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전사덱. 이른바 '손놈' 덱부터 주문도적, 개들을 풀어라, 전쟁노래사령관까지. <하스스톤>의 서비스 역사는 사기덱과 너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번 시대를 풍미한 '오버파워 덱'이 출현했고, 이를 너프하며 한 시대가 마무리됐죠. 이런 꾸준한 흐름에 지친 모 기자는 분노의(?) 기사를 남기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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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블리즈컨에서 만난 <하스스톤>의 개발팀은 밸런스에 대한 확고한 답변을 들려줬습니다. 자칫하면 게임의 밸런스를 뒤흔들 수 있는 빠른 업데이트나 과감한 메커니즘도, 그만큼 확실한 너프도 모두 '유저의 재미'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답변이죠.
새로운 모험모드인 탐험가 연맹의 업데이트를 앞두고 디스이즈게임에서 <하스스톤>을 개발하는 용 우(우용진) 프로듀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홍민 기자
TIG> 이번 탐험가 연맹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각 콘텐츠 만들 때마다 늘 새롭고 놀라운 것을 고려한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던전을 만들 듯 어떤 패턴화가 되기보다는 뭔가 놀라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번 모험모드도 그렇게 선정하고 만들게 됐다.
특정 레이드와 던전을 주제로 잡는다면 해당 지역에서만 플레이하게 된다. 예를 들면 낙스라마스면 낙스라마스와 부근 장소만을 다루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탐험가 연맹은 아제로스의 여러곳을 지나다니면서 ‘리그 오브 익스플로어’ 같은 콘셉트의 탐험영화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위해 스토리텔링 방법도 바꿔보고 싶었다. 4개의 구역이 있는데, 구역마다 한 명의 탐험가를 따라가며 탐험을 함께하고, 관계를 쌓으며 카드를 얻고 미래의 다른 탐험을 기대해나간다. 대화와 상호작용 등도 많이 넣었고, 친근함과 파트너십을 올릴 수 있는 방법들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인터페이스도 뜯어고쳤다.
TIG> 그럼 이번 모험모드도 여러 개의 게임판을 가지나?
게임판은 2개(발굴 보드, 탐험가의 전당)를 새롭게 만들었다. 나머지 2지역은 원래 있던 것을 쓰고, 3-4번째 지역은 새로운 게임판에서 플레이하게 될 것이다.
TIG> 특정한 영화 등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나?
어떤 한 가지 영화를 패러디 하기보다는 탐험이라는 장르 자체에 관심이 많다. <인디아나존스>도 예전 영화지만, 5-60년대부터 탐험영화가 있었다. 그런 곳에서 많이 영감을 받았다.
TIG> 게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일단 카드가 45장 추가된다. 전설등급이 5장이고 4명의 탐험가 카드와 직업마다 3장의 전용카드가 나온다. 탐험에 대한 모티브를 갖고 ‘발견’ 메카닉에 신경을 많이 쓰고, 연구를 많이 했다. 발견은 랜덤한 요소가 있으면서도 본인이 어느 정도 선택을 할 수 있는 무작위와 전략성에 동시에 신경을 썼다.
개발팀에서는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준다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발견을 통해서는 크게 두가지를 하고 싶다. 똑같은 카드가 계속 나오면 다양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게임이 똑같은 느낌을 계속 주고 이는 좋지 않은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발견은 그런 패턴을 많이 부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서도 플레이어에게 전략적인 전술을 쓸 수 있도록 고려했다.
TIG> 신규 전설카드로 앨리스 스타시커가 등장한다.
‘발견’ 모티브로 카드를 연구하며 숨어있는 보물을 찾는다는 느낌을 어떻게 하면 카드로 잘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아제로스의 모든 지도를 갖고 있는 엘리스 스타시커에게 이 보상을 주면 어울리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파격적인 효과를 많이 생각하다가 정말 보물을 얻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참고로 이번에 추가로 등장하는 브란 브론즈비어는 3마나에 2/4의 능력치, 전투의 함성이 2번 발동되는 효과를 갖고 있는데 마상시합 이후 함성 메카닉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푸시하는 중이다.
TIG> 정형화되어가는 덱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나?
