.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 뽑기 요소는 없으며, 게임 패키지 판매가 주요 BM이 될 예정이다. 곧 공개될 스팀 버전을 보시면 과금 요소를 찾아보실 수 없을 것이다.

‘카드 성장’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금이 들어가면 결과가 안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밸런스가 예민한 이런 게임에서 이른바 ‘돈으로 찍어 누르기’가 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누구에게 좋은 걸지 의문이다. 당장 회사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될 카드들 역시 별도 금액 없이 획득할 수 있다.


Q. 사용한 카드가 영구 파괴되는 시스템이 있다. 그렇다면 카드를 보호할 수단도 있는지?

A. 원하는 카드를 의지대로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운이 적용된다.


Q. 카드 성장 시스템과 AI 활용을 게임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계시는데, 성장 시스템 밸런싱에도 AI를 활용했나?

A. 밸런스 테스트에는 AI가 활용됐지만, 설계 자체는 사람이 했다. 저도 24년 차 개발자고, 메인 개발자분도 <리니지> 서비스를 시작했던 분이다. 함께 상당히 복잡한 수식과 수치 시스템을 만들었다.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가치 기반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정 스킬이 특정 속성의 특정 상대에 대해 지니는 가치를 상세히 계산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Q. 아직은 AI 생성 이미지들의 디테일이 떨어지는 편인데, 후작업을 거쳤는지?

A. 말씀대로 아직 문제가 발생한다. 생성 후 후작업을 거쳤다.


Q. AI 도입으로 개발 공수를 줄이신 것 같은데, 그만큼 빠른 콘텐츠 개발을 기대해도 좋은 것인지?

A. 개발비 대비 수익은 언제나 중요하다. 개발비가 많이 들면 모험적 시도는 그만큼 힘들어진다. 산업 초기에는 소수 인원이 깨작깨작 만들던 프로젝트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지만, 요즘엔 ‘안되면 다시 하자’는 태도는 힘든 것 같다. 저희 역시 (AI가 아닌) 전통적 방법으로 만들었다면 시도하기 힘든 장르였다고 생각한다. 완성하고 내놓기까지 AI 혁신이 도움 되었으며, 다른 개발자분들도 많이 시도하셨으면 좋겠다.


Q. 적 AI의 성능을 강조하셨는데, 여기서 AI가 정확히 어떤 성격인가? 학습이 가능한 AI인지, 아니면 보다 고전적인 의미의, 스크립트로 작동하는 AI인지 궁금하다.

A.  엄밀히 말해 후자에 해당한다. 수치상으로 상당히 복잡하게 구현된 전통적 의미의 AI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하지만 향후 서비스를 이어 나가면서 게임의 규모 커지면, 게이머의 플레이를 학습하는 진보된 AI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Q. 모바일 버전 출시도 생각 중인지?

A.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실제로 모바일 버전도 준비는 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은 PC 버전에 집중할 예정이다.



Q. TCG는 깊이 있는 장르이고 마니아층도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게다가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게임들이 많고, 그래서 신생 게임이 나왔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AI 외에 게임에 신규 유저를 유입할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이 있는지?

A. 플레이하기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에 개발이 잘 안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습의 벽이 처음부터 높다. 웬만한 TCG 게임에서 뉴비가 상대를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계적 성장이 이뤄질 만큼의 유저 체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그래서 어렵다.

<카드 오브 레전드>에 성장 시스템을 넣은 것이 바로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도다. 카드를 성장시키면 유저가 이것을 많이 체감할 수 있고, 그만큼 만족도가 늘어난다. 이를 통해 새 유저를 유입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TCG 팬이 한국에선 적을지 몰라도 글로벌에는 많은 편이다. <유희왕> 등 TCG 게임의 다운로드 숫자는 굉장히 높다. 또 최근 북미에서는 <매직 더 개더링>이 상승세이기도 하다.


Q. 보통 TCG는 시즌제를 활용하는데, 도입을 고려 중인가?

A. 시즌이 존재하지만 기존 TCG의 시즌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 될 것이다. 유저 랭킹을 시즌마다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카드게임에서는 신규 카드를 한 장씩 개발해 넣으면 밸런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일일이 따지기 힘들었다. 그래서 한꺼번에 덱을 만들고 이를 게임에 넣는 과정이 시즌제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 반면 우리는 수치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신규 카드의 생산이 쉽다. 그래서 시즌 운영도 기존과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Q. AI 이미지 생성 솔루션을 준비 중이신데, 이 경우 학습에 사용된 표본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저작권 문제 발생 등 이슈를 당연히 단속해야 할 텐데, 어떤 방침을 가졌는지?

A. 중요한 문제란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사회적 합의는 끝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AI 기술을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생성형 모델을 사용해 개발하고 있으며, 학습 데이터 역시 내부 원화가의 원화를 활용한다.


Q. 앵커노드의 기업 포지셔닝이 궁금하다. 게임 개발과 솔루션 개발 중 중점을 두고 있는 쪽은? 솔루션 판매 전략과 솔루션 도입시 효율화 수준도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A. 저희는 에픽게임즈를 모델로 삼고 있다. 과거부터 여러 게임 개발 엔진이 출시되어 왔지만 그중 최고를 차지한 것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다.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가 엔진도 잘 만든다.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게임을 잘 개발하기 위해 자체 툴을 만들었다. 이 툴은 이미 성과를 냈기 때문에 값어치 있는 툴이라고 생각한다. 둘 중 어느 쪽으로 포지셔닝하기 보다는 둘 다 잘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다.


Q. 개발 중이신 솔루션인지 단독으로 게임을 끝까지 개발할 수 있는 솔루션인지, 개발 보조 솔루션인지 궁금하다.

A. 특정 부분의 효율화를 높여주는 솔루션이다. 그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


Q. 이미 생성형 AI 분야에는 상용 툴이 많이 존재하는데, 앵커노드의 개발 솔루션이 지니는 차이점은 무엇인지? 이를 활용하면 <카드 오브 레전드>에 적용된 것 같은 애셋을 쉽게 만들 수 있나?

A. 배경 음악의 경우 AI 관련 협력사에서 만들어주셨다. 처음에는 해당 협력사 사이트를 통해 직접 만들었다가, 대표님께 직접 부탁해 훨씬 퀄리티가 높은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었다.

저희도 마찬가지다. 내부적으로 축적된 AI 기술이 똑같은 수준으로 외부에 서비스화되어 공개되기까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희가 가진 노하우를 그대로 솔루션화하기는 어렵다. 이를 솔루션화 하는 과정 중에 있다. 궁극적으로는 저희 목표도 <카드 오브 레전드> 정도 게임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Q. 게임 홍보에서는 캐릭터성, 애니메이션 등 설명 문구가 사용됐다. 그러나 시연 버전으로 봤을 때는 캐릭터 수집이나 성장 관련 콘텐츠는 안 보인다. 향후 추가 계획이 있는지?

A. 내부의 경력 오랜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추가 필요성을 얘기하는 지점이다. 빌드에서 보시는 내용은 그 중 현재 공개 가능한 것들이다.

저희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NPC AI 등을 현재 준비 중이다. 이를 내부에서 실제로 구현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LLM 기반 서비스는 아시겠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반 기술의 수준이 먼저 올라와 줘야 한다. 캐릭터들이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기억해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게임사가 되고 싶은지 말씀 부탁드린다.

A. 밖에서 저희 기존 게임을 플레이하고 계신 분들을 발견하면 매우 반갑고, 게임에 원하시는 것은 없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년 넘게 게임을 개발 중이지만 그런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앞으로 계속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고 사랑받는 게임사가 되고 싶다.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