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의 MMORPG <블레스>가 12월 16일 2차 CBT를 시작한다. 이번 테스트는 <블레스> 개발진에게 그 어느 때보다 부담되는 테스트다. 많은 기대 속에 진행되었던 1차 CBT는 전투와 퀘스트 동선에서의 비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기록했다. 개발진들은 이번 테스트에서 1차 CBT에서 지적 받은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게임의 미래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과연 <블레스> 개발진은 어떤 각오, 어떤 콘텐츠로 2차 CBT를 준비하고 있을까? 네오위즈 블레스 스튜디오의 한재갑 PD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네오위즈 블레스 스튜디오 한재갑 PD
1차 CBT 피드백? 그래픽부터 액션까지 다 고쳤다
1차 CBT가 끝나고 굉장히 많은 유저들의 의견이 있었다. 준비할 것이 많았겠다.
한재갑 PD: 개발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유저들이 기대하는 것이 크더라. 우리는 애초에 타겟팅 MMORPG만을 경쟁게임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미 유저들은 논타겟팅 MMORPG는 물론, MORPG나 AOS 등 다양한 게임을 함께 즐기고 있다. 1차 CBT는 이런 경험을 함께 했던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테스트 목표가 그래픽과 이야기, 전투 세 부문이었는데 이것을 전부 뜯어 고쳐야만 했다.
전투와 스토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그래픽은 <블레스>가 다른 게임에 뒤지는 편은 아니지 않나?
한재갑 PD: 정확히 말하면 개발자가 보고 또 보여주는 그래픽과 유저들이 실제로 게임 속에서 체험하는 그래픽의 차이가 컸다. 솔직히 트레일러 영상이나 캐릭터 생성창의 그래픽이 100% 게임 속에 반영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2차 CBT에는 이러한 간격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추가됐다. 텍스쳐 위주로 묘사되었던 쌍꺼플이나 콧방울도 폴리곤을 추가해 세세한 묘사가 가능하도록 바꿨고, 빛 효과도 대폭 개선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곳 못지않게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그려지도록 했다. 이것은 목적도, 방법도 명확하니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었다.
전투나 이야기에 대한 개선은 쉽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재갑 PD: 아마 1차 CBT에서 가장 많은 불만이 나왔던 곳이 아닐까? 1차 CBT의 전투 같은 경우 솔직히 말해 재미가 없었다. 후판정을 내세웠음에도 떨어지는 조작성, 필드에서의 단조로운 전투, 너무 제한된 스킬 구성 등등. 정말 산더미 같은 피드백을 받았다. 이미 시장에서 수많은 ‘액션’을 접했던 유저들을 놓고 ‘타겟팅 MMORPG 유저만 잡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으니….
2차 CBT에서는 타격감이나 판정에 있어 많은 부분 개선이 있다. 먼저 타격감 부분은 과장 조금 보태 처음부터 다 다시 만들었다. 스킬의 이펙트는 전부 다 새로 만들었고, 몬스터의 피격 모션도 대거 추가됐다. 큰 기술이 들어갔을 때는 화면이 진동하거나 카메라앵글이 변하는 등의 효과도 추가됐다. 여기에 판정 시스템도 보다 정교하게 바꿔 몬스터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하거나 끊는 식의 액션도 가능해졌다.
속도감이나 긴장감 부분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다. 먼저 긴 스킬 쿨타임 때문에 전투가 답답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전반적인 쿨타임 설정을 조정했다. 일반 몬스터를 상대할 경우 전투시간이 20 ~ 30% 가량 줄었을 것이다. 여기에 필드에 엘리트 몬스터를 추가해 필드전투 중에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바꿨다.
전술(≒ 스킬덱) 시스템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다.
한재갑 PD: 스킬이 추가되는 시점이 빨라졌고, 패시브 스킬 전용 슬롯을 신설해 보다 덱을 여유롭게 짤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시스템이 매끄러워진 셈이다. 아, 또한 최고레벨이 36레벨로 확장된 만큼 보다 많은 스킬을 체험할 수 있다는 변경점도 있다. (웃음)
다만 전반적인 스킬 구성이나 틀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1시간 플레이 만으로는 전술 시스템의 묘미를 느끼기 힘들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본격적으로 2번째 전술스킬 덱을 갖추게 되는 17레벨 이후나 되어야 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2차 CBT에 개선된 전술 시스템. 1차 CBT와 달리 스킬 유형 별로 슬롯이 분리되어 있다.
전술 시스템은 슬롯이 제한된다는 특성 때문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큰 변화가 없다니 의외다.
