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GOTY를 선정할 시기가 왔다.
스포츠에 GOAT라는 용어가 있다면 게임에는 GOTY(Game Of The Year - 올해의 게임)가 있다. 매년 출시된 게임 중 가장 좋고, 멋진 게임에 GOTY라는 칭호가 주어진다. 어떤 점을 기준으로 GOTY를 정할 것이냐에는 많은 의견이 있지만, 대부분 플레이어 평가가 좋고 '유력한 게임 시상식'에서 수상한 게임을 GOTY라고 여긴다.
여기서 가장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게임쇼는 더 게임 어워드(TGA)다. 유명 게임쇼 호스트 '제프 케일리'가 지휘하는 행사다. 미공개 신작 및 출시가 예정된 게임의 트레일러도 시상식 중간중간 공개되며, 오케스트라가 직접 유명 게임 OST를 연주하는 등 그 화려함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기대작들이 TGA에서 대거 공개되는 경우도 있어 게이머에게는 시상식뿐만 아니라 연말 최대 게임쇼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3년도 정말 많은 게임이 있었다. 엔데믹 기간에 들어서며, 코로나19로 출시가 밀렸던 대형 게임이 대거 출시됐기 때문.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피면 "올해는 정말 할 게임이 많아 좋았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단도입적으로 평가 집계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90점을 넘긴 게임만 약 25개다.
(출처: TGA)
<발더스 게이트 3>
여러 대작이 우후죽순 쏟아진 한 해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있는 법이다. 2023년 8월 정식 출시된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 게이트 3>는 말 그대로 게임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스토리, 그래픽, 컷신, 게임성, 캐릭터성 등 모든 면에서 한 차원의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탄탄하면서도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배려한 콘텐츠는 해도 해도 개발진이 준비한 디테일이나 이벤트가 나와 '고봉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죽하면 너무 잘 만들어졌기에 논란이 생긴 케이스기도 하다. <디비니티> 시리즈를 통해 성장한 라리안 스튜디오가 외부 간섭 없이 오랜 기간 동안 총력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기에 "이 게임으로 다른 게임을 평가해선 안 된다"는 해외 일부 개발자들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온 것. 물론, 이런 발언은 수많은 게이머와 웹진의 비판을 받았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2017년 출시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후속작인 <왕국의 눈물>은 전작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 줬다는 평가와 함께 출시 직후 유력한 GOTY 후보 중 하나로 손꼽혔다. 전작이 오픈 월드 게임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왕국의 눈물>은 더욱 발전한 월드의 완성도와 함께 '스크래빌드', '울트라핸즈'와 같은 플레이어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시스템으로 눈길을 끌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시스템은 '울트라핸즈'다. 게임 시스템을 응용해 탱크를 만들거나, 이족 보행 로봇을 만들어 작동시키는 동영상이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게임 초반부 '끊긴 레일'을 건너는 방법만 하더라도 플레이어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이 나와 게임성을 크게 어필하기도 했다.
<마블 스파이더맨 2>
<마블 스파이더맨 2>는 우리가 '슈퍼히어로 게임'과 '차세대 게임'에 기대하는 바를 말 그대로 아낌없이 담아낸 게임이다. 차세대 콘솔다운 화려한 그래픽, 빠른 이동을 필요없게 하는 '웹 스윙'의 재미, 개발사 인섬니악의 노하우가 집약된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 주인공 스파이더맨의 슈퍼파워를 응용한 끊김 없는 액션, 다양한 액션 게임에서 등장했던 시스템을 잘 녹여낸 탄탄한 시스템으로 출시 직후 극찬을 받았다.
<앨런 웨이크 2>
개발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가 강조된 어드벤처 게임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온 회사다. 그만큼 <앨런 웨이크 2>도 이야기에 집중했는데, 기존의 텍스트와 연출로만 전달하던 스토리텔링 기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하우가 집약됐다.
가령 <앨런 웨이크 2>는 ‘사건 보드’를 기존 스토리텔링 상의 난점 상당 부분을 상쇄하는 영리한 장치로 사용했다. 사건을 도식화해 플레이어의 상황 이해를 돕고, 설명을 들으며 플레이어가 새롭게 등장한 요소들이 플롯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에 몰입하고, 전체적인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오하자드 RE: 4>
오히려 유일한 리메이크작이기에, <바이오하자드 RE: 4>가 얼마나 좋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원작 <바이오하자드 4>가 3인칭 게임에 수많은 영향을 끼쳤고,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덕분에 '원작보다 못한 리메이크작'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런 선입견을 훌륭하게 극복했다는 평가다.
특히 원작의 이야기를 따르면서도 맵 구성 및 연출에서 큰 변화를 줬다. 전투에서도 현세대 게임의 면을 대폭 받아들여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플레이가 나올 수 있도록 의도했다. '리메이크'와 '호러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무엇보다 잘 살렸다는 평가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후보작에 오른 게임 중 유일한 전체 이용가인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후보작이다. 플랫포머 혹은 횡스크롤 형식의 게임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기존의 게임성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