코스트 별로 좋은 카드가 정형화되는 느낌이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진다. 파워레벨이 올라가도 그렇다. 지금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년 이후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다. 관심도 많고 고쳐나갈 생각도 많다.
TIG> 카드 각각의 성능 차이가 너무 심한 탓 아닌가? 왜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카드도 많다.
덱에 넣을 수 있는 카드는 30장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카드와 나쁜 카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이레벨 플레이에서는 이길 수 있는 카드도 중요하지만, 재밌는 카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캐주얼하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카드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쓸모가 없는 카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카드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성기사의 앙갚음 카드는 전혀 쓸모없어 보였는데, 수수께끼의 성기사 와 같은 카드가 나오면서 빛을 보았다. 그 부분에서는 쓰이지 않던 카드가 쓰이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단순히 카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기본 카드가 너무 강해지기만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복잡한 문제지만, 여러가지 요소를 많이 생각하며 진행하고 있는 편이다.
TIG> 손님전사 덱같이 강한 덱이 있으면 아예 못쓰게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 덱을 상대로 싸울 때 재미가 없게 만드는 덱이냐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된다. 사실 승률로 보면 비밀기사(파마기사)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덱을 상대로 싸울 때 재미가 없을 경우 (덱 자체를 바꾸는 것에 대한) 생각을 좀 많이 한다.
주문도적 같은 경우도 그렇다.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상대방은 카드를 마구 드로우해서 이기는 것은 당하는 입장에서 재미없다. 돌진 같은 경우가 그런 경우에서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우리도 되도록 카드를 바꾸는 건(패치, 전쟁노래 사령관 같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손님 전사덱이 문제는 됐지만, 그 카드를 너프하는건 별로 좋지 않다는 의견도 내부에서 많았다.
애초에 카드를 만들 때 주의를 해야 하며, 되도록 출시 후 바꾸는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라는데는 공감한다.
TIG> 최근에는 닥터붐 때문에 특정덱을 강요받는다는 경향이 있는데.
닥터붐 너프계획은 없다. 대회를 보면 닥터붐이 항상 있지는 않다. 느낌은 그럴 수 있으나 숫자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유저들이 느끼는 느낌도 중요하다. 게임은 숫자만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느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특히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느낌이 중요할 것 같다.
TIG> 밸런스까지 포함해도 업데이트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게임마다 맞는 페이스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오랫동안 개발하고 손보며 릴리즈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하스스톤>은 유저와 대화하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6-8주 사이에 계속 패치를 하는 편이다. <하스스톤>에 맞는 페이스라고 생각한다.
TIG> 최근 선술집 난투 모드에 대한 반응이 좋다.
난투모드도 매주 다르게 <하스스톤>을 즐긴다는게 어떤 것인가에 대한 실험도 할 겸 도입해봤다. 플레이어들이 좋아하는 모드를 계속 만들고 싶다. 우린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플레이어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피드백을 받는 기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반응이 좋다. 계속 다른 방식의 공동 플레이도 실험을 많이 해보고 싶다.
캡튼 블랙하트라는 난투모드를 이번 모험모드 전에 선보일려고 했는데, 가끔 프로세스 버그가 생기면서 미뤄지게 됐다. 물론 실수가 없으면 좋겠지만, 최대한 고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TIG>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다른 모드도 생각중인지?
실험 중이다. 아서스 같은 경우도 중요한 캐릭이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활용해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계획은 없다. 언젠가는 그 스토리도 사용해보고 싶다.
TIG> 다른 직업군도 예정이 있나?
직업군도 더 만들고 싶다. 직업군을 어떻게 만들고, 배포할지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발표할 것은 없다.
TIG> 초창기에는 매우 적은 인력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가?
시작 시에 12명이었는데, 현재는 팀에 45명이 있다. 모두 게임에 매우 열정적이다.
TIG> 마지막으로 한국팬들에게 한 마디
콘텐츠 만들 때마다 배우는 게 있다. 이번에도 모험모드를 만들면서 가장 재밌고, 흥미로운 카드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고 대화도 재밌다. 이런 것을 블리즈컨을 통해 발표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주시고, 피드백이 있다면 꼭 보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