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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네스트의 아버지가 돌아왔다! ‘프로젝트 100’

모바일 TPS 액션으로 돌아온 '하운드 13' 박정식 대표

김승현(다미롱) 2016-07-15 17:57:34

박정식이 돌아왔다.

 

그가 누구냐고? 

 

<킹덤언더파이어>와 <헉슬리>의 메인 아티스트. 그래도 모르겠다면 <드래곤네스트>의 아버지라고 해두자. 

 

2007년, 촉망받던 아티스트였던 그는 난데없이 <드래곤네스트>의 개발총괄로 나타나며 업계를 놀래켰다. 그가 가져온 <드래곤네스트>는 MMORPG 일색인 당시, TPS 시점으로 벽 콤보, 공중 콤보와 같은 코어한 액션을 구현해 유저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온라인 게임의 액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박정식은 2013년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떠나며 원화가로도, 개발자로도 다시 모습을 감췄다. 이야기는 무성했다. <드래곤네스트>의 후속작부터, 투자자를 찾아 새로운 개발사를 만든다, 원화에 매진한다는 말까지.

 

그런 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곳은 (또 한 번) 난데없이 모바일 게임이었다. 그것도 이번에는 한 회사의 대표로. 하지만 하려는 건 똑같았다. 무엇가 놀라운 걸 만들어 보는 것! 디스이즈게임에서 돌아온 박정식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김승현 기자


 

하운드 13 박정식 대표

 

 

# 아티스트에서 개발 총괄, 대표로. 아쉬움이 이끈 길

 

박정식은 개발자로서 흔치 않은 이력을 쌓아왔다. 2006년까지 그는 한국 최고의 원화가 중 한 명이었다. 그가 붓을 잡은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나 <N3>, <헉슬리> 모두 섬세한 묘사와 몽환적인 색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얌전히 유명세만 쌓진 않았다. 2007년엔 돌연 <드래곤네스트>의 개발총괄로 나타나 '원화가' 박정식을 알던 이들을 놀랬고, 2013년에는 그가 만든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2016년, 다시 작은 스타트업의 대표로 돌아왔다. 매번 그를 이끈 것은 하나였다. 아쉬움.

 

 

3년 동안 쥐 죽은 듯 지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박정식: 대충 1년은 쉬었던 것 같은데, 쉬다 보니 또 게임 만들고 싶어 좀이 쑤시더라. (웃음) 그래서 2년 전에 회사를 하나 만들었다. 머리에 떠돌던 것 좀 하나 만들고 싶어서.

 

 

솔직히 아티스트로 돌아올 줄 알았다. 커리어 대부분을 그쪽에서 쌓았으니까. 개발을 총괄하고 책임진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박정식: <드래곤네스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티스트 일은 꾸준히 하고 있다.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니까.

 

그와 별개로 개발을 총괄하고 책임진다는 것은…. 솔직히 수시로 후회한다. 난 체계적으로 일을 이끌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나도, 동료들도 매일 서로를 깐다. (웃음)

 


박정식이 그린 주요 원화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킹덤언더파이어>, <킹덤언더파이어: 크루세이더>, <N3>, <드래곤네스트>, <헉슬리> 

 

 

그런데도 이번엔 책임을 더 업그레이드(?)해서 돌아왔다.

 

박정식: 게임판에서 10년 넘게 구르며 느낀 건데, 직접 개발에 뛰어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더라. <드래곤네스트> 전에 3년을 프리랜서로 일했다. 탁 터놓고 말해 프리랜서는 ‘남이다. 내가 아무리 게임에 애착을 가지고 피드백을 말해도 반영되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 힘들고 아쉬웠다.

 

<드래곤네스트> 개발총괄도 그렇게 시작했다. 난 액션을 정말 좋아하는데, 시장에 보이는 것 대부분이 ‘말뚝딜’하는 타겟팅 MMORPG였으니까. TPS처럼 보고 조작하는 액션을 온라인에서 만들고 싶었다. 훨씬 직관적이고 역동적이니까. 솔직히 미친 짓이었지. (웃음)

 

 

당시 타겟팅 MMORPG 천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한 모험이었다. <아이온>도 나오기 전에 벽 콤보, 공중 콤보가 있는 TPS 액션 RPG를 발표했으니.

