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컴퓨터박물관(이하 넥컴박)이 개관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디지털과 관련된 각종 기기를 수집, 보존해온 이 박물관은 이제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라면 한 번쯤 꼭 방문해볼 만한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넥컴박은 단순 박물관으로서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시도를 거듭하며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 25주년을 맞이해 이를 돌아보는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를 최근 개최하기도 했고요.
넥컴박은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내 인생의 컴퓨터', '특별한 손님' 등 다양한 코너를 통해 5년간 디스이즈게임과 연재를 이어갔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넥컴박 개관 6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디스이즈게임과 함께한 여러 연재물 중 인상 깊었던 연재물을 모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당신의 인생에 있어 컴퓨터는 무엇인가요? '내 인생의 컴퓨터'
어떤 일이든 시작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죠. 넥컴박이 디스이즈게임에 첫 연재를 시작한 것은 개관 후 약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인 2014년 10월 28일입니다. 시작은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얼굴'이기도 한 최윤아 관장이 맡았습니다.
최윤아 관장은 자신이 컴퓨터를 접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인생을 뒤흔들 정도로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인간과 인간, 기계, 정보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얘기했습니다.
최 관장은 게임을 접하면서 예술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며 게임을 두고 새로운 개념의 공간에서 표현하는 일상화된 예술,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표현했습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넥컴박은 오는 9월 1일까지 한국 온라인게임 탄생 25주년을 맞아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라는 전시회를 진행합니다. 최윤아 관장은 "성년이 된 게임 산업이 그동안 거쳐온 많은 변화와 성장을 돌아보고, 게임의 문화 예술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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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어디서든 인터넷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수십 년 전에는 지금과 같은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아시아에 인터넷을 가져온 인물'로 오른 전길남 박사는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와의 얘기를 들어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인터넷이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TIG와 연재 외에 여러 곳에서 그 과정이 설명되기도 했죠.
전 박사는 컴퓨터가 단순히 어떤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그 속에 살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또, 시대가 발전하면서 컴퓨터, 인터넷으로 가상과 현실의 공간이 선택이 아닌 공존하는 시대가 됐기에 이를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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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나크'라는 닉네임으로 유저들에게 잘 알려진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본부장이 함께했습니다. 현재도 스튜디오에서 디렉팅,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만큼, 그의 삶에 있어 컴퓨터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컴퓨터에 빠진 나머지 저축해서 직접 컴퓨터를 구입하고, 매력에 푹 빠져서 경진대회에 나가서 대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카이스트에 입학해 게임을 만들었고, 결국 넥슨에서 지금의 위치까지 이르게 됐죠.
김 본부장은 컴퓨터가 마치 '신체의 연장'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분담하면서 우리가 다른 것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요. 그는 영상을 통해 과거 넥슨이 소규모 회사일 때의 추억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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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 주한미국대사로 재직, 다양한 대외활동과 한국의 야구를 사랑한 인물 마크 윌리엄 리퍼트 대사도 넥컴박 연재를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첫 컴퓨터 애플 II가 자신의 삶에 '혁신'을 일으켰다고 표현했습니다. 지식 함양과 더불어 소통, 편리함을 갖췄다고 말했죠. 그리고 당시 대사로 근무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컴퓨터를 한 마디로 '지식'이라고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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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TIG의 수장(?) 임상훈 대표도 특별한 손님으로 자신의 인생과 함께한 컴퓨터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때 처음 접했던 BASIC 언어부터 신문사에 취직하면서 게임 산업을 보며 게임과 인연을 쌓은 과정까지 많은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그는 컴퓨터를 두고 무궁무진한 매력이 있는 '종합 선물상자' 같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습니다. 또, 내가 가고 싶고 알고 싶은 곳을 어디든 데려다주는 것 같아서 '공항'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제2의 뇌'로 생각을 정리할 때 도움을 주는 역할 같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임 대표는 넥컴박이 게임 분야에서 독특한 박물관으로서 게임의 복원, 당시의 경험이 남겨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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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컴퓨터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세상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는 컴퓨터를 사용한 이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때문에 가능했죠.
첫 번째는 바로 지금의 넥슨을 있게 한 <바람의 나라>을 꼽았습니다. 김진 작가의 원작 '바람의 나라'를 소재로 한 넥슨의 첫 게임이자, 1996년 4월 5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20년 이상 지금까지 서비스 중이죠.
누적 회원 1,800만 명,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용 서비스 중인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등 <바람의 나라>는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머드게임이 가득했던 당시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바람의 나라>는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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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람의 나라>보다 게임의 역사에서 더 먼저 세상을 바꾼 게임은 여럿 있습니다. 그중 1972년 미국 아타리에 의해 개발된 <퐁>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퐁>은 아타리의 창립자 놀란 부쉬넬(Nolan Bushnell)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당시 그는 대중적이지 못했던 <컴퓨터 스페이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엔지니어 앨런 알콘(Allan Alcorn)과 함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몰두했고, 그 결과 <퐁>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퐁>은 단순 게임의 영역에서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닙니다.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중 하나인 애플 I(Apple I)을 만든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또한 자서전을 통해 이 게임에서 개인용 컴퓨터 개발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을 정도니까요. 컴퓨터를 새로운 장난감으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한 <퐁>은 세상을 바꾸고자 한 한 명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역사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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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큘러스를 통해 공개된 '오큘러스 리프트'는 '가상현실(VR)'이 단순 미래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아이디어가 아닐까 합니다. 2012년 4월 처음 공개되며 킥스타터에서 목표치의 10배에 달하는 240만 달러(약 28억 원)의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죠.
물론, 여전히 발전 과정에 있지만, 가상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역에서의 경험을 제공하는데 큰 매력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죠. 지금도 HTC, 소니 등 많은 기업이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디바이스를 연구 중입니다. 대중화를 위해 기기 사양, 이용 환경, 콘텐츠 접근성 등 해결해야 할 영역이 많지만 앞으로 이 과정을 어떻게 겪어나갈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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