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마지막 주,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하면 역시나 넥슨의 개발총괄 부사장인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의 사임과, 그가 총괄하던 <페리아 연대기>의 개발 중단 소식일 것입니다. 특히 <페리아 연대기>는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프로젝트 NT>라는 이름으로 최초공개 된 이래로 9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려온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는데요.
디스이즈게임은 <페리아 연대기>와 관련된 지난 9년의 기록을 톺아보기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 띵소프트 설립과 ‘카툰 그래픽 RPG’ 개발의 시작
지난 2010년, 넥슨의 CEO 출신으로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의 개발을 주도하고 네오위즈게임즈의 개발 본부장으로서 <피파 온라인 2> 등의 흥행을 성공시켰던 정상원 대표는 개발사 ‘띵소프트’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개발사의 설립과 함께 ‘카툰 그래픽’의 MMORPG를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이것이 바로 띵소프트, 그리고 <페리아 연대기>의 시작이었습니다.
2010년 설립 직후의 띵소프트의 사무실 내부 모습
# 2011년 6월, <프로젝트 NT> 최초 공개
그리고 약 1년 후인 2011년 6월, 띵소프트는 개발중인 MMORPG <프로젝트 NT>의 정보를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카툰풍 그래픽’과 ‘유저의 자유도를 극대화한 콘텐츠 제작’ 등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운 이 게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프로젝트 NT>. 훗날의 <페리아 연대기>는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기대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초 공개 당시의 <프로젝트 NT> 원화와 스크린샷
순조롭게 개발되던 <프로젝트 NT>는 약 1년 후인 2012년 10월, 넥슨과의 퍼블리싱 계약을 깜짝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해 지스타 직전, 넥슨의 기대작을 발표하는 행사를 통해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을 통해 게임의 실제 모습. 그러니까 카툰풍 그래픽 MMORPG의 실체가 공개되어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개발사에서는 유저가 다양한 리소스를 활용해 게임 속에서 다양한 지형과 마을을 직접 제작할 수 있으며, 정치 및 경제 시스템 등. 게임 전반에 걸친 여러 요소들도 직접 편집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영상까지 순조롭게 공개한 <프로젝트 NT>는 2013년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공언했습니다.
2012년 11월, 처음으로 공개된 플레이 영상
# 정식으로 공개된 게임명 ‘페리아 연대기’
하지만 <프로젝트 NT>는 2013년 상반기까지 이렇다할 소식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에 대한 소식에 앞서 개발사인 띵소프트가 넥슨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이 먼저 유저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사실상 ‘넥슨 개발 게임’이 된 <프로젝트 NT>는 마침내 정식 게임 명칭인 <페리아 연대기>를 공개하고 게임의 티저 사이트도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11월, 넥슨은 지스타를 통해 <페리아 연대기>의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비롯해 게임의 주요 정보를 대거 공개합니다. 서로 존재를 모르고 살던 ‘인간’과 ‘키라나’ 라는 두 종족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과 갈등을 그린 이 게임은 초기 공개 때와 마찬가지로 ‘극한의 자유도’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웠는데요. 특히 유저가 직접 지형을 바꾸고, 마을을 연성하고, 법까지도 만드는 모습을 공개해서 많은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정상원 대표는 기본적인 지형 및 지질, 아이템/건물 연성, 배치 등의 시스템은 구현했지만 던전 패턴, 유저 제작 MOD 지원 등의 개발 등. 작업해야 할 것이 많아 개발이 지연되었다며 2014년에는 반드시 CBT를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 지스타를 통해서만 게속 정보를 공개하다
[2014.02] 정상원, 10년 만에 넥슨 신작의 ‘선봉장’으로 컴백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기다렸던 CBT는 결국 2014년에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가 넥슨의 신규 개발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11월 지스타에서 영상 1종을 공개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본래 <페리아 연대기>는 이 해 지스타에서 체험버전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아직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넥슨의 발표와 함께 영상 공개로 대체되었습니다.
# 2016년. 드디어 지스타를 통해 체험 버전을 공개하다
이후로 <페리아 연대기>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렇다할 소식을 일절 공개하지 않으며 기나긴 ‘잠수’에 들어갑니다. 2015년에도, 2016년에도 ‘아직 개발중이다’는 사실 외에는 2년 가까이 이렇다할 발표가 없었는데요.
그러다가 드디어 2016년 11월, <페리아 연대기>는 지스타 2016을 통해 게임의 체험 버전을 일반 유저들에게 선보입니다. 플레이 영상이나 스크린샷이 아닌 실제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는’ 버전의 공개는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유저들이 환호했고, 실제로 지스타 2016에서 <페리아 연대기>의 체험부스는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간신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유저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흥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페리아 연대기>는 이 때 큰 고비를 맞이했습니다. 게임의 여러 요소들이 기존의 게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불평하는 유저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입니다. 이에 넥슨은 여러 피드백을 받아서 2017년에는 반드시 개선된 모습으로 CBT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2017년과 2018년, 또 다시 기나긴 침묵 속으로…
하지만 <페리아 연대기>가 2017년에 CBT를 진행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꾸준히 나오던 지스타에도 참여하지 않고, 2017년, 그리고 2018년까지 게임과 관련된 소식은 거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관계자들은 꾸준히 <페리아 연대기>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감감무소식인 게임의 소식에 게이머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 2019년 4월, 9년만에 첫 CBT. 하지만 마지막 테스트가 되다
그리고 2019년 5월, <페리아 연대기>는 띵소프트 설립으로부터 9년, <프로젝트 NT>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8년 만에 드디어 CBT를 진행합니다. ‘파이어니어 팟’ 이라는 이름의 첫 번째 테스트는 소규모 유저들을 선발해서 3일간 진행했는데요.
하지만 테스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습니다. <마비노기>의 감성에 여러 생활형 콘텐츠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일부 호평을 했지만, 너무 ‘예스러운’ 그래픽과 UI, 게임 플레이 방식 등에 대해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정말 9년 동안 개발한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좋지 못해 “이래도 되는가?” 라는 염려의 목소리도 컸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테스트는 <페리아 연대기>의 처음이자 마지막 테스트가 되고 말았습니다. 테스트가 끝나고 약 3개월이 지난 8월 27일, 넥슨이 이 게임의 개발을 중단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넥슨은 "그동안 여러 차례 <페리아연대기> 내부 및 외부 테스트를 진행하며 게임성을 점검해왔으나, 테스트 단계인 <페리아연대기>가 유저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고 결국 프로젝트를 취소했다"고 프로젝트 중단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렇게 해서 <페리아 연대기>는 사실상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게임업계에는 매년 수 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며, <페리아 연대기> 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게임도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페리아 연대기>의 여운이 깊게 남는 것은 그만큼 이 게임이 많은 유저들로부터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2011년, <페리아 연대기>가 <프로젝트 NT>로 첫 공개되었을 때 당시의 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