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2월 22일), 7일 동안 700여 종의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연례 행사 스팀 넥스트 페스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게이머에게는 기대작을 미리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개발사에겐 출시 전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행사인데요.
현재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약 120개에 달하는 한국어 지원 게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700여 종의 게임을 모두 맛볼 수는 없으니, 1차 후보군을 120개로 좁혀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페스트에 E3에서 발표된 후 화제가 된 우주 생존 전략 게임 <익시온>(IXION)>, 픽셀 오토베틀러 <히어로즈 아워>, 살아 움직이는 크리처를 마을을 건설한다는 콘셉트의 시티 빌더 <완더링 빌리지>가 이름을 올렸는데요. 한국 게임도 글로벌 스팀 유저들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 게임을 출품했습니다.
과연 어떤 게임들이 있을지, 7편의 게임을 만나봅시다.
<서든어택> 백승훈 사단의 신작 <크로우즈>는 현재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일일 활성 체험판 플레이어 수 4위를 기록 중입니다. 700개에 달하는 게임 중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에 속하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번 행사는 스팀이 서비스되는 전 세계 지역 유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단연 가장 눈에 띄는 한국 게임입니다.
<크로우즈>는 밀리터리 FPS로 플레이어는 용병이 되어 각종 전투에 참여하는 게임입니다. 생존을 위해 강대국의 용병으로 전쟁에 참여한 유저분들은 때로는 스쿼드를 이루어, 경쟁과 미션을 달성하거나, 특정 분쟁 지역에 투입되어, 진영간 대규모 전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페스트에서는 <배틀필드>풍 대규모 전장을 구현한 '블러드 존' 모드와 배틀로얄 구성 속에서 '큐온'(Q-on)이라는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엘리트 스쿼드' 모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 스쿼드 모드는 맵에 위치한 자원인 '큐온'을 긁어모아 총 10만 큐온을 획득하면 '구출 헬기'를 부르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헬기 탈취 요소도 구현되어있어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게임플레이 트레일러에서는 총기와 수류탄과 같은 일반적인 화기는 물론 RPG-7로 추정되는 장비와 현대식 MBT, 헬기에 모터보트까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백병전보다 훨씬 복합적인 현대전 양상을 잘 그려낼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스마일게이트의 효자 FPS <크로스파이어>는 엑스박스뿐 아니라 스팀에서도 부활합니다. 스마일게이트가 <홈월드>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있는 블랙버드 인터랙티브에게 개발을 맡긴 <크로스파이어: 리전>입니다.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RTS(실시간 전략 게임)로 산산이 조각난 세상에서 펼쳐지는 두 세력의 갈등을 그립니다. 두 세력은 당연 원작의 블랙리스트와 글로벌리스크입니다.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타에서 <크로스파이어: 리전>에는 새로운 세력이 공개됐는데요. 바로 인공지능을 사회 모든 측면에 구현하여 인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글로벌 신디케이트 '뉴 호라이즌'입니다.
역시 <스타크래프트>처럼 '3종족'이 RTS의 법칙인 걸까요? 아무쪼록 <스마일게이트: 리전>에는 스토리 중심의 캠페인은 물론 시즌 기반의 경쟁전과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협동전 등이 마련됐습니다.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지난 테크니컬 테스트에서 블랙리스트와 글로벌리스크의 지휘관을 선택해 2개의 맵에서 1vs1, 3vs3 대전하는 모드를 제공한 적 있습니다.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한국어 자막 및 더빙을 지원하며, 올봄 스팀으로 통해 출시됩니다.
<쿠산: 늑대들의 도시>(이하 쿠산)은 부산 해운대에 있는 부산글로벌게임센터에서 개발 중인 게임입니다. 과거 '<핫라인 마이애미>랑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라는 비판에 직면한 게임인데, 이번에는 "정신적 후속작"으로 느껴지게끔 열심히 다듬었다고 합니다.