한재갑 PD: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유저가 해당 클래스의 모든 스킬을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 때문에 개발진은 캐릭터의 스킬을 제한해야 한다. 스킬과 스킬의 조합이 어떤 변화를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역으로 캐릭터의 역할을 제한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술 시스템처럼 슬롯이 제한된다면 오히려 더 자유롭게 캐릭터의 역할을 상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디언’이라는 직업은 겉으로는 칼과 방패를 든 전형적인 탱커형 직업이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 파티플레이용 탱커형 스킬 외에도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적합한 순수 딜러, PVP에 유리한 생존형 딜러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제한되기 때문에 특화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유저들에게도 매번 전투에 나가기 앞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혹은 자신이 상대할 상대나 환경에 맞는 ‘덱’을 궁리하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차 CBT의 경우 극초반의 콘텐츠만 선보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콘텐츠 볼륨도 늘었고 전술 시스템 자체의 편의성도 개선되었기 때문에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깨끗해진 동선 속에서 대전쟁의 ‘불씨’를 찾아달라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1차 CBT에서 지적 받은 것 중 하나가 중반 이후 퀘스트 동선이 너무 난잡해 이야기의 전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한재갑 PD: 어려운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 이번 테스트에서는 이야기나 퀘스트에 대해 많이 고치지는 못했다. 이야기라는 것은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야 와 닿는 것인데, 앞서 말했듯이 전투 등 기본적인 재미와 2차 CBT 주력 콘텐츠인 RVR 콘텐츠를 더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손을 놓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메인 퀘스트 동선에서 벗어난 서브 퀘스트는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다. 그리고 1차 CBT에서는 일부 메인 퀘스트가 유저들의 성장속도에 비해 너무 늦게 해금돼 반강제적으로 서브 퀘스트를 하도록 했었는데, 이번에는 퀘스트 제한이 대폭 완화돼 보다 부드럽게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어떨까? 1차 CBT에서는 초반에 선보였던 낙오자∙추방자들의 이야기가 대도시에서 ‘붉은가면’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바뀌면서 흐름이 끊겼다.
한재갑 PD: 본래 <블레스>의 스토리는 개인의 이야기가 합쳐져 종족, 나아가 진영과 세계 딴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1차 CBT에서는 후반부 개인의 이야기가 개발 중이었던 탓에 갑자기 공통 주제로 넘어갔었다.
사실 이번 테스트도 이 부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투 개선이나 신규 콘텐츠 추가 쪽이 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이 신경 쓰지 못했다. 다만 다음 테스트에서 선보일 40레벨 이상 콘텐츠에서는 개인의 이야기까지 깔끔하게 완결되고 본격적인 진영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선보여질 예정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새로 추가된 하이란 진영의 3개 종족. 왼쪽부터 실반 엘프, 하비히츠, 루푸스. (클릭하면 커집니다)
그렇다면 이번 테스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을까?
한재갑 PD: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블레스>의 또다른 진영 ‘하이란’이 최초로 공개된다. 각 종족이 자유롭고 이해관계에 따라 연합한 우니온 진영과 달리, 하이란 진영은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각 종족이 굳건한 동맹을 맺고 있는 하나의 공동체다. 우니온의 이야기가 연합 안에 있는 개개인의 욕망이 드러나는 것이 콘셉트라면, 하이란은 공동체를 부수고 반기를 드는 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주요 테마다.
이번 테스트의 주요 테마는 RVR 아닌가?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다.
한재갑 PD: 최종적으로는 이야기의 흐름이 진영 간 갈등으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단순히 한 진영이 마치 하나의 공동체처럼 상대 진영을 증오하거나 쳐들어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블레스>에서의 진영 간 갈등은 진영 내, 혹은 진영 간 이익집단 간의 갈등이다. 진영 내 이익집단들의 필요에 의해 진영이 서로 갈등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진영 내에서도 이익집단 간 갈등이 일어난다. 때문에 우리는 게임의 진영 간 갈등을 RVR이 아니라 RXR(Realm x Realm)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RVR 게임과 달리 초반부터 진영 내부의 이야기를 보다 깊이 조명하려고 애썼다. 이번에는 테스트 목적으로 RXR 콘텐츠를 빨리 풀어 이것이 명확히 와 닿지는 않겠지만, 잘 살펴보면 곳곳에서 갈등의 불씨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2차 테스트, RXR 기초 콘텐츠 검증이 목표
그렇다면 RXR 콘텐츠는 실제 게임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가?
한재갑 PD: 크게 분쟁지역을 통한 필드 전쟁, 인스턴스 공간을 이용한 대규모 전장, 그리고 길드 간의 수도 쟁탈전으로 구분된다.
먼저 유저는 20레벨 후반부터 <블레스> 최초의 분쟁지역인 ‘코르누스 계곡’에 입장할 수 있다. 분쟁지역 중에서는 초반지역이라 디자인 자체는 일반 필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최상위 레벨대 지역인데다 언제 상대 진영에게 공격받을지 모르기에 다른 필드와는 긴장도 자체가 다를 것이다.
