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논현동 넥스트플로어에서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가 기자들을 만났다. <데스티니 차일드>가 카카오 게임을 통해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제기됐던 각종 의견에 대해 직접 말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는 카카오 게임 출시는 물론, 오는 8월 CBT를 앞둔 <데스티니 차일드>에 대해 유저들이 궁금해 할 만한 추가 이슈들에 대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지난 3월 진행될 예정이었던 CBT를 8월로 미루면서까지 수정했던 ‘전투’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 <데스티니 차일드>의 개선된 전투 시스템
<데스티니 차일드>의 기본 전투는 자동으로 일반 타격을 주고 받는 액티브 턴제 시스템이다. 공격을 하거나 당하면 스킬 게이지가 차오르며, 스킬 게이지가 다 차면 노멀/슬라이드/크리티컬/약점공격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캐릭터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드라이브 스킬’이다. 드라이브 스킬은 리듬게임처럼 타이밍에 맞춰 사용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스킬 사용에 성공하면 ‘피버 타임’에 돌입한다. 이 때 버튼을 연타해 적에게 연속해서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으며 전투가 장기화 되면 이 피버 타임을 몇 번이나 발동시키느냐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 공격을 통해 스킬 게이지를 모으고, 스킬 게이지가 다 차면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한다.
슬라이드 스킬은 액정에 손을 대고 밀어내듯 사용하는 것이 특징.
차일드(캐릭터)는 외형 뿐만 아니라 드라이브 스킬을 통해 또다른 개성을 뽐낸다.
# QnA
Q. 전투 시스템이 많이 달라졌다. 개선하기로 결정한 이유와 바뀐 전투에 대한 내부 만족도는?
전투의 철학이 기존과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전의 전투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어려운 시스템이었고, UX가 나쁘다는 피드백을 받아 조금 욕심을 부렸다. 사실 굉장히 고민되는 건 전투에 어디까지 신경써야 하는가다. 유저들은 “전투가 제일 중요한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모바일에서는 그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기존 시스템을 가지고도 우리 게임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전투를 좀 더 재밌게 만들어야 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만족도는 고치기 전엔 50%, 지금은 70%정도다. 나머지 30%는 전투를 둘러싼 것들로 채우려 한다.
사실 차별화에 신경쓰다보니 전투가 차분하다기 보다 좀 정신 없어진 측면이 있는데, 모바일이라는 디바이스에는 오히려 더 맞다고 생각한다.
Q. 부족한 30%는 어떤 것으로 채울 예정인가?
게임은 너무 많은 것들이 재미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체감하기 어려운 로딩이나 반응 속도부터 성장 시스템, 모험 등 굵직한 콘텐츠도 모두 포함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것 등 내가 말한 30%는 전투와 관련된 주변 시스템을 뜻한다.
Q. 전투 시스템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바꿨나?
수정을 하려고 보니 너무 많은 숙제가 있었는데, 일단 전투 화면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와 닿았다. 따라서 전투 화면을 가장 와 닿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게 큰 과제였다. 원래는 화면 좌우에 캐릭터 얼굴과 스킬 등을 배치해 타임라인의 형태를 띄도록 구성했는데, 생각보다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삭제했고 좀 더 직관적으로 전투의 현황을 알 수 있게 바꿨다.
내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캐릭터가 앞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슬라이드 스킬도 내가 눌러서 정보를 보고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Q. 드라이브 스킬과 피버 타임을 보면 생각보다 조작해야 할 요소가 많은데, 피로감이 높을 것 같다.
조작을 모두 수동으로 진행하면 재미는 있지만 피곤하다. 사실 모바일게임 전투에서 가장 큰 화두는 자동 전투지만 자동 전투를 넣게 되면 게임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게임에서는 기본 전투를 자동으로 하되 피버 타임이나 슬라이드 스킬 등 수동 조작을 일부 삽입해 조작의 재미를 느낌과 동시에 피로감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 부분은 이번 CBT때 경험해 볼 수 있다.
