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에 가장 빠르게 잘 활용했던 회사들은 어딜까? ‘중국 게임사들’이다. 김정현 GGC 대표 이야기를 들어보자.
“2019년 초 <AFK 아레나> 캠페인을 위해 목록을 요청받았는데 디테일한 타깃이 아닌 유명한 게임 채널이면 장르를 가리지 않기를 원했고, 전체 프리롤 조건이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깨어있는 요청이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중국 개발사들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례를 벤치마킹해 약 2년 전 <레이드: 그림자의 전설>은 굉장히 공격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했다. 1세대 유명 인플루언서 Ninja와 협업해 게임에 그의 캐릭터(아래 이미지)를 넣었다. 비 게임 채널이라도 규모가 크면 다 활용하는 전방위적 광고를 한 덕분에 커뮤니티에 밈이 돌아다닐 정도였다. 릴리스게임의 <라이즈 오브 킹덤>은 인플루언서가 제작한 캠페인 비디오를 편집해 광고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게임 회사들은 글로벌 진출이 늦었다. 공격적으로 뛰어든 중국 게임사와 달리 내수 시장에 주로 힘을 쏟았다. 해외 시장에 대한 경험 축적에서 뒤진다. 개발 영역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중국 회사들의 장점을 벤치마크하고 시행착오를 타산지석 삼아야 할 때다.
그런 맥락에서 북미에서 4년 동안 수많은 게임사와 인플루언서를 이어준 GGC의 실제적인 경험을 듣고 싶었다. 김실장과 깨쓰통 채널에 숙제방송을 문의하는 여러 게임사와 이야기 나누며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김정현 대표에게 물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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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 사업 담당으로 게임계 경력을 시작한 김정현 대표는 9년 전 미국에 건너갔다. 글로벌 게임회사에서 사업 분야를 맡아오다 5년 전 우연히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혼자 시작했다. 당시 하루 2,000명이 게임에 가입하면 손익분기(BEP)를 맞출 수 있었는데 엑셀로 관리하며 목표를 이뤘고 인플루언서의 가치와 미래를 보았다. 마침 모회사에서 별도 사업으로 발전시키라는 제안을 받고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GGC를 시작했다. 이후 4년 남짓 2,000여 명의 인플루언서와 350회 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 북미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겠다면 이 정도 지식은 탑재하고
시몬: 구독자수와 조회수 중 어떤 것을 중시하나? 김실장 채널은 비교적 최근 시작해 높은 조회수에 비해 구독자수는 낮은 편이다. 그런데 정반대의 인플루언서가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받는 경우가 있더라.
김정현: 구독자만 많은 채널은 경계해야 한다. 북미는 조회수가 더 중요한데, 국내 업체는 아직도 구독자수를 중시하는 경향이 남은 것 같다. 광고주가 “꼭 하고 싶다”고 골라 오는 채널을 보면 구독자수만 보고 실질적인 조회수를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북미에서도 구독자가 100만 명인데 조회수가 처참한 경우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가격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큰 가격을 부르는 경향이 있다.
시몬: 김실장에게 숙제방송을 문의해오는 게임사 중 자사 게임의 장점만 부각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부 거절했다. 그렇게 진행하는 게 우리 채널은 물론 게임사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알려져서 그런 요청이 거의 없어지긴 했다. 북미는 어떤가?
김정현: 모 개발회사가 “킥스타터 펀딩을 할 건데 우리 게임에 대해 ‘스폰서십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긍정적인 리뷰를 해주면 펀딩 얼마당 일부를 쉐어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을 받은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했을까? 해당 내용을 전부 폭로해버렸다. 또 다른 케이스로 “네가 만든 우리 게임에 대해 부정적 리뷰가 담긴 비디오를 내려주면 우리 게임의 스폰서십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인플루언서를 조종하거나 매수하려고 하면 인플루언서들은 이 내용으로 폭로 비디오를 만들어 그 회사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시몬: 마이너한 장르의 게임은 타깃에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실제 시장 상황은 어떤가?
김정현: 인플루언서는 조회수를 먹고 살기 때문에 대세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에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광고주가 자신의 타이틀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타이틀로 ‘이런 게임을 하는 채널을 찾아주세요’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거나 너무 마이너한 게임인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설령 그런 채널이 있더라도 상업적으로 가치가 없는(규모가 너무 작은) 채널이다.
시몬: 그럼 어떻게 하나?
김정현: 유저들이 한 가지 게임만 한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유저들의 스펙트럼은 넓고 항상 다양한 게임에 대해 열려있는 편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의 플랫폼(PC 또는 모바일)의 게임 채널이나 여러 게임을 플레이하는 채널을 추천드리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전에 동일 플랫폼, 유사 장르 캠페인에서 성과가 좋았던 채널을 사용해 성공률을 높이려고 한다.
시몬: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회사의 원칙이 엄격한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진행이 안 되기도 하고, 담당자 선에서 암묵적으로 조율해 진행하기도 했다. 체계화된 회사일수록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어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북미도 비슷한지?
김정현: 간혹 인플루언서를 하찮다고 생각하거나 돈으로 움직이는 갑을관계로 여기는 분들이 있다. 이런 사고를 가지고 고루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시몬: 김실장 채널 이전에 어떤 숙제영상을 제작했을 때 고객사에서 뒤늦게 편집을 요청한 경우가 있었다. 공유한 시놉시스를 오케이했는데, 영상에서 특정 부분을 빼달라고 했다. 영상의 흐름 상 그렇게 하면 아예 처음부터 영상을 다시 편집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내부 멤버들 멘탈에도 매우 안 좋았다. 프리롤도 그런 경우가 있나?