 

박정식: 액션은 정말 신나게 만들었던 것 같다. PC 온라인에서 아군이 벽에 날려 튕겨 나온 적을 이어서 때리고, 내가 적을 공중에 띄우면 아군이 추격해서 콤보를 먹이는 등 콘솔식 액션을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이 PC 온라인이라는 것 때문에 아쉬움도 많았다. 내가 재미있고 그래야 한다고 여기던 액션과 대부분의 PC 온라인 유저들이 좋고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액션이 달랐으니까. 이것 때문에 날리기나 벽콤 같은 것도 많이 줄여야 했지….

 

여기에 보스전이 클라이맥스인 MORPG다 보니, 상대가 상태 이상에 빠졌을 때 머리를 찍거나 사지를 부수는 조건부 연출도 넣으려다가 실패했다. 내가 즐기던 콘솔 액션에서야 보스전이 어렵지만 거쳐가는 과정에 불과했지만, MORPG에선 최종 목적이었으니까. 그게 너무 아쉽더라. 그래서 이번에 만들고 있는 작품에선 이런 아쉬웠던 부분을 대폭 강화하려 한다.

 

박정식 대표가 처음으로 개발을 총괄했던 <드래곤네스트>

 

 

오, 이번에도 PC MORPG인가?

 

박정식: 아니. 모바일 액션 RPG다. 스테이지 방식 RPG니 MORPG는 조금 비슷했다. (웃음)

 

 

…모바일로 <드래곤네스트>에서 아쉬웠던 점을 풀겠다고?

 

 

# 백뷰로 보는 거대보스! 몰입감 있는 모바일 액션을 꿈꾼다

 

시장의 모바일 RPG 대부분은 ‘쿼터뷰’다. 모바일 작은 화면, 불편한 조작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한 시도다. 좋은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그것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캐릭터 머리 위에서, 신이라도 된 것처럼 전투를 보고 있으니 ‘내가’ 액션을 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관점을 바꿨다. 시장이 보여준 것 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시장에 알리자고. 과거 <드래곤네스트>를 만들었을 때처럼.

 

 

글쎄…. 모바일 액션 RPG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 어떤 것도 콘솔, PC와 같은 액션을 느끼진 못했다. 까놓고 말해 플랫폼이 액션과 거리가 먼 것 아닌가?

 

박정식: PC에 쿼터뷰 게임만 잔뜩 있을 때도 똑같은 얘기가 나왔다. 모바일도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시점을 바꿨다. 신작 <프로젝트 100>은 <드래곤네스트>같은 TPS 백뷰 시점의 액션 게임이다. 

 

 

그 작은 화면으로 TPS 백뷰라고?


박정식: 쿼터뷰는 몰입감이 없지 않은가. 신이라도 된 것처럼 내 캐릭터 위에서 전투를 관망한다. 내가 전장에 있다는 느낌이 없다. 사실 <드래곤네스트>도 그게 싫어서 TPS로 만들었었다.

 

하지만 작은 화면이라도, 공격하려고 움찔거리는 적의 팔 동작이, 적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하고 역습하는 ‘내’ 캐릭터가 확연히 보인다면 조금 더 액션이 체감되지 않을까? 그래서 백뷰다. 그래야 동작과 동작의 합(合)도 잘 보이고, 같은 동작을 해도 더 역동적으로 보이니까. 아티스트 출신이다 보니 이런 ‘이미지’부터 먼저 떠오르더라.

 

<프로젝트 100> 콘셉트 원화

 

 

얘기를 들어보니 별다른 안내 없이 몬스터 애니메이션 만으로 공격을 눈치채야 하나 보다.

 

박정식: 나중에 그런 안내가 추가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유저가 직접 몬스터의 숨결까지 살피며 공격을 피하는 것을 연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가 모바일에서 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액션은 그런 느낌이니까.

