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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난관은 돈이 아니라, 유저 손으로 극복돼야 한다”

'라이트: 빛의 원정대' 개발한 폴리곤게임즈 김민규 기획팀장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6-06-13 11:49:46

모바일 RPG와 ‘난관’은 잘 매치되지 않는 단어다. 게임이 난관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난관을 해결하는 방법 대부분이 압도적인 스펙(주로 뽑기를 통해 얻은)이기 때문에 ‘내가’ 이를 극복했다는 실감이 없다.

 

9일 출시된 <라이트: 빛의 원정대>(이하 라이트)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게임이다. 개발사 폴리곤 게임즈는 모바일에서도 유저의 컨트롤과 전략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게임이 나오길 바랬다. 과연 이들의 목표는 '모바일'이라는 운신의 폭이 좁은 플랫폼 안에서 어떻게 구현됐을까? <라이트>를 개발한 김민규 기획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폴리곤게임즈 김민규 기획팀장

 

 

시장에 횡스크롤 방식의 모바일 RPG는 이미 많이 존재한다. <라이트>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민규: <라이트>를 만들며 특히 신경 썼던 것이 ‘전략성’이었다. 기존 게임 대부분은 스킬의 특성보다는, 누가 스킬을 먼저 썼느냐가 더 중요했다. 무력화나 버프 같은 시너지 스킬보다는, 단순히 상대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죽여 이득을 키워가는 운영이 메인이었다.

 

우리는 여기에 조금 더 머리를 쓰는, 유저의 개입이 보다 큰 변수를 만드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적을 현혹시켜 전력 차를 역전시키거나, 특정 상대를 끌어 당겨 적의 진형을 무너트리고, 상대를 밀어서 적의 사거리 밖에서 공격하는 등으로 보다 다양한 스킬 기믹을 추가하는데 신경 썼다.

 

 

무력화 스킬 등으로 '판'을 엎는 것에 집중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허나 이것이 큰 의미를 가지려면 그 이전에, 판을 엎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투 자체가 촘촘히 짜여 있어야 한다.

 

김민규: <라이트>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진형' 기반 전투다. <라이트>의 캐릭터는 저마다 최적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 근접/원거리 구분은 기본이고, 같은 근접 캐릭터라도 어떤 캐릭터는 충격파를 주무기로 써 적 복수를 공격하는 반면, 어떤 캐릭터는 칼 한 자루가 전부라 적에게 바로 붙어야 하는 식으로 차별화되어 있다.

 

이렇게 캐릭터마다 기본, 스킬 사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진형이 매우 중요한다. 예를 들어 조금 전 말한 근접 캐릭터는 전열에 있는 적을 모두 쓰러트려야만 후열의 적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충격파를 무기로 쓰는 캐릭터는 일반 공격은 전열만 공격하더라도, 스킬로 충격파를 쓸 때는 복수의 적을 사거리에 넣을 수 있고.

 

때문에 유저는 전투 전, 자신의 전력을 100% 활용하기 위해, 혹은 반대로 적이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게끔 계속 진형과 파티 구성에 신경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군은 적 탱커 하나도 뚫지 못한 채 전멸하거나, 반대로 적의 화력에 아군 후열이 쓸려 나갈 수 있다.

 

순서대로 시나리오 모드, 레이드(최하 난이도) 전투 영상

 

 

■ 유저의 조작으로 '판을 깨는' 전투가 핵심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각종 스킬 기믹은 여기서 어떤 플레이를 만드는가?

 

김민규: 이렇게 진형 비중이 높은 전투에서 넉백이나 매혹, 끌어오기 같은 스킬은 판을 뒤엎는 효과를 가진다. 예를 들어 ‘할리’란 캐릭터는 적 중 가장 체력 높은 캐릭터를 잠시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 탱커 개념도, 서로의 전투력 비율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넉백 스킬은 적의 탱커를 전열에서 이탈시킨다. 아군이 적 탱커를 무시하고 바로 적의 근접 딜러나 후열을 노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스킬로 적의 힐러나 원거리 딜러를 전열로 잡아 당겨 위험에 노출 시킬 수도 있고.

 

이런 광경이 난이도 높은 전투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자. 예를 들어 '원정대'는 아군보다 비슷하거나 강한 파티와 12번 연속으로 싸우는 콘텐츠다. 전투에서 입은 피해는 다음 전투로 그대로 이어진다. 이렇게 어려운 전투에서 유저의 손에 의해 전황이 역전될 수 있다. 그런 짜릿함을 주고 싶었다.

