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액션 RPG <던전 앤 파이터>(이하 던파)는 서비스 기간만 16년에 이른,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다. 기자가 처음 <던파>를 접했던 것이 초등학교 때였고, 성인이 되어 취직한 지금까지도 성황리에 서비스 중인 게임이니, 어떻게 보면 같이 성장해 온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던파>가 유저들에게 첫 선을 보였던 날은 2005년 8월 10일이다.
과거 기사 : 던전앤파이터가 노린 틈새는 네트워크 기술
사실 <던파>가 첫 선을 보였을 때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다. 콘텐츠는 부족했고, 직업 간 밸런스는 개발진이 몇 번이나 사과문을 올려야 했을 정도였다. 강조했던 네트워크를 통한 파티 플레이도 부족한 면이 많았다.
기사에 모두 담긴 힘들겠지만, 키리의 강화 시스템,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전쟁지역', 첫 고대 던전 '왕의 유적', 거너 클래스를 개편한 '사격개시', 항아리 아이템을 추가한 '뽑기의 제왕' 등 <던파>의 핵심 시스템이 1~2년이 지나며 차례차례 업데이트됐다.
지금도 <던파>가 자랑하는 도트 그래픽과 OST도 호평 요인 중 하나였다.
초기만 해도 올드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도트 그래픽은 세월이 쌓이며 타 게임과 비교할 수 없는 <던파>의 고유한 특징으로 발전했다. <던파> 특유의 감성을 담은 OST도 유저들에게 주목받았는데, 가장 유명한 곡은 서버 선택창 BGM이다. 이 곡은 지금도 '바람의 너를'이라는 노래로 번안되어 사용되고 있다.
첫 도입부만 들어도 학생 시절 추억이 생각난다.
<던파>를 해본 유저라면 누구나 포화로 가득한 서버 로비에서 이 BGM을 듣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출처 : yeon H 유튜브 채널)
모두가 기억하는 <던파>의 최고 전성기는 이 시절이다. 떠올리는 툭하면 '포화' 상태에 빠져 들어갈 수 없는 서버, 던전 입구에 들어가면 1초마다 들리는 수많은 거너의 장전 소리까지. 모두 이 시절 <던파>의 모습이다.
그만큼 유저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최전성기 시절 <던파>는 2006년에 동시 접속자 수 10만을 기록하며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든어택>, <WOW>, <리니지> 등 쟁쟁한 온라인 게임들이 경쟁하고 있던 시기에 얻어낸 결과이기에 더욱 값졌다.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던파>는 국내 퍼블리셔를 삼성에서 넥슨으로 이관하고(이전까진 삼성이 퍼블리싱을 맡았다. 여러분이 아는 그 삼성이 맞다), 텐센트를 통해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중국 각 지역에 맞게 네트워크 환경을 조정하고, 대규모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단행하는 등 현지 유저를 적극 공략한 결과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결국 자신들의 강점을 잘 살려내,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큰 그림까지 그려낸 셈이다. <던파>는 2010년에 전 세계 회원 2억 명 가량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게임 오프라인 행사'라는 명성을 가진 '던파 페스티벌'도 2007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디스이즈게임 사진 자료를 확인하면 엄청난 인파가 <던파> 업데이트 발표 하나를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던파>이야기를 하면 늘 나오는 사건이 있다. 바로 '키약믿'(키리의 약속과 믿음)이다.
그만큼 키약믿은 <던파>를 해 보지 않은 게이머라도 알 만한 큰 사건이었다. 던파의 최대 전성기를 무너트린 주범이기도 하며, 넥슨도 NDC를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키약믿이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면, 키약믿은 "강화 실패를 방지해 주는 캐시 아이템"이다. 덕분에 충분한 현금만 있다면 15강까지 무기를 강화하기 굉장히 쉬워졌고, 고강 아이템이 범람하면서 <던파>의 경제와 밸런스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여기에 누적된 직업 밸런스, 부족한 콘텐츠 이슈와 2013년 진행된 '대전이' 패치까지 겹치며 던파는 꾸준한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들어들고 말았다.
유저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내용이지만, 키약믿 사태 후 혼란을 겪던 <던파>는 윤명진 콘텐츠 디렉터 체제 하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윤명진 디렉터 시절 가장 큰 성과로 손꼽히는 것은 단계적 파밍 체계를 구축했단 점이다. 키약믿 사태로 인해 무너진 아이템 체계 개선을 위해 에픽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크로니클, 레전더리, 투기 장비, 에픽 아이템으로 연결되는 파밍 체계를 갖췄다.
물론, 가약 없이 헬 파밍을 돌아야 한단 점에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다수의 유저가 파밍 체계 개편을 윤명진 디렉터의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또한 귀족과 천민으로 대표되는 캐릭터 밸런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직업 콘텐츠 추가 속도를 늘려나갔다. 외에도 통합 경매장이나 최적화 등 유저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 나갔다. 이후 2017년, 윤명진 디렉터는 김성욱 디렉터에게 자리를 넘기고 <던파 모바일> 총괄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던파는 ▲할렘 업데이트 ▲궁댕이맨단 사건 등 수많은 업데이트와 부침을 겪으며 현재 자리까지 이르렀다.
2017년 김성욱 디렉터에게 자리를 넘겼던 윤명진 디렉터도 <던파> 총괄 디렉터의 자리로 돌아왔다. 취임 후 윤명진 디렉터는 8월 진행된 '던파로 ON 2021 서머'에 등장해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키약믿 사태 이후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한 <던파>를 이끌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또한 <던파 모바일>, <DNF DUEL> 등 IP를 활용한 신작 티징 영상도 공개되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전부터 <던파> IP를 활용한 작품에 대해 꾸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확한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2022년은 이제 <던파> IP를 활용한 프로젝트가 시동을 거는 해로 보인다.
첫 스타트는 <던파 모바일>이다. 2022년 1분기 국내 서비스를 예고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DNF DUEL>도 11월 26일 국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과연, 16주년을 맞이한 <던파>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때마침 앞서 언급한 국내 최대 단일 게임 행사 중 하나인 '던파 페스티벌'도 12월 2일 세부 정보를 공개하고, 19일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던파>의 미래가 궁금한 게이머라면 분명 주목할 만한 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