 

그래서 이펙트보다, 몬스터와 캐릭터 동작 하나하나에 엄청 공을 들였다. 도끼를 내려찍는 동작 하나를 만들어도 ▲ 겨누었던 무기를 들어 올리고 ▲ 도끼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힘을 불끈 주고 ▲ 도끼를 내려찍고 ▲ 찍었을 때의 충격을 해소하고 ▲ 다시 도끼를 들어 올리는 식이다. 캐릭터 당 애니메이션 양만 따지면 전작의 2배다.

 


O.K. 이해했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되나?

 

박정식: 캐릭터나 보스 크기라면 비슷할지도. 우린 거대보스도 많으니까. (웃음) 

 

아니다. <프로젝트 100>은 가상패드로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임이다. 대충 <드래곤네스트>를 모바일로 한다고 생각해 달라.

 

<프로젝트 100> 스크린샷

 

 

백뷰가 주는 몰입감, 위압감은 이해했다. 하지만 모바일의 가상패드는 다양한 조작도, 정교한 움직임도 힘들다. 일단 액션의 기본이 안될 것 같은데?

 

박정식: 맞다. 솔직히 나도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액션게임을 할 때 정말 정교하고 다양한 조작에 재미를 느낄까? 솔직히 난 <드래곤네스트> 개발할 때 적을 날린 후 추격하며 연타를 먹이는데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그런 섬세한 조작보다, 당장 보이고 느껴지는 액션 연출에 매력을 느꼈다.

 

타협했다.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이 아니라, 액션을 한다는 ‘느낌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교한 조작 대신, 일반 공격이나 스킬에 어느 정도 ‘유도성’을 넣었다. 대신 이 공격들로 적을 특정 상황에 몰아 넣으면, 유저가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면 앞서 얘기한 상태이상 관련 액션 같은 것.

 

 

# 넘어뜨리고 잡아채고 깨부순다! 보스도 예외 없는 파괴 액션

 

콘솔 액션 게임을 보면 그런 장면들이 있다. 휘청거리는 적 위에 올라타 칼로 머리를 찍어버리거나, 얼어붙은 적을 산산조각 내는 특수한 연출. 

 

<프로젝트 100>을 만들 땐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 콘셉트를 밀어붙였다. 게임 속 몬스터들은 잡졸이건 보스 건 간에 수시로 기절하고 잡히고 불타고 얼어붙는다. 그리고 그렇게 무력화될 때마다 온갖 조건부 특수 공격들이 내리 꽂힌다.

 

흔치 않은 시도지만,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전사가 몰입해서 적과 싸우고 압도했다면, 당연히 '최고의 순간'을 선사해야 하니까.

 

 

다시 <드래곤네스트>의 상태 이상 얘기로 돌아왔다.

 

박정식: 정확히 말하면 조건부 액션이다. 원래는 상대를 무력화 시킨 후, 칼로 적의 머리를 찍거나 망치로 뿔을 부수는 것 같은 조건부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콘솔에서 자주 보이는 버튼 액션 같은 느낌으로. 

 

MORPG에선 무리한 시도였다. 일단 협업이 가능한 만큼, 상태이상과 그에 관련된 액션을 적극적으로 넣기 힘들었다. PC MORPG의 보스는 어렵게 극복해야 하는 대상임과 동시에 파밍 대상, 그리고 (솔직히 말해) 콘텐츠 소모를 막아주는 장치다. 

 

그런데 섣불리 상태이상을 허용했다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공략이 되면 그 반향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상태이상도, 그것에 연계되는 조건부 액션도 못 살렸지.

 

 

모바일 RPG라고 보스의 역할이 다를까? 여전히 보스는 극복 대상이자 파밍 대상, 그리고 콘텐츠 소모를 막는 방파제이지 않은가.

