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지난 4일 넷마블이 신작을 공개했다. 신작 <KON>은 전투 중 서브 캐릭터를 소환해 함께 싸울 수 있는 ‘듀얼액션’, 유저가 직접 자신만의 던전을 만들고 다른 유저의 던전을 공략하는 ‘침략전’ PVP를 내세우는 게임이다.
삐딱하게 본다면 듀얼액션은 1인 플레이에 '소환수'를 추가한 개념, 던전 꾸미는 침략전도 하는 사람만 하는 비동기 PVP의 연장으로만 보인다. 자동전투 RPG라는 장르(?)만 본다면 신선함을 내세우긴 2% 부족한 요소들. 과연 넷마블블루는 이 요소들로 어떤 재미, 어떤 경험을 선사하려는 것일까? 문성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넷마블블루 문성빈 대표
■ 패배가 좌절로 이어지지 않는 게임이 목표
특정 장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같은 장르의 게임을 가장 잘 알리는 방법은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특히 그 중 가장 잘 먹히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다. 우리 게임은 기반부터 다르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으니까. 허나 문성빈 대표는 <KON>이 가장 중점 둔 것을 묻는 질문에 듀얼액션이나 침략전 같은 새 시스템 대신, 기본기를 먼저 이야기했다. 유저가 극복할 수 있는 장벽, 그리고 이를 위한 여러 길들.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경험 이전에, 이를 돕기 위한 장치라는 이야기였다. |
터놓고 이야기하자. 이미 시장에는 자동전투 RPG가 차고 넘치도록 있다. <KON>을 개발하며 가장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
문성빈 대표: 맞다. 이제 모바일 RPG에서 자동전투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조금 본질적인 것을 고민해봤다. 우리는 왜 RPG를 플레이할까? RPG에서 어떤 것을 기대할까?
성장의 재미, 가지고 싶은 것을 모아가는 재미,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재미….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어떤 것을 새롭게 보여줄까 보다는, 이런 것을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한참 고민했던 것 같다.
의외다. 새로운 시스템이 여럿 있는 만큼 당연히 그것을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말한 것은 기본기 딴의 고민이다.
문성빈: 새로운 시스템도 결국 RPG를 꾸미는 요소다. RPG의 재미, 혹은 게임의 재미가 굳건하지 못하면 새로운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KON>을 개발하며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우리가 다른 게임을 즐기며 좋았던 점을 발전시키고 아쉬웠던 점은 보강하는 것이었다.
일례로 서브 캐릭터를 소환해 같이 싸우는 ‘듀얼액션’은 본래 육성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개발한 장치다. 대부분의 작품은 캐릭터 별 성장이 따로여서 캐릭터를 키울 때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내 첫 캐릭터가 약해, 막힌 곳을 뚫기 위해 다른 캐릭터를 육성한다고 생각해보자. 보통은 이 단계에서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 앉는다.
설사 내가 캐릭터 하나를 다 키운 뒤, 다른 캐릭터를 키워도 이 과정은 달갑지 않다. 그래서 아예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를 함께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뒤에 서브 캐릭터를 소환해 같이 싸우고, 어떤 서브 캐릭터를 고르느냐에 따라 메인 캐릭터가 받는 버프가 달리지는 등의 효과가 붙은 것이고.
캐릭터 육성은 콘텐츠 불륨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듀얼액션 시스템 때문에 두 캐릭터가 같이 육성된다면 결국 콘텐츠 볼륨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문성빈: 콘텐츠 볼륨은 정말 중요하다. 그 때문에 침략전과 같은 UCC PVP를 만들었을 정도로. 하지만 콘텐츠 볼륨만 쓰다가 유저가 받을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본말전도가 아닐까?
유저가 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대부분의 게임은 이 부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시 육성하거나, 혹은 결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길을 제시했다. 어떤 이들에겐 벽이 아니라 절벽처럼 느껴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메인 캐릭터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게 육성된 ‘서브 캐릭터’가 주어진다면 벽이 훨씬 낮아지지 않을까? 나는 이런 선택지가 오히려 유저들에게 더 큰 재미를 주고, 장기적으론 유저들이 우리 게임에 더 애착을 가지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듀얼액션을 통해 다른 캐릭터에게도 매력을 느끼고 부담없이 손을 댄다면, 궁극적으론 유저가 즐길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전반적으로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려 한 느낌이다.