김정현: 광고주 입맛대로 큐레이션하는 영상은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영상이 마음에 안들어요’라는 피드백으로 시작해 몇분 몇초 단위로 거의 모든 대사를 고쳐달라고 요청하고 심지어 게임 내 플레이 방법(어떤 카드를 먼저 내고, 어떤 유닛을 어느 지점에서 사용하라는)까지 제시한 케이스도 있었는데 그렇게 고친 영상들이 평소 나오던 성과의 절반도 안 나오는 슬픈 결과를 초래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대충하면 할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내부에서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로 크리티컬한 이슈가 아닌 이상 영상을 고치지 않는 편이 좋다. IP 소유 회사가 별도로 있는 경우 제약 사항이 많아지고 검수 담당자가 까다롭게 굴수록 영상은 누더기가 되고 늦게 배포된다. 당연히 좋을 결과를 얻기 힘들다.
시몬: 반대로 방송할 내용을 너무 모호하거나 뻔하게 알려주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김정현: 토킹포인트를 주실 때 “그래픽이 서구풍”, “한국 게임” 등의 내용은 굳이 강조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게이머들이 후킹될 만한 게임성에 대한 포인트를 잘 파악해서 잡아주셔야 한다. 이벤트나 리워드를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몬: 얼마 전에 김실장에게 숙제방송 제안서가 왔는데, 그런 항목이 있었다. 방송 30분 전까지는 게임을 설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좀 어이 없었다. 다운로드할 수 있다면 최소한 며칠 전에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물어보니 다른 인플루언서 중에는 방송 바로 전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랬다고 하더라. 북미는 어떤가?
김정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인플루언서들도 많다. 하기로 해놓고 손을 놔버리는 경우나 잠수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40명 섭외하면 1~2명은 비디오가 안 나온다고 보면 된다.
시몬: 우리 사회에서도 금기시 되는 표현이나 소재가 있다. 김실장 팀도 오해를 사서 부당한 공격을 받아 ‘마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북미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지?
김정현: 인종차별적인 내용이나 PC(정치적 올바름) 영역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어느 해외 회사에서 금발의 백인 여성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노출이 가미된 게임 소개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평소 우리와 일을 많이 하는 다양한 인종의 여성 게임 인플루언서를 소개했지만 광고주는 금발의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거절했다. 북미에서 이런 방식의 접근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
# GGC의 핵심 무기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실제 진행 절차
시몬: GGC의 강점은 무언가? 4년 넘게 했으니 여러 시행착오와 많은 노하우를 쌓았을 것 같은데.
김정현: 350번이 넘는 캠페인, 2,000여 명의 인플루언서와 4년 넘게 일하며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았다. 광고주가 타깃하기를 원하는 게임 타이틀을 말해주면 해당 게임 타이틀로 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는 최적의 인플루언서를 빠르게 찾아줄 수 있다. 인플루언서의 효율은 가격 대비 효율인데 랜딩 링크의 클릭 수치라고 생각한다. 회원가입과 설치는 게임사만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전 단계에서 일어나는 클릭 수를 그에 준하는 성과수치라고 보고 있다. 그 성과수치를 이용하여 인플루언서 별로 잘하는 장르를 뽑아내서 활용하고 있다.
시몬: 광고주 쪽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플루언서와 좋은 관계가 중요할 것 같다.
김정현: 인플루언서 입장에서 봤을 때 GGC의 강점은 지불이 굉장히 빠른 점이다. 우리는 비디오가 제출되면 바로 지불하고 수수료도 우리가 부담하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이 이 부분을 굉장히 선호한다. 다른 회사와 일을 하거나 직거래를 하게 되면 인플루언서들이 일을 하고 나서 돈을 굉장히 늦게 받거나 심지어 못 받는 경우도 많아서 우리에게 푸념을 해오기도 한다.
시몬: 내가 광고주고 GGC에 일을 맡기고 싶다면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일정은 어떻게 되나?
김정현: 아래 그림으로 대신하겠다. 일반적으로 섭외에 2주, 비디오 제작에 2주의 시간이 필요하여 통상적으로 모든 과정에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홈페이지(https://ggcontent.com/)를 와서 보시면 좋다.
시몬: 국내 게임사는 대부분 북미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 잘 모른다. 개별 인플루언서 사정까지 알기는 정말 힘들다. 조언을 해준다면?
김정현: GGC에는 4년 이상 쌓은 인플루언서에 대한 데이터가 내재화돼 있다. 그를 기반으로 우리가 추천하는 인플루언서를 믿어줬으면 한다.
프리롤 성과자 중에는 썸네일이 선정적이고 내용이 파격적이라 광고주들이 싫어하는 채널이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 항상 가격 대비 클릭이 폭발적으로 나온다.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거절하는 채널이다.
어떤 채널은 <LOL>만 100% 방송하고 비디오도 딱 30초에 맞춰서 만들고 영어까지 어눌한 편이라 처음에 추천을 하면 광고주들이 싫어하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거의 모든 캠페인에서 폭발적인 클릭을 가져왔다.
채널에 올라간 비디오만으로 선입견을 가지지 마시고 데이터를 믿어주십사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리워드나 혜택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개발사에서 좀 더 신경을 써서라도 손쉽게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링크 같은 형식을 제공해주시면 좋다.
캠페인 원하시는 시점에서 최소 4~6주 전에 상의를 해주셔야 한다. 인플루언서는 개개인별로 다 다른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만 비디오를 올리는 인플루언서도 있고, 한 달에 한 번만 올리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프리롤 비디오로 나가는 경우에는 어떤 메인 비디오와 함께 나갈 건지도 인플루언서에게는 중요한 고민거리가 된다. 12월 초에 게임이 릴리즈되는데 11월 말에 캠페인 요청을 주시면 이 일정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인플루언서는 거의 없다고 봐 주시면 된다. 급하게 요청할수록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