<핫라인 마이애미>의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는 개발사 써클프롬닷은 스피디한 게임성을 살리면서 조작 난이도를 완화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드코어 슈터를 스타일리쉬하게 플레이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게끔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했습니다. 아무쪼록 <쿠산>은 밸브 QA의 허들을 넘고 전 세계 유저들에게 자신의 게임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쿠산>에서 플레이어는 한국이 통일된 가까운 미래, 항구도시 쿠산의 해결사 '진'이 되어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옛 상관의 쿠데타 계획에 맞서게 됩니다. 전투 의수, 단검, 총기류 세가지 무기를 동시에 다루는 특수부대 출신 해결사의 적들은 마약상을 가장한 북한군 잔당들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이 게임의 음악은 유명 힙합 프로듀서 랍티미스트가 제작했습니다.
<쿠산>은 상반기 내 스팀 얼리억세스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닌텐도 스위치로도 발매를 준비 중이라네요.
<닌자일섬>은 한국의 1인 개발자 아스테로이드제이(Asteroid-J)가 개발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사이버펑크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하이퍼 닌자 액션으로 SF 미래도시 속에서 음모에 휩싸인 탈주닌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자가 잠깐 데모를 받아서 해봤는데, 횡스크롤 필드 위에 늘어선 적들을 '뚝딱' 일섬(一閃)하는 맛이 확실합니다. 또 CRT 모니터 느낌의 필터를 씌워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게임은 지스타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게이머를 만난 적 있는데요. 이번 페스트에서 배포되는 <닌자일섬> 체험판에선 유저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밸런스 조정 및 난이도를 완화했다고 합니다. 컷신 일러스트를 교체하는 등 여러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체험판에서는 새로운 스테이지와 거대 보스를 추가했는데요. <닌자일섬>은 퍼블리셔 CFK를 만나 올해 안에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에서 게이머들을 만납니다.
<수호신>은 한국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발전시킨 조선시대 배경 비주얼노벨입니다. 프랑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디게임 스튜디오 노 모어 500(No More 500)이 만들었는데 한국인 개발진도 게임 제작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인이 시나리오를 짜면 한국인 개발자가 고증과 검수를 거치는 과정으로 <수호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수호신>은 조선시대 초,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무과시험을 보고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유리'가 마을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조사한다는 콘셉트입니다. 플레이어는 유리를 조작해 승려, 김 대감 등 마을에 있는 여러 캐릭터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됩니다. 참고로 <수호신>은 멀티 엔딩 게임으로 다회차 플레이가 권장됩니다.
개발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호신>의 플레이 타임은 약 10시간 정도로 비주얼노벨치고는 준수한 볼륨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녀와 학생회>는 로그라이트의 랜덤요소, RPG의 전략성, 그리고 매력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진 카드 대전게임입니다. 전반적인 캐릭터 그래픽은 <헬테이커>가 떠오르는데요. 개발은 <트릭아트 던전>, <배틀 소서러>, <젤터>를 만든 국내 게임 개발사 '지원플레이그라운드'가 맡았습니다.
그 이름도 도발적인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Uneducated Game Studio)는 갓 대학을 졸업한 안성진이라는 1인 개발자가 세운 곳입니다. 이번에 페스타에 참가한 게임 <비포 더 나이트>의 기믹은 스튜디오 이름보다 더 도발적입니다. 플레이어는 애완 '인간' 리사로 동물들이 사는 마을에서 자신의 주인 앨리스를 부활시키기 위해 모험합니다.
인간이 가축 입장이 되는 게임이라니, '낯설게 하기' 기법 같습니다. 인간을 기르는(...) 귀여운 동물들은 밤이 되면 괴물이 되어 주인공 리사를 죽이러 옵니다. 게임 설명에는 "귀여운 NPC를 고기로 만들어 보세요" 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습니다.
공포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비포 더 나이트>는 4월 22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개발자 안성진 씨는 4년 간 만든 게임을 뒤엎고 12개월 만에 이 게임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