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에 처음 들어보는 회사가 B2C관에 큰 부스를 차렸더라고요. 레드브릭이라는 기업의 부스였습니다.
레드브릭은 메타버스 창작 플랫폼 '위즈랩'을 운영 중인 기업입니다. 이전 사명은 위즈스쿨이었는데, 지스타에서 초등학생부터 비전문가 성인이 위즈랩으로 만든 게임 20개를 전시 중입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총 10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위즈랩에서 게임을 만든 경험을 했으며, 벌써 30만 개 이상의 게임이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부스 앞을 지나가는데 "1시간이면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스타에 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부스마다 소음 경쟁을 펼치는 탓에 어디서 뭐라는지 듣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1시간이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귀에 확 꽂혔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기자는 코딩이랑은 담을 쌓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진 글도 일종의 코딩이 아닐까? 변명해봐도 소용없습니다. 기자는 철저한 '문과 뇌'로 자라온 탓에 코딩 보드는 마냥 피하고 싶고,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봤지만 코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품어본 적도 없습니다.
재미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프로그램에 참가해봤습니다. 1시간 만에 대작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간단한 방탈출 게임 세션 하나를 완성하는 거였습니다.
프로그램은 완성된 게임을 시연해보고, 그것과 똑같은 것을 따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템플릿 프로젝트에서 코드를 복사해서 붙인 뒤 애니메이션이나 움직임 효과 등 상호작용을 집어넣어 세션을 완료하는(그러니까 방탈출에 성공하는) 간단한 시도였습니다.
레드브릭의 위즈랩은 명령어 자동 완성을 지원해 굉장히 쉽게 코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스프라이트 목록에서 어렵지 않게 애니메이션을 줄 오브젝트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요, 괄호 안에 입력할 때나 시계, 책상, 액자 등 어셋은 미리 프리셋으로 마련이 되어있었습니다. 다른 엔진과 마찬가지로 오픈 소스로 공개된 어셋이 적지 않아서 다른 그래픽 어셋을 집어넣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위즈랩은 유니티를 익혔던 분이라면 아주 쉽게 해볼 수 있었을 것이고, 코딩에 코도 모르는 기자에게도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만들었던 게임이 지극히 단순했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명령어 입력이나 x축 y축 조절, 장면 전환 등이 아주 쉬웠습니다.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위즈랩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합니다. 위즈랩에서 몰랐던 재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죠.
원래 프로그램은 1시간이었는데 개발이 워낙 쉬워서 22분 만에 게임을 완성해 위즈랩에 띄울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바로가기) 완성된 게임은 굉장히 쉽게 공유가 가능했고, 공유시 재창작 가능 여부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창작의 고통이 수반될 정도로 어려웠던 경험은 아니었지만, 간만에 무언가 만든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0분도 안 들었으니 가성비도 좋았고요.
지금 당장 위즈랩으로 AAA급 게임을 만들기란 어려울 겁니다.
위즈랩에 올라간 게임들을 살펴보니 '메타버스 플랫폼'과 같은 거창한 개념보다는, 어렸을 때 가서 놀던 주전자닷컴 생각이 났습니다. 플래시게임을 만들어서 공유하던 사이트죠. 플래시 지원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러한 창작 문화도 전해 비해서 한풀 꺾였다고 느꼈는데요, 위즈랩에서 유저들이 올린 다른 게임을 보니 주전자닷컴이 유행하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18일 만난 레드브릭의 김호규 CSO는 10분 안에 위즈랩으로 <오징어게임> 속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을 만들어 보이면서 "앞으로 구글 플레이 같은 마켓에도 게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위즈랩으로 누구나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은 위즈랩에서 창작 욕구를 붙래우고, 코딩의 기본을 이해하는 한편, 다른 이들과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플래시게임을 가지고 놀던 사람들이 오늘날 게임 업계의 일원이 됐습니다. '일원'이라기엔 부끄럽지만 기자도 그렇고요. 사이트에는 학생분들이 많아 보였는데 이분들의 위즈랩 경험이 내일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