 

 

‘레이드’라는 거대보스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 이런 ‘거대보스’는 무력화 스킬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면 <라이트> 특유의 스킬 기믹도 사라지는 것 아닌가?

 

김민규: 레이드는 크게 2가지 개념의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 먼저 초기에는 전투 자체보다는 전투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구현된 레이드 보스 4종은 특정 공격, 특정 속성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당연히 유저는 거대보스의 특징에 특화된 파티를 꾸리고 육성해야 한다.

 

조만간 추가될 신규 레이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투 자체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예를 들어 거대보스 단일개체와 싸운다고 하더라도, 부위 타격을 가능하게 해 공격 순서에 따라 전투 양상이나 난이도가 달라지는 식이다. 특정 타이밍에 스킬을 집중해 보스의 패턴을 끊는다던가, 보스가 붕괴시킨 전열을 수습하는 등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지금이나 앞으로나 레이드를 위해 특화 캐릭터 육성이 필요한 것은 그대로다. 모바일 RPG의 육성은 결국 '자동사냥'인데, 복잡한 전투 때문에 육성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진 않을까?

 

김민규: '시나리오 모드' 자동전투는 크게 문제 없다. 시나리오 모드는 어디까지나 시스템을 익히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파밍'의 장이니까. 퍼펙트 클리어를 노리지 않는다면 자동전투로도 충분히 할 만 하다. 그리고 육성이라면 이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라이트>의 성장 방식은 전투에서 얻은 경험치를 파티원들이 분배 받는 식이다. 만약 파티에 경험치가 필요 없는 ‘최고 레벨’ 캐릭터가 있다면 나머지 파티원은 더 많은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레이드에 진입할 시기쯤 되면 오히려 특화 캐릭 육성이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여기에 '탐사' 콘텐츠로 비전투 시에도 캐릭터를 키울 수 있고.

 

 

 

■ 돈이 아니라, 유저의 판단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게임이 목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하고 어떤 것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김민규: 맞다. 난관이 없는 게임은 없지만, 모바일 RPG에서 만큼은 그런 인식이 적다. 대부분 내 힘으로 난관을 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뽑기나 현금으로 얻은 좋은 캐릭터와 무기…. 이걸로 난관을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재미, 어떤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게 싫었다.

 

유저가 '직접' 극복하는 난관을 주고 싶었다. 일부러 스킬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보다 스펙이 높은 적을 만나도 스킬 운용 만으로 돌파할 수 있게. 능력치 뻥튀기가 쉬운 <서머너즈 워> 식 퍼센트 기반 성장방식을 도입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공략만 안다면, 등급 낮은 몬스터 만으로도 핀포인트로 콘텐츠를 돌파할 수 있도록. 

 

이렇게 잔뜩 만들고 나니 뜨악할 만큼 어려운 게임이 나오더라. 덕분에 출시 전까지 진입장벽 낮추고 난이도 조정하느라 한참 애먹었다. (웃음)

 


 

 

오히려 이렇게 복잡한 기믹이 뽑기의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아닐까? 유료 캐릭터는 보다 좋은 능력치와 스킬 구성을 가지고 있을 것 아닌가?

 

김민규: 좋은 캐릭터가 있으면 유리하긴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능력치가 더 높을 것이고, 던전에서 얻는 캐릭터보다 스킬 구성이 좋을 수도 있다. 아마 콘텐츠 다방면에 쓰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클리어를 보장하진 않는다. <라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강함이 아니라, 해당 콘텐츠에서 필요한 강함, 그리고 그 순간에 필요한 '행동'이다. 이걸 모르면 (최소한 지금은) 원정대도, 레이드도 버틸 수 없다.

 

반대로 이것만 확실하면 던전 돌다 얻을 수 있는 캐릭터만으로도 현재 존재하는 모든 PVE 콘텐츠를 클리어 할 수 있다. 실제로 3성 캐릭터(중간 등급) 만으로 모든 스테이지가 깨지도록 디자인되었고, 심지어 소프트 론칭 때는 상대평가라 할 수 있는 PVP에서도 무과금 유저가 최상위권에 있었다.

 

 

많이 벌긴 힘들겠다.

 

김민규: 어차피 뽑기로 얻는 수익은 순간이다. 이걸 유지하려면 계속 더 좋은 캐릭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다 잘못하면 게임이 망가진다.

 

차라리 행동력 같은 것을 더 많이 사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노력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라는 측면에서도 맞고, 우리로서도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 (웃음) 실제로 어지간한 영웅은 영웅던전 파밍이나 영웅 조합 등을 통해 다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전략성 있는 게임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이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저가 노력하고 고민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게임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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