문성빈: 맞다. 그래서 UCC PVP인 침략전은 아예 패배 패널티 대신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일정 보상을 받게끔 만들었다. 애초에 콘셉트도 상대가 내가 만든 던전을 뚫을 수 있나 없나를 시험하는 '묘수풀이'니까.
개인적으로 누군가는 기뻐하고 다른 누군가는 슬퍼하는 콘텐츠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것이 PVE 콘텐츠라 하더라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게임을 하며 현실에서 우리가 추구하던 것을 그대로 추구한다. 그런데 게임 안에서조차 그것이 좌절로 다가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얻기 위한 벽은 있을 수 있지만, 벽을 넘을 수 없거나 벽을 넘을 길이 외길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기획 의도처럼, <KON>의 주인공들은 좌절의 상처를 딛고 악에 맞서려는 이들이다.
■ 액션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조작의 재미를 주고 싶다.
CBT 때 플레이해 보니 반격 판정도 넉넉하고, 자동 전투 시 AI도 회피와 반격을 적극 활용하는 등 조작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다. 이것도 앞서 이야기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장치인가?
문성빈: 맞다. 모바일은 플랫폼 특성 상 조작 한계가 명확하고, 그 때문에 게임 대부분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캐주얼한 편이다. 때문에 나는 모바일 RPG가 지금보다 더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모바일 액션 RPG에 익숙치 않은 유저들을 위해 조작 허들을 낮춘 것이고.
모바일에서 자동전투가 보편화됐다고 하지만, <KON>은 액션 RPG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오히려 이 때문에 조작의 재미가 줄어들지 않을까?
문성빈: 확실히 <KON>은 직접 조작과 자동전투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게임이다. 허나 최근 모바일게임 대부분이 포함될 것이다. 스마트폰은 장시간 조작하기 힘든 플랫폼이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힘줘야 하는 부분만 확실히 강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KON>이 중시한 것은 중요한 순간에 유저가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KON> 자동전투에서 ‘자동’이 안 되는 것이 딱 2개 있다. 하나는 서브 캐릭터를 소환할 수 있는 듀얼액션 시스템, 그리고 캐릭터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광폭화’다. 이 둘은 쿨타임도 길고 위력도 강하다.
그런 만큼 유저가 정말 중요한 순간, 전략적으로 사용해 멋진 모습을 연출하길 바랐다. 빈사 상태에서 ‘흡혈’ 서브 캐릭터를 소환해 위기를 넘기고, 몬스터 웨이브가 있을 때 ‘광폭화’로 시간을 아껴 2성 판정 나올 것을 퍼팩트 판정을 받는 식이다. 이렇게 고생해서 퍼팩트로 던전 깨면 다음부턴 해당 던전을 돌 때 서브 캐릭터가 항시 소환돼 보다 쉽게 전투할 수도 있고.
광폭화 모드를 사용한 모습.
직접 가상패드를 만지는 마이크로 컨트롤보다는, 상황에 맞춰 개입하는 운영을 신경쓴 느낌이다.
문성빈: 가상패드를 많이 만지는 이들은 우리가 특별히 유도하지 않아도 직접 조작의 재미를 알고, 또 이를 통해 벽을 뛰어 넘는다. 하지만 자동전투가 막히면 직접 조작보다 레벨 업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액션보다 육성이 좋아 이런 장르를 플레이하거나, 가상패드 자체를 싫어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도 벽을 넘을 다른 방식의 수단, 그리고 최소한의 조작의 재미를 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순발력보다는 적절할 때 조작 몇 번만 해주면 되는 필살기 딴에서 여백을 준 것이고.
CBT 때 자동전투 AI를 보면, 스킬 쿨타임이 채워졌음에도 스킬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더라. 이것 또한 운영 딴의 개입을 염두에 둔 것인가?
문성빈: 맞다. 그런 식으로 자동전투 중에도 유저가 개입할 여지를 조금씩 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AI는 사람만큼 완벽할 수 없으니까. <KON> 조작의 기본 목표는 '풀 컨트롤까진 아니더라도, 유저가 개입할 여지는 충분히 제공하자'이다.
그런데 자동전투에 익숙하신 분들은 그게 많이 답답해 보였나 보더라. 피드백 중 AI가 스킬 쓸 때 미적거린다는 의견이 많더라. (웃음) 이것에 대해서는 안에서 논의 중이다. 기본 방향성은 바뀌지 않겠지만, AI가 조금 더 똑똑해 진다거나 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 파티 레이드부터 ‘묘수풀이’ 침략전까지, 사람 냄새 나는 모바일 RPG 되고 싶어
유저마다 직접 던전을 꾸미고 다른 유저 던전을 공략하는 ‘침략전’ PVP로 화제가 됐다. 그런데 CBT에선 당초 알려졌던 ‘던전 잠입&공략’이라는 느낌보단, 우격다짐으로 몬스터를 지나쳐 보스(상대 유저)만 치는 방식이더라.