 

박정식: 결정적인 부분이 다르다. 모바일 RPG는 협업이 극도로 제한된다는 것. 어차피 스테이지 대부분은 협업 없는 1:1 구도다. 솔직히 말해 콘솔과 큰 차이 없다. 그래서 부담없이 상태이상,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멋진 조건부 액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멋진’이 정말 중요하다. TPS 백뷰를 사용한 것도, 몬스터와 캐릭터의 움직임에 공들인 것도 모두 유저가 자신의 액션에 몰입하길 원해서였다. 이렇게 몰입해서 적과 상대하면, 당연히 ‘폼나게’ 적을 상대해야 하지 않은가? 단순히 피하고 때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황을 만들고 적을 압도하는 모습을….

 


 

 

상황을 만든다?

 

박정식: 정확히는 적을 원하는 방식으로 쓰러트리는 것. <프로젝트 100>의 주인공은 스킬이 없다. 대신 장비와 동료 하나하나가 모두 액션이고 스킬이다. 

 

방패를 보조장비로 착용했으면 적의 공격을 받아내고 역습해 빈틈을 만들 수 있다. 부관(NPC 동료)이 쇠사슬을 무기로 쓴다면 적의 팔, 다리를 잡아챌 수 있다. 그런 스킬이 활성화된다.

 

이렇게 적이 무력화되면? 자신의 장비에 따라 그에 걸맞은 조건부 액션이 활성화된다. 대검을 사용한다면 휘청거리는 작은 적을 꿰어 집어 던지거나, 허공에 뜬 적에게 공중 콤보를 먹일 수 있다. 대형 망치가 무기라면 사슬로 구속된 적을 마구 내리 찍거나, 얼어붙은 적을 산산조각 내는 식이다. 이런 장면을 백뷰 특유의 몰입감있는 연출로 보여주고 싶었다.

 

 

장비, 동료에 따라 원하는 액션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박정식: 맞다. 둔기나 날붙이 같은 특정 유형의 무기를 좋아하는 이가 있다면, 그 유형의 무기만이 줄 수 있는 액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100>에선 그런 그 무기만의 특징과 액션을 짜임새 있게, 그리고 멋지게 보여주고 싶었다.

 

방패의 견실함이 좋은 유저는 원하는 대로 공격을 받아낸 뒤 역습할 수 있고, 원거리 무기의 효율성이 좋다면 화승총이나 마법사 부관 등으로 이득을 쌓아가다가 적의 기세가 죽으면 전장에 뛰어들어 결정타를 먹이는 식이다.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액션을 짜고, 그것이 만들어졌을 때 조건부 액션으로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혹은 반대로 스테이지에 걸맞은 액션을 짜 돌파해도 좋다.

 

하운드 13 개발팀 전경

 

 

자동전투가 쉽진 않겠는데….

 

박정식: 요즘 모바일 RPG에 자동전투 없으면 게임이 안 돌아간다. (웃음) 솔직히 난 낡은 사람이라 이런 것이 엄청 싫었는데, 개발하다 보니 인정할 수 밖에 없더라. 유저가 PC처럼 스마트폰을 수 시간 붙잡고 있을 순 없으니까. 그래서 자동전투 AI에도 신경 썼다. 시점 덕에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전투 패턴을 최적화 시키는 맛도 있고.

 

허나 이와 별개로, 직접 조작했을 때가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솔직히 굉장히 단기적인 재미다. 하지만 이런 효율적인 면과는 별개로, 나는 직접 조작하고 부딪혔을 때 느끼는 감성이 굉장히 좋다. 그리고 이런 것을 좋아하는 액션 유저들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유저들은 <프로젝트 100>을 언제쯤 플레이할 수 있을까?

 

박정식: 개발 막바지라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콘텐츠 볼륨을 늘리고 있는 단계여서 명확한 시기를 말하긴 힘들다. 개발자가 아무래 콘텐츠를 쌓아놔도, 유저들은 매번 그 이상의 소진속도를 보이니까. 그래서 지금도 애타게 이펙터와 콘텐츠 기획자·프로그래머를 구하고 있다. 만약 관심 있는 개발자가 있다면 바로 연락해 달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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