Q.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 배경과 투자 조건은 무엇인가?
투자 얘기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상세히 말하긴 어렵다. 확실한 건 카카오와 케이큐브에서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카카오 게임으로 출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카오 게임은 소셜 플랫폼이라는 장점 외에도 여러가지 시너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카카오의 장점을 기존 게임들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케이큐브와 카카오가 좋은 제안을 줬고, 서로 협력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계약했다.
사실 카카오 게임에는 ‘친구한테 스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이 친구에게 들통난다’ 는 등의 선입견이 있다. 특히 코어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게임에는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들을 통해 보상을 받는 콘텐츠는 넣지 않았다. 본인의 게임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도 조정할 수 있도록 카카오와 협의중이다. 우려하는 네거티브한 부분들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카카오 출시를 결정했다.
[관련기사: 넥스트플로어, ‘데스티니 차일드’ 카카오 플랫폼 통해 8월 CBT 실시]
사실 카카오 출시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나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카카오 게임은 나를 모르는 사람도 우리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좋아하지 않거나 내가 참여한 게임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카카오에 많이 있다. 이건 굉장히 큰 장점이다.
언제나 내 스타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과연 내가 회사를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메이저한 성향을 가지고 있나?’라는 두려움이다. 많은 유저들이 내 그림을 싫어할 수도 있고 눈쌀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에는 내 스타일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싫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는데 문제는 이걸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이유로 카카오가 그 통로가 돼 줄 것이라 생각했다.
독특한 본인만의 스타일로 많은 마니아 유저의 사랑을 받는 김 대표의 작품.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고민도 있었다.
또 하나의 결정적 이유는 카카오가 이제 미디어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와 멜론의 협력,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프렌즈 등 카카오는 이제 메신저 이상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 게임이 그런 부분과 협력하면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부분들을 생각중이고 준비하는 단계다. 우리가 왜 카카오와 함께 하게 됐는지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카카오도 협조적이다. 상업적인 매출 증대를 위해 그 쪽에서 제안하는 부분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같이 재밌는 걸 할 수 있을까 얘기하는 중이다. 확실한 건 카카오와 함께 했든 안 했든 게임이 변하지는않았을 것이다. 특히 BM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for 카카오’를 붙이고 모객 좀 해 보자고 한 게임들이 꽤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랬기 때문에 탈 카카오 현상도 있었다. 우리가 카카오 게임을 출시할거면 카카오와 같이 뭔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 게임이 앞으로 카카오와 함께 할 게임에는 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오늘은 전투 시스템만 이야기 했는데, 성장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었나?
지금 많은 얘기를 할 순 없으나 깊이가 많이 깊어졌다. 예전에는 추상적이었던 외형 변경 등이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스킬 시스템 등도 구조적으로 짜임새가 좋아졌다. 이전 성장 시스템의 문제는 이른바 ‘현타’(현자타임)라고 불리는 한계를 빨리 본다는 것이었는데 구조적으로 뜯어고치기 보다는 깊이 부분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Q. 시장의 대세인 액션 RPG를 탈피하려는 게임들이 많이 출시됐는데 주목받진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모바일게임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는 어떤 장점을 갖고 있나?
모바일은 내일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게임 제작을 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1년 차나 20년 차나 내일을 예측하기 어렵다. 나는 <인그레스>를 플레이했던 사람인데 <포켓몬 GO>가 이렇게 잘 될 지는 몰랐다. 모바일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바일게임의 트렌드를 쫓는것보다 IP의 가치를 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와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잘 한다고 생각하고 <데스티니 차일드>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블레이드앤소울>에서 ‘진서연’ 같은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주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관계가 매력적일 수 있도록 하자’라는게 우리 게임의 기본이다. 우리는 가치있는 IP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시장을 감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어떤 기술이 나와도 대응할 수 있는 매력있는 IP를 만들고 싶다.