이와 함께 ‘카스트라 공방전’이라는 최대 200명이 싸울 수 있는 인스턴스 전장이 일정 시간마다 열린다. 코르누스 계곡이 상대 진영과 맞부딪히며 자연스럽게(?) 국지전이 일어난다면, 카스트라 공방전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스포츠’다. 게임의 목표는 상대의 핵심 구조물을 파괴하는 것. 이를 위해 고지를 선점해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거나, 강화효과를 주거나 병력을 생산하는 거점을 점거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전장 콘텐츠 ‘카스트라 공방전’의 이미지
여기까지는 다른 RVR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다.
한재갑 PD: 공동체 안의 분쟁은 그 다음부터다. 상대 진영과 싸운 유저는 ‘전장포인트’(가칭)를 얻고, 해당 유저가 속한 길드는 유저가 얻은 점수의 10%를 얻게 된다. 길드는 이 포인트를 모아 진영 내 주요 도시의 지배권을 '비공개 경매'로 얻을 수 있다.
도시의 지배권을 확보한 길드는 ‘수도 쟁탈전’이라는 일종의 진영 내 공성전 콘텐츠에 참가할 수 있다. 수도 쟁탈전은 해당 진영의 최고 도시를 다스리는 주인을 판가름하는 콘텐츠로, 경매로 진행되었던 도시 지배권 획득과 달리 인스턴스 공간으로 구현된 도시 위에서 각 길드가 서로 연합하거나 적대하며 싸워야 한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3단계로 기획된 쟁탈전 맵 중 가장 마지막 단계의 맵에서만 전쟁이 치뤄진다.
참고로 CBT에서는 수도쟁탈전 승리 길드에게 GM만이 탈 수 있었던 날으는 탈 것을 제공할 예정이다.
우니온 측 수도 쟁탈전 승리 보상인 ‘길들인 와이번’
단순히 날으는 탈 것 하나만 보고 진영 내 갈등요소가 생기긴 힘들어 보인다.
한재갑 PD: 어디까지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말이다. 최종 목표는 수도는 물론 각 거점도시의 지배자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것이다. 거래되는 물품에 세금을 매길 수도 있고, 추후 생산 시스템이 추가되면 도시의 특산품을 독점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특산품은 향후 <블레스> 최고 장비를 만드는데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자연히 도시를 차지하려는 길드 간 경쟁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상이 경제적인 이유라면 수도 쟁탈전은 정치적인 이유다. 수도쟁탈전 같은 경우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길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수도를 지배하고 있는 길드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대립이다. 참고로 각 길드의 선택은 수도 쟁탈전이 시작되어야만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길드의 힘 못지 않게 정보력과 정치력 또한 중요해진다.
물론 이러한 것을 얻은 대가로 각 지배자들은 상대 진영의 침략으로부터 도시와 유저를 보호해야 한다. 상대 진영의 침략을 막지 못하면 당장 도시의 창고가 털려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유저들에게 밉보여 향후 있을 도시 지배권 경매나 수도 쟁탈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
전체적인 그림은 멋지다. 하지만 정작 테스트 테마가 RXR이라면서 정작 보여주는 것은 너무 적다.
한재갑 PD: 인정한다. 지금은 틀만 있고 콘텐츠 간 연결은 희미하니. 이번 테스트의 목표는 RXR 콘텐츠의 기초적인 시스템을 미리 검증해 내년 있을 3차 CBT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RXR 콘텐트는 진영과 진영은 물론, 진영 내의 갈등까지 다루기 때문에 보다 꼼꼼하게 점검하고 싶었다. 일단 이번 테스트에서는 기본적인 시스템과 지배권 소유 길드 간의 관계 양상만 제대로 파악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준비한 테스트치고는 목표가 소박하다.
한재갑 PD: 2차 CBT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목표를 크게 잡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테스트를 온전히 끝마치고 제대로 피드백을 반영한다는 것 이상의 좋은 목표가 있을까? (웃음)
1차 CBT에서 많은 피드백을 주신 만큼 이번 테스트도 많이 바뀌어서 나왔다. 시간 문제로 퀘스트 등 일부 요소는 아직 미흡한 부분도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차 CBT와 비교해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블레스>는 자라고 있는 게임이다. 이번 테스트도 많이 참여해주시고 가감 없는 피드백 부탁 드린다. 유저분들이 많이 의견을 주신 만큼 우리도 더 성장할 수 있다.
11월 말 진행되었던 FGT를 분석한 자료
하이란 진영의 수도 ‘히에라콘’
<블레스> 2차 CBT 프로모션 영상 ‘전란의 시작’ 풀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