문성빈: 의도한 콘셉트는 앞의 것이 맞다. 다만 이런 콘텐츠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CBT에서는 유저 반응을 체크하느라 침략전도 일반 던전 돌 듯 돌파할 수 있게 만들었었다. CBT 결과, 다행히 우리 콘셉트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정식 오픈 시에는 테스트보다 더 전략적인 형태의 침략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략 요소를 강화한다곤 하나, 결국은 스펙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을까? 잠입을 하든 몬스터를 다 때려 잡든 간에, 최종 목표는 시간 내에 상대 유저(AI)를 죽이는 것 아닌가?
문성빈: 다를 것이다. 사실 CBT 때도 구현된 요소인데, 유저가 배치하는 몬스터는 상대 유저를 발견했을 때 해당 캐릭터의 체력을 빼앗고 유저 캐릭터의 방어력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 정식 버전에서는 이런 콘셉트가 더욱 강조될 예정이다.
또한 정식 버전은 CBT보다 함정이나 포탑, 몬스터 종류도 많아지고, 던전 테마나 배치할 수 있는 공간도 확장될 것이다. 반대로 침입자 입장에선 시간 들여 몬스터를 피해 버프 없는 보스를 상대할 지, 아니면 시간을 아끼는 대신 강행돌파 해 강력해진 보스를 상대할 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격자와 방어자 간의 묘수풀이가 더욱 강화된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던전을 디자인하는 모습
그렇게 유저가 만질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반대로 밸런스나 복잡성 문제가 걱정된다.
문성빈: 실제로 CBT에서도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던전을 꾸미는 분들이 많더라. 생소한 콘텐츠임을 감안해, 유저가 만질 수 있는 것을 줄였는데도. (웃음) 이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규칙이나 해금 요소들을 고민 중이다. 정식 버전부터 차근차근 신중히 바뀌어 나갈 계획이다.
CBT에서의 행보도 그렇고, 방금 답변도 그렇고, 침략전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렇게 까다로운 콘텐츠를 굳이 구현하려는 이유가 뭔가?
문성빈: 여러 가지가 있다. UCC 콘텐츠이니 만큼 친선전이 나름 콘텐츠 소모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있고, 단순 1:1 PVP를 꺼려하는 이들을 위해 조금은 다른 PVP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결투장은 정식 버전 론칭 이후 업데이트될 예정)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RPG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람 냄새'가 나게끔 만들고 싶었다. 내가 RPG에 한참 빠졌을 때 매력을 느꼈던 것은 다른 이들과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RPG에선 이게 쉽지 않더라. 특히나 액션에 기반을 둔 RPG라면.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다른 유저들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넣고 싶었다.
침략전을 ‘묘수풀이’로 묘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투장처럼 본격적인 대결 콘텐츠라기 보단, <슈퍼마리오메이커>처럼 직접 디자인한 스테이지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평가받는 느낌을 주고 싶다. 때문에 침략전은 도전 실패 패널티도 없다. 오히려 도전만 하면 최소 보상을 줘,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던전을 꾸미고 다른 던전에 도전하도록 하려 한다.
그렇게 사람 냄새를 중시 여긴다면 ‘실시간 파티 레이드’에도 거는 기대가 크겠다.
문성빈: 아무래도 유저들이 진짜로(?)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니까. 사실 고민이 많은 콘텐츠였다. 모바일 액션 RPG 특성 상, 조작 체계를 단순화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파티'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니까.
고민 끝에 캐릭터 별로 특정 역할을 대표할 수 있는 '파티 전용 스킬'을 하나씩 넣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일반 던전에서는 다들 공격 일변도로 플레이 하지만, 레이드에 한해서는 각자 전용 스킬로 도발, 회복, 치명타 버프 등을 가져 결정적인 순간에 파티에 기여할 수 있게. 이 방식이 파티 느낌을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
3월 말 게임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각오가 있다면?
문성빈: 오랜만에 선보이는 RPG라 대단한 목표는 없다. 그저 유저 분들의 피드백을 겸허히 기다릴 뿐이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 분들의 말을 듣고 이를 반영해 나간다는 것의 어려움, 소중함이 느껴지더라. <KON>은 오래오래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 지적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