누구도 <포켓몬 GO>가 AR과 위치 기반 서비스를 만나 잘 될 지 예측하지 못 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바로 그런 시장이다.
Q. 최근 넥슨이 선정적인 캐릭터 묘사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데스티니 차일드>를 놓고 보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게임에는 귀엽거나 어른스럽거나 친근한 캐릭터들도 많지만 분명 섹시한 캐릭터도 많다. <서든어택2>는 사실 섹시한 캐릭터가 문제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섹시함을 매력으로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그 자체로 문제냐?”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렇게 그리는 것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고, 세미 에로티시즘과 여성의 육체적 매력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온다.
처음에는 우리도 우려가 많았다. 지금 우리 게임의 캐릭터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그러지도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시로 마사무네, 무라타 렌지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 작품들은 언제쯤 공개되나?
시로 마사무네의 작품은 도착했고, 게임에 적합하게 어레인지하고 있다. 무라타 렌지는 제작이 진행 중이며 오픈 시점에는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도에 따라 조금 늦게 공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론칭 타이밍 전에는 다 준비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콜라보들이 진행 중이다. <건 스미스 캣츠>를 그린 소노다 켄이치라고, 내가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인데 그 분도 게임에 도움을 주고 있다.
Q. 앞으로 대략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나?
지금은 CBT 빌드 개발이 마무리 되고 QA 진행 중이다. CBT 시점은 광복절 이후가 될 것 같고 CBT 결과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 있어서 이후 일정은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
Q. 세로형으로 진행되는 게임인데, 전달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나?
우리는 라이브 2D로 개발했기 때문에 3D캐릭터가 없다. 그래서 표현 기법적으로 서로를 상대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세로 화면을 선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데 캐릭터를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세로형이 더 나았다.
Q. 라이브 2D. 처음에는 움직임이 과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맞다. 그래서 무리한 움직임들은 많이 수정했다. 다만 의도가 있었다면, 우리 게임 영상이 처음 공개됐을때는 PC로 공개됐고 실제로 게임 안에서는 캐릭터 크기가 2cm도 안 된다. 너무 움직임이 작으면 움직임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모바일에서 직접 보게 되면 유저분들도 납득하실 것이다.
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라이브 2D 캐릭터 움직임은 많은 부분 수정됐다.
Q. 1차 CBT 이후 어떤 피드백이 있었고 어떻게 수정됐나?
역시 전투와 성장 이야기가 많았다. 사실 우리 개발진은 능력있으니까 금방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마치 어묵탕에서 유부 주머니를 열 듯 수정할 것들이 촥 하고 펼쳐졌다. 전투 조금 더 재밌게, 성장 시스템에 깊이를 주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다’ 판단하고 그렇게 수정했다.
Q. IP를 키워보겠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확대하고 싶은지?
IP 자체는 타이틀을 찾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유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확대는 유저들의 사랑이 좌우한다. 모든 플랫폼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콜라보도 마찬가지다.
Q. 사업 전략에 따라 투자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많아지면 개발 진행이 더뎌질 수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문제는 없었나?
카카오나 케이큐브가 개발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해 줬다. 그리고 게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믿어줄 수 있는지는 우리의 조건이기도 했다.
Q. 해외 진출도 카카오와 함께할 예정인가?
해외는 얘기된 부분이 아직 없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게임을 해 왔고, 개발도 했다. 아직 해외 시장을 섣불리 얘기할 단계는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게임이 잘 되길 기원하는 중이다.
Q. 이번 CBT에서 유저들이 중점적으로 봐 줬으면 하는 부분은?
모바일게임은 몰입이 어렵다. 유저 여러분들이 게임 속 세계관에 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만약 내 스타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조금만 더 여깄는 캐릭터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면 우리가 준비한 재미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사랑해 달라는 얘기를 돌려서 한 것이다. (웃음)